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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유화 정책, 전력 재앙 예고
[기고] 에너지 기본권을 누릴 그 날에 대한 소망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 필요한 것,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내 곁에 존재했던 것은 오히려 쉽게 잊어버리기 쉽다. 요즘 한미FTA가 뜨거운 화두가 되면서 물, 공기, 식량과 에너지 등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곤 한다. 당연한 권리인데도 올곧게 지키지 못했던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당연한 권리이기에 인권이라 명명해 마땅할 그 권리는 여전히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으며, 알려지지 못한 채 빗장 속에 갇혀 있을 따름이다.

FTA가 체결되면 할리 데이비슨 같은 고급 오토바이가 휘달리고 고급 승용차가 팔릴 수 있는 조건에 맞춰 관세가 인하될 뿐만이 아니라 배기가스 기준이 완화된다. 비싼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한 초국적 자본의 이해와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과시욕과 명예욕이 부합하면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80%가 훌쩍 넘는 사람들의 권리는 한 순간 사라지고 만다. 코카콜라의 중독성을 부추기기 위해 가정에서도 수도꼭지를 틀면 코카콜라가 나오는 전용 코카콜라 관을 고민했던 것이 한 때 어이없는 코카콜라 자본의 판매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전히 코카콜라에 사용되는 생수의 수질 기준은 기준 수질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사회의 농민이 농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지만, 농업이 단지 농민의 생존권과 쌀 주권을 지키는 투쟁만이 아니라 논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담수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감추어져 있다. 무분별한 성장주의와 발전주의에 유린된 국토에 저주지와 댐이라는 역시 무식한 방식의 수자원 공급 시스템이 결합하여 한국 사회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우리가 먹을 물을 담지할 능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기본권, 그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에너지 문제 적확히 표현해 전기라고 우리에게 알려진 것의 실태가 어떠한가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보도록 하자. 부산지역 대산석유화학 단지를 시작으로 촉발된 대형 정전사고가 4월 1일 제주도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졌고, 다시 여수 석유화학공장에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이러한 연속적 정전사태가 전남 해남과 제주도를 연결하는 해저송전케이블 시스템 고장이 원인이라고 한전 측에서는 발표하였지만, 사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원래 그러하듯이 한전과 발전회사 등은 연일 비상회의를 하면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근무기강 해이 방지에 주력하겠다면서 각서를 제출하였고, 송변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정비에 들어갔다. 결국 4월 24일 한전 사장이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했고, 임원에 대한 감봉조치, 직위해제, 엄중경고 등의 문책을 하였으며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공, 남동발전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왜 정전사태가 났는지 그 기술적 문제를 세세히 밝히고자 들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우리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과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열망하는 많은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 사유화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경고해왔다. 에너지 산업이라는 국가의 현실과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 공기업이 사기업에 독식되는 것도 문제려니와 이윤논리에 따르기 위해 관련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억압할 것이라는 것도 문제라는 사실을 지적해왔다는 사실은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괜히 혹은 굳이, 무늬만으로 사회공공성을 외쳤던 것이 아니다. 정부나 언론이 비판하듯이 대공장 노동자들이 밥그릇 지키기 위한 의도를 숨기고 에너지 공공성을 나불댔거나 에너지기본권을 운운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 에너지 산업의 사회공공성은 국가기간산업의 소유권과 민주적 운영, 이에 따른 노동권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에너지를 삶의 필수재로 향유하는 전 국민의 에너지 이용 권리, 보편적 향유에 대한 권리를 오히려 더욱 크게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력 산업의 구조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전력이 생산되어 일반 가정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발전-송변전-배전이라는 시스템을 거친다. 발전소에서는 전력을 생산하고, 송변전은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바꾸어 지역으로 송전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지역과 가정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배전 시스템에서 담당한다. 99년 전력산업 사유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분할 매각 방식을 취하였다. 발전과 송변전, 배전이라는 일관된 시스템, 나름대로 잘 돌아가고 있었던 통합적 업무연계를 세 단위로 쪼개어서 송변전만 남기고 발전을 원자력 1개와 화력과 복합, 양수 발전을 팔기 쉬운 형태인 5개로 즉 전체적으로는 6개로 쪼개 놓았다.

발전 5개사 노동조합이 2002년 파업을 한 것은 발전소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이후 배전도 수 개, 수십 개로 쪼개어 팔아보려고 정부는 시도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이로써 통합되고 일관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은 발전 5개사와 원자력의 분할과 분사, 그리고 송변전과 배전이 남은 현재의 한전 체제로 형성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언제나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를 추진하고 사유화를 위해 쪼개어 놓고 경쟁을 시키지만, 지역 독점적 성격을 지닌 네트워크 산업에서 경쟁이 불가하다는 사실은 이미 영국과 호주 등 비슷한 방식의 사유화 정책을 택한 나라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등 엄청난 대재앙을 겪고서야 엄청난 국가 재정을 들어부어 재국유화의 길로 들어선, 어리석은 전철을 우리는 알면서도 따라하고 있는 매우 어리석은 나라인 것이다.

