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걱정토탈 걱정브리핑
     
민중의 호주머니 털어 자본한테 주는 지적재산권 협상
[걱정브리핑] '한미FTA 협상에서 지재권을 왜 다루냐고요?" 비판
특허청의 한 간부가 9월 6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한미FTA 지적재산권 협상이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원중 산업재산정책본부장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995년 WTO/TRIPs 출범 이후 지적재산권을 통상협상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이미 보편화되었느니,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이슈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2) 한미FTA를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어도 국민들의 우려만큼 우리 경제에 손실이 큰 것은 아니다. (3) 미국 내 외국인 차별가능성 있는 지적재산권 제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 (4)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다. (5) 우리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빈발하는 국가들과의 FTA에서 그 선진화된 지적재산권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여 우리 지적재산권을 더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주장을 어디서부터 칼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 어디나 쑤시면 사정없이 들어갈 듯하다. 순서대로 밟아보자.

(1) 세계무역기구(WTO)의 트립스협정 이후 지적재산권이 통상협상의 대상으로 포함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양국 간에 통상문제로 지적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아 온 것은 19세기 후반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무슨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지적재산권 제도가 가지는 본래의 목적인 지식과 기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무역협상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아니다. 트립스협정의 초안은 사실상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작품이다. 화이자를 비롯해서 일라이릴리, 아이비엠, 듀폰 등 미국 기업들이 무역과 지적재산권의 연계를 주장했고, 이들이 미국, 유럽, 일본의 산업계와 관료들을 여러 해에 걸쳐 설득하고 로비한 끝에 탄생한 것이 트립스협정이다.

70년대에 들어서면 개도국의 화학기업들이 성장해서 선진국 기업으로부터의 수출을 대체하는 한편, 인도의 제약사 등 수출하는 기업까지 등장하여 선진국 기업의 시장이 위협받게 된다. 위기를 느낀 선진국 기업들이 개도국 기업들의 후발혁신을 억제하고 자신들의 시장을 유지, 확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70년대 계속된 경기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활로를 모색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유엔 산하의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서 관장하는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조약들은 무역과는 별개로 체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약을 위반하여도 조약 준수를 강제할 방편이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고 그것이 실제로 각 국에 의해 집행되도록 하려면 무역보복 수단과 연계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최초로, 가트 동경라운드에 지적재산권 논의를 포함시키려고 미국이 시도했을 때 개도국들은 반대했다. 많은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듯 지적재산권 제도는 무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미국 기업들과 관료들의 지속적인 로비와 압력의 결과 지적재산권 문제가 새로운 협상대상으로 포함되게 된 것이다.

요컨대, 통상협상의 대상으로 지적재산권이 포함되는 것에 어떠한 정당한 근거나 이유는 없다. 미국이나 유럽은 지적재산권의 강화가 개도국으로의 기술이전을 촉진하여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선전했지만, 많은 연구결과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무시한 채 김원중 본부장은 ‘보편화’되어 있다는 말로 국민들의 정당한 의문을 무마하려고 한다. 그는 잘 모르거나, 아니면 매우 정치적이다.

(2) 김원중 본부장은 “한미FTA를 통해 지적재산권이 강화되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한국은 무조건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1995년 이후 트립스협정 이상의 수준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수준을 높여 왔지만 연간 기술무역수지 적자폭은 1995년 18억 달러에서 2004년 27억 달러로 크게 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우리가 지적재산권의 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한국이 불리하다는 이유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이는 유·불리만을 편의적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지적재산권 강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경향적으로 미국의 거대 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며, 기술력이나 문화자본이 적은 기업들에게 불리한 가치편향적 정책이다. 트립스협정에 의해 가장 이득을 본 국가가 미국이라는 것은 정설이다. 그가 제시한 통계에 의하더라도 어쨌거나 1995년 이후로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의 적자폭은 무려 50% 증가했으며, 더 주목할 점은 2003년 통계치로 보면, 이 부분 무역적자의 67.4%가 대미 무역적자분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재산권 강화의 가치편향성은 사회 정의에 반한다.

