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미국은 반(反)트럼프 시위대와 군사화된 경찰 간의 역사적인 충돌 가능성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50개 모든 주에서 계획되었고, 조직자들은 시위 수가 약 2,0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트럼프는 포트 브래그(Fort Bragg)의 주둔지에서 선동적인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이번 시위는 지금까지 비교적 흩어져 있던 반(反)ICE 운동을 하나로 결집해 대중운동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경찰과 보안 병력의 폭력적 대응을 극적으로 확대할 위험도 안고 있다.
미국은 2020년의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 규모에 필적하거나 그보다 더 큰 수준의 항의의 여름을 향해 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긴급한 상황을 맞아 이번 주 나는 캠(Cam)과 함께 팟캐스트에서 이 주제를 다뤘고,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갈등의 격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미국과 전 세계의 시민 불안을 통계 모델로 정량화하고 예측하려는, 정말 놀라운 수준의 “문헌”을 발견했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험업계와 보안 회사들은 다가올 혼란과 손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할 준비를 해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정치 양극화와 시민 소요로 인한 위험을 상품화해서, 보험으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관리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 이 분석의 목적은 보험료 책정을 위한 시민 소요의 범위와 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2021년 2월, BLM 시위 직후 세계경제포럼(다보스)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대담하게 이렇게 선언했다.
“2020년의 시위는 보험 산업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BLM 시위의 규모와 경찰의 폭력은 미국의 시민 소요 연구를 분석가들의 의제로 떠오르게 할 정도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보험업계가 정말 싫어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첫째는 대규모 손실이고, 둘째는 예상치 못한 연쇄적 위험이다.
최근까지 미국 내 시민 소요로 인한 보험 손실은 매우 국지적인 사건이었다. 대표적으로는 1992년의 로스앤젤레스 폭동이 있었다. 하지만 2020년은 달랐다.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고, 마치 연쇄반응이나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이는 보험사들에게 나쁜 소식이다.
이 데이터를 추적하는 회사들은 전체 수치를 공개하는 데 조심스럽다. 현대 미국에서 시민 소요와 손실에 대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데이터는 ‘재산청구서비스(Property Claim Services, PCS)’라는 곳에서 집계한다. 이들은 1950년부터 보험 청구 데이터를 주요 자료로 사용해왔다. PCS는 피해액이 2,500만 달러를 넘는 사건에만 ‘재난급(catastrophic)’이라는 라벨을 붙인다.
PCS는 베리스크 애널리틱스(Verisk Analytics)의 계열사이다. 이 회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대중에게 공개하려 하지 않는데, 그 수치 자체가 이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CS 대표인 톰 요한스마이어(Tom Johansmeyer)는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BLM 시위를 특별하게 만든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험업계가 ‘재난’으로 분류했던 모든 사건은 특정 도시 한 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발생했을 뿐 아니라, 무려 20개 주에서 일어났다.
“이번이 처음일 뿐 아니라, 마치 심벌즈를 쾅 울리듯 강렬한 방식으로도 처음이었다.”
현재 우리가 확보한 정보만 보더라도, 2020년의 BLM 시위는 단연 독보적인 사건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출처: Axios
미국의 폭동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도시 경찰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폭발의 규모 자체는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2024년 3월, 모히트 판데(Mohit Pande) 프로퍼티뷰(PropertyView)의 최고 인수 책임자(Chief Underwriting Officer)는 이렇게 지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일 SRCC(Strike, Riot, Civil Commotion: 파업·폭동·시민 소요) 사건에서 손실액이 10억 달러를 넘는 경우는 없었다. 기록상 가장 심각했던 사례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SRCC 사건이 누적되면서, 이제 SRCC는 (재)보험업계의 CEO와 이사회가 주목하는 핵심 위험 주제로 떠올랐다(표 참고).”
보험업계는 2023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폭동과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의 대규모 시위로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소요의 규모나 심각성뿐만 아니라, 그것이 발생하는 빈도이기도 하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글로벌 시위 추적기(Global Protest Tracker)에 따르면, 2017년 이후 132개국 이상에서 시위가 발생했고, 이 중 거의 4분의 1은 3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출처: Allianz
보험 분석가들은 급증하는 손실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시위의 규모와 강도가 손실의 크기를 어느 정도 설명하지만, 데이터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실이 특정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BLM 시위로 인한 약 20억 달러의 손실 가운데, 약 7억 달러는 단 세 개의 소매업체에서 발생했다. 2019년 칠레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는 약 30억 달러의 보험 청구가 이루어졌는데, 그중 3분의 1이 소수의 소매업체에서 발생했고, 단 한 업체가 전체 손실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에 대한 보험업계의 대응은 손실 모델을 더 세분화하고 지역화하여 주요 손실 발생 가능 지역을 식별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델은 경제적 불평등이나 정치적 소외감 같은 일반적인 요인에서 출발하지만, 이후 도시 지리와 같은 더 구체적인 분석과 결합해 고위험 지역과 고가 자산 노출 지역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2025년 6월 10일에 업계 내부자인 와이멩 여(Weimeng Yeo)와 팀 브루어(Tim Brewer)가 발표한 기사, 「폭동을 예측하는 법: 사회 불안을 위한 위험 기반 손실 모델 개발」에 잘 설명되어 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먼저 미디어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어디인지부터 조사한다. 예를 들어, 2020년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시위는 연방 법원청사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워싱턴DC에서는 라파예트 광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지금 시위대를 끌어들이는 요소들은 보험업계 전문가의 시선도 함께 끌고 있다.
