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he White House
수개월간의 추측 끝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케빈 워시(Kevin Warsh)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겠다고 확인했다. 이 인사는 트럼프가 연준 및 현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과 벌여 온 지속적인 갈등이라는 맥락 속에서 면밀한 주목을 받아 왔다.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금과 은 시장의 급격한 폭락이었다. 수개월 동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평가 상태에 있던 금과 은 현물 가격은 발표 이후 각각 9%, 28% 하락했다. 미국 주가도 하락해 주요 지수들이 모두 소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연준 개입에 대한 우려라는 맥락에서 보면, 이 시장 급락은 역설적으로 워시의 독립성과 의장직에 대한 적합성에 대한 초기 신뢰 투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트럼프와 연방준비제도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갖는 중요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연준과의 전쟁
지난 1년 동안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와 전례 없는 갈등을 겪었다.
트럼프는 2017년에 현 의장 제롬 파월을 임명했다. 그러나 파월이 트럼프가 원했던 만큼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서 관계는 급속히 악화했다. 트럼프는 특유의 과격한 표현으로 파월을 “광대”이자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를 당장 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말싸움은 법적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연방준비제도 이사 리사 쿡에 대해 과거 주택담보대출 문서와 관련한 사기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충격적인 사태 악화로,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 과정의 과다 지출과 관련해 파월에 대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대폭 인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을 공격했다. 제롬 파월은 연방준비제도가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통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Watcher.Guru
이 두 가지 혐의는 근거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 조사를 쿡을 해임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려 했다. 이 사건은 현재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에 계류 중이다.
파월은 강하게 반박하며 법적 위협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지 않고 공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한 기준에 따라 금리를 설정한 데 따른 결과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14명의 국제 중앙은행 총재들로부터 지지받았으며, 이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경제 안정의 초석이다”라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연준 개입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다. 보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가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로 인해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었다.
케빈 워시는 누구인가
케빈 워시는 전직 은행가이자 연방준비제도 이사로,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의 경제 자문을 맡았다.
처음에 트럼프는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위원장인 케빈 해싯을 지명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러나 해싯은 트럼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는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더 키웠다.
워시는 더 독립적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매파’로서의 명성을 지닌다.
인플레이션 매파란 무엇인가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설정하는 책임을 진다. 단순히 말해, 낮은 금리는 경제 성장과 고용을 늘릴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운다. 반대로 높은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실업 증가와 성장 둔화를 초래한다.
이 균형을 맞추는 일이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역할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이 미묘한 과제가 단기적인 정치 목표가 아니라 증거와 장기적인 경제 필요에 따라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플레이션 ‘매파’란 성장과 일자리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는 중앙은행 인사를 가리키며, 반대 개념은 ‘비둘기파’다.
워시는 연준 재직 시절 인플레이션 매파로서 강한 명성을 쌓았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일자리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했다.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파월과 갈등을 빚어온 전력을 고려하면, 워시는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인다.
다만 최근 워시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과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하는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며 입장을 완화했다. 이런 지지가 계속될지, 아니면 그의 매파적 성향이 되살아나 트럼프와의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장의 반응
금과 은의 급락, 그리고 주가의 하락은 투자자들이 워시 체제 아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른 후보들보다 낮게 본다는 점을 시사한다.
금과 은 가격은 일반적으로 불안정성이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상승한다.
앞서 기록적인 고점은 글로벌 불안정성,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투기적 거품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형성됐다.
워시 지명이 귀금속 시장의 조정을 촉발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더 낮은 인플레이션과 더 큰 금융 안정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미국 달러 가치가 상승한 점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연준의 신뢰성이 걸려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세계 질서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최근 국제 규칙 기반 질서의 종말을 비판하며 “미국 패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달러의 세계적 지배력은 미국 경제 패권의 핵심 축이다. 트럼프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워시를 지명한 결정은 미국 통화와 연방준비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인식이 금리 결정에 개입하려는 트럼프의 본능을 계속 억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출처] Why Trump’s new pick for Fed chair hit gold and silver markets – for good reason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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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마허(Henry Maher)는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정부 및 국제관계학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