나아가, 한미FTA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에 불리하다는 측면만이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적재산권 강화가 미국에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는 미국의 거대 자본의 이윤창출 도구로서 그렇다는 것이지 미국에 살고 있는 민중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지적재산권 강화와 독점 규제의 완화가 맞물리면서 제약업계, 출판업계, 종자산업계, 식품업계 등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로 M&A가 활발히 일어나 거대 독과점 기업들이 탄생했다.

그 결과 독과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되어, 이들이 정책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공공정책 마저도 이제 공공영역의 역할이 아니라 사적 영역의 것이 되어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미국 제약업계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왔다. 그러나 미국의 국민들은 비싼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다. 1990과 2000년 사이에 미국 브랜드 약에 대한 소비는 403억 달러에서 1조 218억 달러로 3배 증가하고, 멕시코로 일반약을 구입하려는 미국 시민들의 특별한 버스 여행이 유행한다고 한다. 1984년과 2001년 사이에 경제 전체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70% 상승률을 보였으나, 정기간행물에 대한 도서관 가입비용은 법률분야는 205%가 상승했고, 의약분야 정기간행물은 479%, 물리화학분야는 615%가 상승했다. 미국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지적재산권 강화가 오히려 학술연구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누구를 위한 지적재산권 강화인가이다. 지적재산권 강화는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는 다른 경제제도와 맞물려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거대 독점 기업에게 넘겨주는 기재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미FTA를 통한 지적재산권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3) 김원중 본부장은 미국 내 외국인 차별 가능성이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할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자료도 제공한 바가 없다.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의미없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4) 그는 또한 우리 제도의 선진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미국의 주장하는 사항들 중 무엇이 ‘선진화’인지 의문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자국의 제약회사와 헐리우드 영화업계 등의 이해를 위한 것들이다. 그것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명분이 있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만 봐도 그렇다. 미국은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고 이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면 사후 50년의 기간도 당연히 연장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해서 이익환수 기간을 반드시 늘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이는 미키마우스와 같은 미국 캐릭터 산업을 위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저작자 사후 50년도 길다. 그 이상 보호를 주장할 저작물이 있는지도 의문스런 상황이다. 특허권 분야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허보호기간 연장은 미국 제약사를 위한 것이다. 강제실시권 요건을 제한하는 문제도 그렇다. 공공정책상 필요하면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서 특허권자의 권리도 예외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사실상 봉쇄하는 미국의 요구를 두고 선진화라고 이야기 하면 할 말이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 등도 우리 민사법 체계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의 제도이면 다 선진화인가? 무엇이 선진화인지, 왜 그것이 선진화로 평가될 수 있는지 김 본부장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5) 마지막으로 그는 선진화해서 제3국에 이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자고도 주장한다. 정부는 계속해서 한류를 이유로 지적재산권 강화가 이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저작권 보호기간 사후 70년까지 보호를 주장할 수 있는 한류 상품이 있는가 말이다. 우리 기업 중에서 특허권 보호기간을 2-3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기업이 있는가 말이다.

특허청은 지적재산권 강화하면 이익을 보는 국내 집단 중 하나이다. 지적재산권 강화하면, 행정부 내에 위상이 높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허청의 예산 대부분이 특허권자가 낸 등록료로 충당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강화는 특허청의 조직적 이해에 부합한다. 특허청은 발명진흥회나 그 산하의 지식재산연구센터를 통해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방향의 연구와 홍보활동을 강화해 오고 있다.

김 본부장의 글도 한미FTA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득력있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막연히 지적재산권 강화가 좋은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는 듯하다. 특허청은 진정 무엇을 위한 기관이고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의구심만 더 커진다.
양희진(IPLeft) | 등록일 : 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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