이러한 ‘위험 요소’들은 모두 ‘최첨단 SRCC 모델’에 입력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신세틱(Synthetik)의 SRCC 퀀텀 툴(Quantum Tool)이다. 이 모델은 정부청사, 금융기관, 종교 시설과 같은 ‘목표 지점(target points)’을 식별할 수 있다. SRCC는 파업(strikes), 폭동(riots), 시민 소요(civil commotion)의 약자다.
이 모델을 통해 신세틱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의 진원지였던 미니애폴리스의 3% 지역을 고위험 지역으로 식별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특정 목표 지점을 함께 추출할 수 있다.
아래 지도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식별된 SRCC 목표 지점 374곳을 보여준다 (파란색 – 경제 관련, 주황색 – 종교 관련, 녹색 – 정치 관련).
다양한 지역에서의 SRCC 위험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신세틱(Synthetik) SRCC 퀀텀 툴(Quantum Tool)의 화면 캡처
전체 주거 지역 단위로 고위험 여부를 식별할 수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SRCC 위험 지도
SRCC 위험 등급별 미니애폴리스 토지 면적 비율. 미니애폴리스 전체 면적 중 SRCC 사건 발생 ‘고위험’ 지역은 단 3%에 불과하다. 출처: 신세틱(Synthetik) SRCC 퀀텀 툴(Quantum Tool) 화면 캡처
이 모델들은 도시의 기본적인 구조 차이를 식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위의 전개 양상까지 추적할 만큼 정교하다. 모델은 시위가 특정 ‘목표 지점’을 중심으로 단순히 동심원 형태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따라 하나의 상징적 목표에서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선형 경로(linear pathways)’를 따른다는 점을 인식한다.
기본 매개변수를 설정한 후에는, 주어진 도시 지역에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실제 발생한 폭동이 모델이 예측한 ‘최대 예상 손실(maximum likely damage)’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BLM 시위의 경우, 신세틱(Synthetik)의 퀀텀 SRCC 모델은 1,000개 이상의 시민 소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고, 총 1,773개 자산에 영향을 주며 최대 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실제로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손실은 약 5억 달러였고, 1,000개가 약간 넘는 자산에 영향을 주었다. 이는 모델의 기본적인 결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였다.
이러한 모든 전문성을 집약해, 베리스크(Verisk, 나스닥: VRSK)는 2025년 4월 30일 보험 시장에 사상 최초의 SRCC 재난 모델을 출시했다. 베리스크는 자사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시위로 인한 보험 손실이 총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산불이나 허리케인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적지만, 테러로 인한 손실(10억 달러)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베리스크의 모델은 정밀하게 보정된 위험 평가 도구이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일종의 ‘공포 마케팅 도구’라고도 볼 수 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는 잠재 고객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SRCC 사건은 2020년 시위보다 10배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확률은 매우 낮지만 꼬리 위험(tail events)으로 인해 전국의 상업 및 지방자산이 우편번호(ZIP 코드) 단위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대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평균 우편번호 지역에는 약 9,700명이 거주하므로, 이 모델은 미국 사회를 매우 세분화해서 분석하고 있다.
도시 수준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베리스크는 SRCC 위험과 자산 가치를 비교한 차트를 제공한다. 미국의 모든 대도시는 높은 위험 수준에 속하지만, 뉴욕시는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출처: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
이 모델을 통해 베리스크(Verisk)는 “2020년 미국 시위보다 약 10배 더 강도 높은,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법한 사건”이 미칠 영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베리스크는 보험사들이 미국 현대사에서 혁명이나 내전에 가장 가까운 상황에 대비해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들이 상상하는 시나리오의 의미를 단 1초라도 곱씹어보는 일 없이, 베리스크는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덧붙인다:
“칠레,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누벨칼레도니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대규모 손실 사건의 영향을 완화하고자 한다면, SRCC에 대한 지속적이고 엄밀한 평가와 그것이 자산 노출 및 보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필수적이다. 글로벌 SRCC 예측 점수(Global SRCC Predictive Scores)는 이미 제공 중이며, API, 쉐이프파일(shapefile), CSV 전달, 터치스톤 지오스페이셜(Touchstone Geospatial) 등 다양한 통합 옵션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공화국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보험업계만큼은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정치 체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보다, 재산 보험의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더 어려운 시대임은 분명하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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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