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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신자유주의와 여성 실천논의 확대 계기
[한미FTA저지특별기획](13) - 문현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한미FTA 협상이 남한 사회에 몰고 올 영향은 IMF 10배 이상일 것 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며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의 기반이 됐다. 그렇다면 여성들에겐 어떨까. 사회 제도적으로 이중적 차별구조에 놓인 여성들에게 과연 FTA협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물론 딱히 여성들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 이라고 ‘콕’ 집어 설명하긴 쉽지는 않다. 전체 노동 부문에, 그리고 빈곤 계층에, 전체 사회적 현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여성이라는 특수적 상황을 역으로 추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세상은 여성과 FTA에 대한 의제를 풀기 위해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문현아 연구원을 만났다. FTA 협상이 진행된다면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이 일어날 것인지, 여성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생태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리고 여성 운동진영은 이 부분을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풀어봤다.

지분제한 규제를 풀어달라거나, 제약 특허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식으로 여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없다. 그러나 FTA 협상으로 인해 여성의 삶이 총체적으로 ‘이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는다. 그리고 조금은 암울하지만 협상 타결 이후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바로 그 최악의 상황이 다시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며.

이하의 내용은 문현아 연구원과의 인터뷰 내용의 전문이다.

  문현아 여성문화이론정책연구소 연구원
시작을 지난 17일 교수학술공대위 토론회에 이어 보면, 그 자리에서 여성과 관련된 4가지 쟁점 현상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추가 해제를 부탁한다

자유무역이란 허울 속에서 FTA가 추진될 경우 여성의 삶과 노동에 끼칠 영향에 대해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사회적으로 ‘여성노동의 증가’를 선전하지만, 내실을 따져 보면 ‘숫자는 늘지만, 저임금 서비스 노동의 형태’가 증가하는 모순적인 경향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기타 찬성론자들은 “여성들의 사회 노동이 증가한다”는 수치만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본질적으로 여성 노동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수단들이 더욱 다양화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비공식적 부문에서의 여성노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도 볼 수 있겠지만, 가사 노동을 위해 국경을 넘게 되거나, 성 노동의 형태나, 이주 노동이나 비공식적 부분에서의 새로운 영역들이 일자리화 되고, 여성의 노동으로 규정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여성들의 경우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국가들의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이런 추세를 3단계로 해석하는데 1단계는 고소득, 보통의 백인 사회의 여성들이 사회의 일자리에 일하러 가고, 2단계로 그들이 일하러 나간 뒤 빈자리로 남는 가사노동을 국경을 넘는 제3세계의 여성들이 채우고, 3단계로는 그들의 빈 자리의 가사 노동들을 그 지역의 이모, 할머니 같은 여성 친척 혹은 보다 낮은 저임금의 여성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가사노동이 사회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영역인 것처럼 남아 있게 됨으로 이런 여성노동의 이동이 하나의 경향으로 그런 순환 구조 속에서 가사노동의 영역을 채우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세 번째로는 보건의료, 교육 등 FTA협상으로 인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 서비스 부문에 대한 공적 기금이 축소되면서 가정 내 여성 무급 노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돌봄노동이나 국가가 떠맡아야 하는 복지 서비스를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인데, 예를 들어 간병 도우미나 노인 간병인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힘들고 상황도 열악하고 전문 의료진이 아닌 이들을 병원에서는 미숙련가사노동 서비스 정도로 간주하여 훈련시켜 집안에서의 노인 돌봄 노동을 이들의 노동으로 대체하게 한다. 이런 식의 노동들이 첫 번째에서 지적했던 부분의 연장으로 여성 노동의 영역인 것처럼 당연시 재배치되는 상황이다.

네 번째로는 지역의 산업화나 개발 및 경제 유지를 위해 지역 기반의 생존형 시스템이 파괴되는 경우 나타나는 여성의 빈곤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생존형 농가나 농업을 위한 경작할 토지를 뺏김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들 수 있는데 인도의 아룬다티 로이가 지적하듯, 댐건설로 인해 4천만 명이 토착지로부터 도시로 강제 유입됐다가 결국 이들이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대추리의 경우에서도 완전히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여성들, 특히 나이가 많은 고령의 여성들의 경우도 토착기반 정도에 따라 이런 사회적 빈곤의 대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전망할 수 있다.

