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 폐업 논란

송명관/ 참세상연구소(준). 《부채 전쟁》을 함께 지었고 참세상 주례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사진 홍진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에서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를 폐업시키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뒤, 석탄 산업과 밀접한 강원, 태백, 삼척 지역이 충격에 빠졌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석탄공사 산하 3개 탄광(화순, 장성, 도계)을 순차적으로 폐광하고, 빠르면 5년 후 석탄공사를 폐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석탄 산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예견되었으나, 당장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하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곧 산업통상자원부가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오랫동안 석탄 산업이 하향길을 걸어 왔고, 석탄공사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었던 터라, 석탄공사가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로서 폐업될 가능성이 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석탄공사는 1조 5000억 원대 부채를 안고 있으며, 매년 천억씩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석탄공사 노조는 폐업설의 이유인 ‘만성 적자’ 논리를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먼저 적자 발생은 운영 부실이 아닌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2015년 기준 태백 장성광업소의 톤당 무연탄 생산 원가는 25만 3천 원이지만, 판매가는 6급 탄의 경우 13만 6천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톤당 적자가 11만 7천 원인 셈이다. 이렇게 절반 수준에 판매가가 결정되는 이유는 정부가 무연탄 최고 판매 가격을 매년 지정 고시하기 때문이다. 연탄이 서민 계층의 연료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석탄을 캐면 캘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석탄공사 노조는 그 ‘만성 적자’라는 것이 공익적 목적 때문에 생긴 적자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의 적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실제 정부도 석탄 산업이 민영 회사들에 넘어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서민 계층의 에너지 지출 비용이 늘어나면 이를 보조해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에너지 보조금이 얼마나 충분할지 지금으로선 확실치 않다. 또한 그렇게 할 것이라면 차라리 그냥 지금 방식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은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현재 논란이 되는 적자 공기업 퇴출 문제는 자칫 하나만 보고 둘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기업의 적자가 사업 실패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에서 발생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적자 공기업 퇴출 논란은 다분히 대차 대조표의 균형을 맞추려는 신자유주의적 부채 관리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한편 석탄공사를 폐업시키려면 지금 쌓여 있는 부채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이 필요하다.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기 재정 계획상 2017년 예산 계획에 화순탄광 관련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고,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2017년에 이 탄광을 없애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탄광의 감산과 폐광은 탄광 노사 간 합의에 따른 자율적인 신청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석탄공사의 폐업 논란은 지금 당장 기술적으로 쉽게 정리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에너지 산업 민영화를 밟기 위한 수순

확실히 지금의 석탄공사 폐업 논란은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급하게 언론에 내용을 흘린 듯한 느낌이 매우 강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현실적인 제약 조건과 석탄공사 노조의 반박 논리가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민간 개방 확대와 부채 절감 등을 우선으로 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훨씬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 언론들이 뽑은 헤드라인을 봐도, 석탄공사의 폐업은 이미 확정된 것인 양 보도되고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석탄공사 폐업 논란은 4.13 총선 이후 계속 몰아치고 있는 구조조정 정세의 연장선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직후 첫째로 언급한 것이 ‘국가재정건전화법’ 추진이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약과는 무관하게 재정 건전화 기조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선 당면한 조선, 해운 구조조정 못지않게 공공 부문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며, 채찍을 든 채 ‘성과 연봉제’ 도입을 다그치고 있다. 지금 갑자기 석탄공사 폐업 논란이 불거진 것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석탄공사가 개혁 대상으로 삼기 가장 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석탄 산업의 축소와 비관적 전망”, “미세 먼지 배출 주범”, “만성 적자 공기업” 등 정부가 내세우는 구조조정의 이유를 쉽게 반박하기 힘들다. 한편 석탄공사의 부채 규모는 다른 기간산업 공기업들에 비하면 매우 작은 편이라 재정을 동원해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기에도 쉽다.

그런데 정말 주목할 부분은 석탄공사 폐업 논란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8개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이다. 사실 석탄공사 폐업 논란이 실제 겨냥하고 있는 과녁은 이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언론들도 이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부터 공공 기관 2단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에너지 분야의 기능 조정을 추진했다. 그리고 6월쯤 기능 조정안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일부 발전소의 통합 논의도 시작해 발전 공기업 다섯 곳의 기능 조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기능 조정이 진행된 공기업들, 가령 SOC, 농림, 수산, 문화, 예술 분야의 경우 52개 기관의 업무가 조정됐는데, 녹색사업단 등 4개 기관이 폐지되었다. 5개 발전사로 구성된 한국발전노조는 통폐합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동반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발전 분야 공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한국전력이 소유하고 있는 5개 발전 자회사(남동, 동서, 서부, 중부, 남부발전)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한국가스기술 등 8개 공기업이다. 현재 정부는 이들의 지분을 각각 20~30% 민간에 개방하고 정부가 최대 주주 지위는 유지하는 일종의 민관 공동 소유제를 구상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 발전 공기업의 주주가 될 경우 주총 등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부분 민영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전력 민영화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제기되었고 사회적 논란이 큰 쟁점이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다른 산업들과 달리 전력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2015년 기준 전력 거래 금액은 41조 원을 넘는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10년간 수출 증가율보다도 훨씬 더 크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전력 시장은 기업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먹거리가 되고 있다. 내수 시장만 공략해도 충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에너지 신산업 육성과 함께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만약 기업들이 전력 시장에서 수익을 찾고자 한다면, 한전의 독점력이 허물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력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발전 공기업의 설비 비중을 낮추는 대신 민간 설비는 늘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 제기되는 발전 공기업 기능 조정안과 주식 시장 상장은 민간 대기업들에 전력 시장의 먹거리를 주기 위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규제 완화와 공기업 재정 건전화라는 틀을 쓰고 진행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구조조정

정권마다 전력 산업 민영화 시도는 있었으나, 전력이 갖는 공익적 상징 때문에 오래도록 큰 진전은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 예견될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은 상당히 폭넓은 논리 속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 논리의 가장 큰 근거에는 기존의 경영 효율성에 덧붙여 규제 완화와 재정 건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 방안에는 석탄공사 폐업뿐만 아니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사업 중단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이 국내에 자원을 비축하는 기능과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든 민간 기업에 기술 지원을 하는 역할만 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MB 정권 시절 심각한 부실 사태를 낳았던 자원 외교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분을 안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 이런 방향의 구조조정을 선뜻 거부하기 힘들다. 이미 조선 산업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전 사회적으로 ‘부실 기업 구조조정’, ‘구조 개혁’이라는 화두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6월에 발표될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안은 상당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 보인다.

한편 4.13 총선 패배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이런 구조조정 국면을 반격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수권 정당 이미지를 갖고 싶은 야당의 욕망까지 보태져 구조조정 정세는 오랫동안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구조조정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은 수시로 했었던 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치 행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정세를 끌고 가기엔 많은 한계를 보일 것이다. 지금도 계속 논란이 되는 ‘한국판 양적 완화’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펼쳐진 구조조정의 정치적 공간을 신자유주의적 재정 건전화 담론 속에 그대로 가두는 한, 지금처럼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간 기업 규제 완화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굴러가는 형국을 저지하기 힘들 것이다. 균형 재정, 국가 부채, 공공 자산, 규제 완화를 둘러싼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념적 담론을 어디서부터 깨야 할지 고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