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걱정토탈 걱정브리핑
     
무리수를 둔다고 억지로 되게 할 순 없잖아
[걱정브리핑] "누가 우리 협상단을 약체라 했는가" 비판
‘씨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은 영화 제목이다. 어찌나 땅떵이 넓은 미국에서 서로를 그리워 하는 연인들의 영화다. 한국 협상단도 바로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그리워하며 협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정리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굴뚝같았을 그들의 마음이 포스터의 톰 행크스나 맥 라이언의 운명적 사랑을 찾는 과정보다 더 절실해 보인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결렬시켰던 그 시애틀 싸움이나 기억이나 났을까. 당시 시애틀 회의에 참석했던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상품무역분과장)의 얘기도 나온다. 시애틀의 재방문에 감회가 새롭단다. 그렇겠지. 회담장을 둘러싼 수십만의 군중 보다 덜 부담스런 숫자의 투쟁단과, 한 숙소에 같이 묵을 만큼 이례적으로 친한 한미 양자 협상단이 있었으니 그에 비해 얼마나 푸근한 느낌이었을지는 상상이 간다.

협상단의 자질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들 나름대로 전문적 소양도 있을 테고, 거의 대부분이 미국 물 먹어 최소한 영어로 협상을 논할 수 있는 수준에, 한국 정부의 관료적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노력과 자질을 의심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겠다. 단 2차협상에서 금융분과에서 필드 담당자들을 데려다가 협상에 참여하게 할 만큼, 그런 이례적이게도 현실감각이 좀 떨어진다는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러.나. '누가 우리 협상단을 약체라 했는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국정브리핑의 글을 보면서 ‘왜 그렇게 무리하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왜 그렇게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어가면서, 침대 끝에 앉아서 회의해 가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가면서 회의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는가의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그들 나름대로는 ‘애국’ 하느라 그렇다 하며 정말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날밤 세워가며 협상에 매진(?)하는 모습은 오히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그들의 강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안타깝게 보인다면 그건 나만의 오해일까.

협상단에게 요구하는 것은 물론 첫째는 협상장 철수, 둘째는 협상 중단, 셋째도 협상 그만하라는 것이겠지만, 그런 식으로 피곤하게 협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모습이 ‘성과를 내기 위한 매진’으로 애써 포장할 수 있겠으나 역시나 협상 시한에 쫓기는 모습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무리수를 두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자처하면서 협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협상 당일 기간의 촉박함도 있겠으나..

협상은 말 그대로 정치적 실익을 챙겨가는 밀고 당김이 아니던가. 미국처럼 뛰쳐나가 여론을 들쑤시기도 하고, 신경전도 하고, 중간에 막말도 오고가며 강짜를 부릴 수도 있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정치로비를 펼쳤던 것처럼 협상장 외의 협상과 로비도 충분히 전술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견이 나면 충분히 검토하고 조정하고, 노동조합의 단체, 임금 협상 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텐데 왜 그리 서둘러 ‘협상’만 하려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고로 한국 협상단에게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 그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3차협상을 앞두고 6개 분과(작업반 포함) 8명의 협상단 및 단장이 교체됐다. 7월 9일날 끝난 2차협상에 이어 9월 6일부터 시작된 2달여의 시간 동안 3번째 협상을 하면서 협상 분과장끼리 생판 처음 만난 분과도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이월을 잘 했다 하더라도 결국 협상은 원점 + @일 것은 안 봐도 뻔하다. 자꾸 비교해서 그렇긴 하지만 노동조합의 임단협 교섭에서 교섭단을 바꾸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니 졸속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소신파 숙청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니 미국과 FTA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미국의 주(州)정부의 비합치 조치, FTA의 내국민 대우 등에 대한 예외 적용과 관련해 주별로 각각 다른 조치들, 비합치 조치를 개별적으로 파악해 유보하지 않으면 주법에 의해서 내국민 대우가 제한된다. 주법에 관한 포괄유예조치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미국의 큰 시장은 그림의 떡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보고서 및 계산 조차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다시 한 번 졸속성과 준비부족 얘기가 나올만 하다.

협상에서의 협상장의 정치 뿐만 아니라 실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와 시간이 중요하다. 주 정부의 비합치 조치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메트릭스의 세상이 아니고서야 한 순간에 '뚝딱' 정리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 않는가. 침대 끝에 앉을 수밖에, 새우깡에 컵라면을 먹을 수밖에, 햄버거로 끼니를 챙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물리적인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검토 조차 못할 만큼 물리적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의 반증인 셈이다.

밤늦도록 논의할 수밖에 없다. 협상장에서 터지는 의제들을 쫓아야 하고, 논리도 마련해야 한다. '협상' 시한이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사용된 단어의 미묘한 의미차 까지로 바꿔보고 적용해 보면 분주하고 쫓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처음부터 연내 타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웬디커틀러 미 무역대표, 3차 협상을 마치고 김종훈 수석대표 또한 연내 타결에 무게를 실었다.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난 노무현 대통령은 서둘러 협상할 것을 주문한다. 그 전후로 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도 미국에서 남아서 USTR 대표와 쟁점들을 조율했다. 협상단의 24시. 아무리 ‘화이팅’을 외쳐도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 할 수밖에 없다. 애써 괜찮다 하지만 그들의 속에는 '정해진 협상시한'을 향해 쫓는 D-day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러나는 내용들은 누가 봐도 우려스러울 만큼, 샅바싸움의 협상이 아닌 끌려가는 협상 국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23일 제주도에서의 4차 협상전을 앞두고 협상진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원산지, 지재권, 의약품 등의 분과는 4차 협상전에 분과별 별도 협의 및 대면회의, 화상회의 등을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 예정이다. 이 또한 정해진 기간 동안 협상을 마무리 하려는 한국 협상단의 자구책 중에 하나일 뿐 이다. 시한이 많이 걸리고, 검토할 내용이 많을 수록 더 신중하게, 물리적 시간을 투여하고, 여론을 수렴해 가면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결국 정부는 아니라 하지만 협상 시한을 정해 놓고 별도 협상들로 채워가며 '그 날'을 행햐 내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미FTA 협상은 이미 잘못 끼워진 단추다. 애써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잘 끼우려 노력한다고 해서 이미 어긋난 단추 구멍은 마지막에 비기 마련이다. 역시 결론은 마찬가지다. 협상을 중단하는 것, 애써 훌륭한 공무원들 고생하지 말고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진정 그들의 표현대로 역사와 국민을 위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싶다.

아..마지막으로 자꾸 협상단의 애처로운 모습을 부각시켜서 감성에 호소하지 말았으면 한다. 의약품 작업반을 비롯해, 자동차, 지적재산권 등 보도되는 실 내용으로 보면 협상의 실 내용에서도 밀리고 있음이 분명한데 '누가 약체라 했냐'라는 그런식으로 가슴 찡한 감동 멘트로 애써 동정심을 호소해 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국정브리핑도 알았으면 한다.
걱정7호 | 등록일 : 2006.09.20
     
국정브리핑
  누가 우리 협상단을 약체라 했는가
국정브리핑입니까?  2006.09.21 19:20
참세상이 국정을 장악해서 국정브리핑을 하는 것입니까? 걱정브리핑 아닌가?
부제 말이지요?  2006.09.22 00:59
부제 '국정브리핑'이라고 된 걸 '걱정브리핑'으로 수정했습니다. 오탈자..죄송.
협상의 성공을 기원합시다.  2006.10.22 23:16
대안없는 비판은 사라져야 합니다. 세계화의 조류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미fta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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