결국 4가지 경향성 모두가 여성 노동이 질적으로도 하향 평준화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방기하는 공공영역의 노동이나 돌봄 노동들이 여성에게 더욱 하중을 가할 것 이란 전망인 셈이다.

그렇다. 큰 주제로 보면 임시직의 여성 노동화 그리고 여성의 빈곤화를 들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여성만의 현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노동영역이 유연화 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남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화, 비공식부문으로의 하향화를 경험하는 상황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 FTA 협상에 국한해 볼 때 극소수의 여성들의 삶은 향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 서열화 되는 것처럼 돈도 있고, 교육 잘 받고, 외국어도 되는 여성들의 경우는 외국기업이 대거 들어와도 경쟁 조건이 형성되니 오히려 좋은 기회가 열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부분은 다수 여성들의 삶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서비스 부문의 경우 여성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특정 직업군의 경우에는 이것이 마치 여성들만의 ‘일’처럼 영역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심화 혹은 가속화될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인 내 삶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피상적인 느낌이다.


FTA를 하면 열악한 조건에 있는 여성들에게 그 영향이 더 크게 미치게 된다. 일반 여성들의 경우 내 삶에 크게 영향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일단 노동자로서의 여성이라면 노동의 조건과 상태에 관한 심각한 하향화 혹은 양극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점 더 기업화되고 시장화되는 대학을 한 예로 들어보자. 비교적 고학력 노동인 시간강사나 교수와 같은 노동도 기업화와 시장화의 물결 속에 기존의 전임직제가 아닌 비전임직제로 점차 편제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에도 이는 예외가 아니라 더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또 다른 예로 육아 문제를 들 수 있다. 육아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의 증가’는 출산의 부담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저 희소식일 수만은 없다. 고용을 통해 현재 여성의 가사노동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중되고 있고, 이는 FTA를 통한 경쟁적 자유시장의 개방 속에 더욱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여성의 삶과 노동에 관한 연구가 1세계와 3세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아시아, 대만, 한국과 같은 여성들의 삶에 대한 적절한 연구가 그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이 부분을 채워야 할 역할과 과제가 물론 남는다.

작년의 경우 국제 여성활동가 단체인 ‘세계여성행진’이 태양을 따라 전세계 여성의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행진을 해 왔다. 그 상징물인 퀼트가 한국에도 왔고, 한국에서도 그 흐름을 이었었는데 주체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국제적인 여성 연대는 어떠한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여성 운동의 경우는 국제적인 연대가 국내 활동보다는 더 활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NAFTA 투쟁 당시에도 여성들이 결합해 저항운동을 했고, 99년 씨애틀 투쟁의 경우에도 국제적인 여성 연대의 활동도 있었다. ‘세계여성행진’의 경우는 세계사회포럼에서도 세계화로 촉발되는 빈곤에 적극적으로 맞서 여성 연대를 주창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국제적인 여성 연대의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포괄적 영향을 끼치는 WTO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결집이 오히려 쉽다. 그리고 그 저항의 움직임도 다양하다. WTO 체제 자체에 반대하는 쪽, WTO에 개입해 변화를 시도하는 쪽, 젠더의 감수성에 기반 해 여성의 고용 조건 악화를 막을 남녀 협약을 채택하자는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가 ‘세계’를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FTA의 양자간, 혹은 다자간의 협상들로 범위가 줄어들면서는 오히려 세계적인 여성운동의 대응이 주춤하거나, 공통의 의제로 실천을 조직해 내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되고 있다. 이런 부분은 한국 여성운동이 받아서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도 사실은 쉽지 않다.


다양한 여성의 스펙트럼 속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의 한국의 여성운동의 과제를 지적한 것 같다.

