협상만 잘 하면 뭐가 잘 된다는 말인가 |
[한미FTA저지특별기획](11) - '국정브리핑 특별기획' 검토와 비판 ⑥ |
정부가 발간하는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FTA'를 6회차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소개글에서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FT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한층 나아질 것이고 개방에 따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먹거리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개방은 시대적 흐름이다. 과거처럼 압력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이번 한미FTA처럼 능동적으로 전략적 개방을 꾀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국정브리핑은 이에 "한미 FTA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정부의 협상방향을 심층분석하고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고 밝혔다. '국정브리핑'은 ①우리는 왜 FTA를 필요로 하는가, ② 스크린쿼터 축소, 새로운 시작이다, ③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④국민이 함께 하는 한·미 FTA 협상전략, ⑤한미FTA의 손익계산서 ⑥경제대국 미국을 분석한다 등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한미FTA저지특별기획'의 한 내용으로, '국정브리핑'의 특별기획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연재글을 게재한다. 아래는 선경철 씨가 쓴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 FTA'] ⑥ (끝) 경제대국 미국을 분석한다 - '미국이라고 '약점' 없나? 우리도 빅카드 있다' 글을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검토 비판한 글이다. 한미FTA에 대한 참세상 독자 여러분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 편집자 주 이번 ‘국정브리핑’ 칼럼(2006년 3월 27일치)에서 선경철 씨는 한미FTA는 협상만 잘하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양자간 협상인 FTA는 다자간 협상과는 달리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확률이 높고, 노력 여하에 따라 얻을 것도 많”다면서, 예컨대 “선박, 섬유 등”과 같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내 협상카드로 이용하는 등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인 협상전략을 수립해 본격적인 승부를 벌”인다면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 위해서는 “국회나 이익 단체 등의 전폭적 지지, 단일한 대응이 가장 힘 있는 협상카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경철 씨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기만적 주장이다. 우선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이 WTO와 같은 다자간 협상보다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WTO 각료회의는 1999년 시애틀, 2003년 칸쿤, 2005년 홍콩에서 보듯이 바깥에서는 범세계적 대안세계화 운동의 고조와, 안에서는 BRICs, G8에 맞선 ‘G21’의 대두 및 이들의 공조 대응에서 보듯이, 점점 미국이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도 WTO처럼 ‘1국 1표’의 형식적 민주주의 원리가 작용하는 다자간 협상에서 재미를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에서는 양국의 힘에 큰 차이가 있을 경우 협상은 대등하게 되기 힘들며 강대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또 선경철 씨는 노무현 정부가 “공격적인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미 드러난 것처럼 노무현 정부는 매우 굴욕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새벽 5시 30분 김현종 외교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미 의사당에서 공동회견을 통해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기습 발표했는데, 이것은 보통 각국 수도에서 협상 개시를 동시에 발표하는 국제 관행을 깨뜨린 것으로서 비정상적인 굴욕적 자세이다. 그리고 한미 FTA 협상의 일정을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일정이 아니라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 즉 미국의 무역촉진법 만료기한인 2007년 6월 30일 이전에 맞추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저자세로 미국 정부에 매달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비굴하게 시작한 협상에서 어떻게 “공격적인 협상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선경철 씨는 또 “선박, 섬유 등”이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근거가 없다. 자동차, 전자, 섬유, 선박과 같은 제조업 제품 시장은 한국에 더 내주더라도, 한국의 쌀, 영화, 의료, 교육, 법조, 금융 등 농업과 서비스 부문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더 확고히 하려는 것이 한미FTA에서 미국의 기본전략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한미FTA에 ‘올인’하고 있는 쪽은 한미FTA 타결을 지렛대로 해서 1997년 ‘IMF 위기’ 이후 성립한 한국의 신자유주의 지배 블록을 영구적으로 공고화하려는 한미동맹파 (=노무현 정부 + 열린우리당 + 한나라당 + 재벌 + 조중동 등 언론권력)이다. 미국은 향후 한미FTA 협상에서 이와 같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북핵문제, 위폐문제 등 다양한 카드를 구사하면서 매우 공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끝으로 선경철 씨는 한미FTA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미FTA에 대한 “무조건 반대”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며, “각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협상단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협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지난 2월 16일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한미FTA에 못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실제로 반대 의견의 민주적 수렴과 이성적 토론 절차를 생략 무시하고, 국민의 무조건적 동의를 강요하면서, 마치 군사작전 수행하듯이 한미FTA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와 같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협상 강행 시도는 국민의 참여와 의견의 민주적 수렴을 자신들의 존재이유로 강조했던 ‘참여 정부’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며, 지난 3월 28일 출범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보듯이 범국민적 반대 투쟁을 유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범국민적 한미FTA 저지 투쟁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벌어질 대로 벌어진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중의 분노의 화약고에 불을 당겨 지배 블록 자체에 대한 전면 공격으로 폭발할 것이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자랑하는 정치적 감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한미FTA 추진 시도를 즉각 백지화하고, 자신이 올해 국정 최고 과제로 선언한 양극화 문제 해소에 전념해야 한다. 그래야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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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경상대) | 등록일 : 2006.03.30 |
국정브리핑 |
미국이라고 '약점' 없나? 우리도 빅카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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