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불의 고리 중남미 원자력 시장 개척 추진

정은희 기자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불의 고리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동시에 지진이 일어나자 대지진의 서막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불의 고리에 위치한 다수의 원전이다. 잇따른 지진 이후 원전 반대 반핵 운동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과 16일 사이 규슈 구마모토 현과 오이타 현에서는 진도 5도 이상의 지진이 14차례(19일 기준 여진 600회 이상)나 일어났습니다. 구마모토 지진은 규슈에서 관동 부근까지 뻗어 있는 ‘중앙 구조선 단층’ 남단에서 일어났는데 이카타 원전은 이 선상에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일본 레이버넷>(노동미디어)은 16일 일본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원전 중단 요구 목소리가 유난히 높았다고 보도했다.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규슈 지역에선 신칸센이 탈선하고 도로가 끊기고 대기업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지만, 지진 발생지에서 가까운 센다이 원전은 진도가 낮았다는 이유로 아베 총리가 가동을 고집하고 있다. 원전 외에 다른 대표적인 시설물인 신칸센 철도는 차량이 탈선하고 레일과 선로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기둥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16일 일본 국토교통성은 “7.3 리히터 규모 지진 후 철도 굴뚝 붕괴, 육교 균열 25개, 방음벽 50여 개와 철근 콘크리트 기둥 20개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철도 운행 재개도 상당 기간이 필요하지만, 안전 점검이 언제 종료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센다이 원전에 대해서는 태도가 달랐다. 18일 서둘러 원자력 규제위원회 임시 회의를 소집하고 센다이 원전 가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직접 목격한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구마모토 현 주민 다카기 씨가 16일 인터넷 서명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올린 ‘센다이 원전 가동 중지 요구 서명’에는 36시간 만에 3만 명이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가했던 한 기술자는 15일 일본 국회 앞 원전 반대 시위에 참가해 “참회의 마음으로 왔다. 이번 지진으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다.

“원전 사고, 방사선의 바다로 만들 것”

전 세계 지진의 90%, 강진의 80%가 불의 고리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 지역은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대만, 일본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멕시코, 칠레로 이어진다. 지난해 4월에도 대만, 캐나다, 뉴질랜드, 네팔, 멕시코, 에콰도르, 일본 등에서 5.6~7.8 리히터 사이의 지진이 다발했다. 한국은 간접 영향권이지만 근처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 강진이 일어나면 파괴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불의 고리에 원전의 고리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뒤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했지만,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이 들어서면서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다. 지난해 가고시마 현 센다이 원전 1, 2호기를 재가동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 에히메 현 이카타 원전 3호기 재가동에 들어간다. 후쿠이 현 다카하마 원전 3, 4호기는 재가동됐다가 주민들의 가처분 신청으로 다시 정지됐다. 센다이 원전과 이카타 원전은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구마모토 현 인근에 있다. 일본은 이외에도 원전 10여 기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정지된 원전은 40기가 넘는다.

불의 고리 중 대만은 6기, 미국 캘리포니아는 2기를 운영 중이다. 멕시코는 불의 고리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2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37년 만에 가장 센 지진이 강타한 에콰도르는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24기 가동, 4기 건설 중, 8기 건설 계획이 있다.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 칠레에는 아직 원전이 들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남미 각국도 원전 개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경제 사절단 일원으로 참가해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4개국을 방문하고, 원자력, 스마트 그리드, 신재생 에너지, 배전 분야에서 모두 7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브라질에선 신규 원전을 개발·건설하는 데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브라질 원자력공사는 2030년까지 원전 4~8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전은 7건의 양해 각서 체결에 대해 “중남미 원자력 및 전력 시장 개척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한전 관계자는 19일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계속 추진 중이고, 브라질은 국가 차원에서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이라 타당성 조사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원전 반대 운동 진영은 20일부터 센다이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연속 시위를 시작했다. ‘체인지’ 서명을 제안한 다카기 씨는 “후쿠시마 제1원전처럼 사고가 나면 규슈 전체가 방사선의 바다가 될 것이다.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구마모토와 규슈를 위해 센다이 원전 가동을 즉각 중단시키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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