한국상황에서는 여성 운동쪽이 전략적으로 찬성이냐 반대이냐에 대한 것 자체를 고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FTA를 이슈로 한국의 여성운동을 본다면 운동 진영이 FTA의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거나, 공식적 입장을 제기 해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영자 선생님이나, 전국여성노조의 경우가 ‘신자유주의와 불안정 여성 노동’에 대한 문제를 고민한 수준 정도 인데, 여성운동이 이제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는 호주제나 가부장제의 ‘제도’를 바꾸는 싸움에 집중했던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비정규직의 문제와 더불어, 여성노동에 대한 그리고 사회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를 여성운동이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생각한다.

GATS 서비스협상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게 되면 관광부터 수만 가지 분야에 종사하게 될 여성들이 입을 영향을 여성운동이 직시해야 한다.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상품화, 이미지 상품화에서 우리의 삶이 벗어나야 하는데, 그 산업에서의 자본과 여성의 관계나, 가부장제의 이중체계,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의 ‘성적’(섹슈얼리티) 능력과 관련된 소위 ‘여성화된’ 노동 등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접근이 시작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자본과 제국주의에 반대한 사회주의 패미니스트들의 활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고, 이영자 선생님도 그런 흐름으로 얘기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한국의 여성운동 진영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FTA에 여성 노동과 삶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된 것이다.

현재 난 여성이고, 사회적으로 일하는 여성이라 할 때 그 순간에 직장이 있으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현 한국사회의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그러나 나만 그 고용불안에서 벗어나면 괜찮다고 한숨 돌리기보다, KTX 여성들의 저항처럼 이런 식의 서비스 시장에서의 여성 노동의 형태가 계약/임시직으로 바뀔 경우에 대해 맞서 싸워 또다른 불안정을, 그야말로 투쟁으로 막아내려는 결단이 요청되는 때이다. 자본이 원하는 바는 노동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자 함이고 FTA는 법적 제도적으로 그것을 보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의 조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여성운동진영이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이론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여성운동이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현상 속에서 그리고 FTA라는 협상을 통해 제도화 되는 여성 노동의 문제와 삶의 문제 악화시키는 부분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그럼 출발점이 FTA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볼 수도 있겠다.

FTA 협상이 체결되면 무엇보다 국가가 중재하거나 조정할 수 없는 영역들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에 병원이 생겨 만일 여성 간호사들이 부당하게 해고된다 해도 호소할 데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나프타에 대항한 멕시코 여성들의 운동을 통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여성들의 노동조건이 너무 열악하니까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일자리를 원한다”며 나프타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장주들은 ‘그럼 다른 지역으로 공장 옮길 거야’라는 식으로 협박을 했고, 이들은 정부를 향해 ‘노동조건’의 개선을 주장했지만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경우 IMF 이후에 집안의 부채를 떠맡은 여성 가장들이 수도 없이 늘어났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남성 가장을 대신해서 소위 아내들이 더 열악한 비공식부문의 노동시장으로 떠밀리게 되었고, 아버지의 부채를 떠맡은 딸들이 성적 서비스 산업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증가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여성운동이 이 자본주의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정리, 생각을 논의해야 한다. 그간 이와 관련된 이슈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쉽게도 어느 누구도 신자유주의와 여성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측면에서는 한미FTA가 계기가 됐다고도 생각한다.

현재 범국본에 들어가자는 논의도 곳곳에 있고, 관련해서 여성운동의 대응 과제를 준비해 보자는 의지들도 곳곳에서 보여진다. 이와 함께 여성의 삶이 총체적으로 다 포함되기 때문에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미디어 영역에서도 여성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영화부문에서도 같이 고민하고, 노동영역에서도 여성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여성 진영에서도 여성의 노동과 삶이 사회 전체 구조와 직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접합지점을 만들고 찾아가는 것이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지구적인 자매에(자매애), 가부장적 지배의 억압이라는 동질성이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현실에 기반한 투쟁과 연대를 하면서 자매애를 형성해야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매애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적 투쟁과 저항을 통해 피억압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여성군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FTA 협상 저지 투쟁을 통해 드러나는 신자유주의의 본질에 대해 여성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투쟁도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이제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등록일 : 200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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