전력 생산 시스템은 발전-송변전-배전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를 가져야만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사유화, 즉 오로지 팔기 쉽게 쪼개 놓은 시스템은 그 전에 유지되던 수직 통합적 시스템에서 존재하던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업무 연계를 무참히 깨고, 서로 간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구조는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한 순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말았다.

고장이 나고 비상사태가 생기더라도 통합적 대응은 이제 사라졌다. 전력과 같이 민감한 체계에서는 작은 사고가 커다란 광역정전, 소위 블랙다운 사태로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은 너무나 걱정하였다. 그래서 파업도 했고, 사유화 저지를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력 생산의 현장은 안정적이고 보편적 공급을 위한 시스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책임공방 사태는 더더욱 큰 불행을 초래한다. 발전-송변전-배전 체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장사태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고장의 원인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책임 자체가 공동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나면 수십억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과 책임공방에 따르는 후과를 두려워하여, 사고 자체를 먼저 수습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생한 사태를 수습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최우선 하던 일, 그것은 전력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긍지이기도 하였으며,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의 의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것은 벌써 오래 전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전력과 같은 거대 장치산업의 경우 유지 보수의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발전회사를 보면 계획예방정비라는 것이 있다. 2-3년에 한 번씩 기계를 다 뜯어보고 고치고 점검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생산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발전회사를 5개로 쪼개 놓고 5개간 경쟁을 하라고 하니 어떻게 되겠는가? 발전 산업과 같이 80%가 연료비인 산업에서 결국 경쟁 자체도 허구적이지만, 그나마 공기업 경영평가라는 또 다른 허구적 장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고, 운영비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유지 보수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50일 동안 계획예방정비를 해야 할 비용을 30일로 줄이고, 2년에 한 번 할 것 3-4년에 한 번 하면 비용이 상당히 줄어든다. 어차피 사장이나 임원은 임기 내에 큰 사고 나지 않으면 될 뿐이다. 그렇게 공공부문을 집중적으로 쥐어짜온 7-8년을 버티는 동안, 기계는 썩어나갔고 노동자들은 지쳐나갔다. 이렇듯 대규모 정전 사태, 향후에도 일어날 블랙 다운의 재앙은 전력산업 사유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한 복판 안에서 이미 시작되어 있었던 재앙이었다.

금번의 잇따른 사태는 해당 지역 주민만의 일로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향후 발전 및 전력산업, 나아가 에너지 산업 전반의 사유화 정책이 지속되는 한 금번의 사태는 일파만파의 사태, 즉 재앙으로 불거질 수 있을 것임을 감히 확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사유화 정책이 중단된 상황임에도 상황은 이렇듯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

지난 해 7월 10일 여중생이 단전으로 인해 촛불을 켜고 자다가 불에 타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그리고 우리 에너지네트워크에서도 사태로 인해 에너지기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실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산자부에서는 마치 거창한 일이라도 되는 듯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고 하면서 대대적인 발표를 하였다. 혹서기와 혹한기 3개월 단전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한 일이나, 소위 단전가구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자랑스럽게 발표하고 있는 소전류 제한기는 희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전류 제한기는 쉽게 말하면 단전이 되더라도 110w의 최소한의 전기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이는 가족 수나 주거면적, 보유가전제품의 크기와 가구 특성에 따른 필수가전제품의 양과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20w 형광등 3개와 14인치 TV 1대만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양이다. 형광등 3개 켜고 TV 보다가 다른 가전제품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다 꺼진다. 참고로 전기밥솥이 998w, 세탁기는 493w, 냉장고는 다행이 66w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133w이고, 전자레인지는 1111w이다. 물론 전기요금도 못 내면서 컴퓨터나 전자레인지를 왜 갖고 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삶,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가,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돌아본다면 이 모든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할 따름이다.

에너지 기본권, 전력산업의 공공성이 이토록 심각하게 후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투쟁과 저항이 그 기본이라도 지키기 위해 분투하였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제 에너지기본권은 여타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며, 단지 사유화 저지 투쟁에서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인권의 문제로, 그리하여 더욱 큰 투쟁의 의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바라마지 않는다. 최근 한미 FTA 저지 투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여타의 투쟁 과제가 적극적인 인권의 주제와 이슈, 구체적인 쟁점으로 만나면서 공세적인 투쟁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송유나(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등록일 : 200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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