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애플(뉴욕시의 별칭) 바깥에 사는 우리에게는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를 꺾고 민주당 시장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일을 축하할 이유가 많았다. 첫째로, 많은 유대인을 포함한 뉴욕 시민들이 무슬림 후보를 시장으로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반가운 일이었다.
출처: 조란 맘다니 페이스북
맘다니는 미국 내 반유대주의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반가웠던 점은 “이스라엘 비판 = 반유대주의”라는 주장을 퍼뜨리는 이들이 맘다니를 낙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이 낡은 거짓말을 믿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또한 맘다니가 민주당 구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은 쿠오모를 꺾고 승리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다. 여기서 ‘구세력’이라는 표현은 적절했다. 쿠오모를 지지한 대표적 인사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 등 모두 70대 후반에서 80대에 이른다. 민주당은 절박하게 새로운 젊은 얼굴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쿠오모와 그의 지지자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건 이들 중 상당수가 한때 쿠오모에게 성희롱 의혹으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맘다니가 명백히 진보적인 경제 의제를 내세워 당선됐다는 사실도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그 재원을 무료 버스, 저렴한 공공주택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보다 강력한 임대료 통제를 원하며, 기존의 유통 체인과 경쟁할 수 있는 공공 슈퍼마켓 설립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그는 전반적인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토지이용규제 완화와 같은 ‘풍요 지향’ 그룹의 의제도 지지했다.
나는 맘다니가 이런 의제를 내걸고 출마해 승리한 사실이 기쁘지만, 뉴욕처럼 큰 도시라 해도 단일 도시가 그의 의제 중 일부를 실현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세와 이전지출 정책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오랫동안 조세 이전정책이 국가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느껴왔다. 부유층은 세금을 피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을 창의적으로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주나 지방 수준에서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회피 방법이 더 많다. 단지 도시나 주 경계를 넘어 이사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과세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주택을 두 채, 세 채, 심지어 그 이상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거주지가 실제로 뉴욕시임을 입증하고, 이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간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누군가가 터무니없이 부자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가장 명백한 문제는 정부가 부여한 특허와 저작권 독점이다. (혁신과 창작 활동에 자금을 지원할 더 효율적인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독점은 매년 1조 달러 이상을 일반 대중으로부터 특정 수혜자에게 이전시키며, 일부 사람을 엄청난 부자로 만든다.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게 했다면, 빌 게이츠는 지금쯤 여전히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한 터무니없이 비대해진 금융 부문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왔고, 이는 일부 사람을 경제 전체의 대가를 치르게 하며 부자로 만들었다. 의류나 식료품 구매 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담하는 판매세를 금융거래에도 적용하면 이 산업을 축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파산으로 몰락한 대형 은행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구제해 주는 정책을 끝내는 것 역시 진일보한 조치가 될 것이다. 사모펀드가 법의 허점을 활용해 파산을 악용하는 행위를 덜 수익성 있게 만드는 법 개정도 경제 효율성과 불평등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조란 맘다니 페이스북
하지만 이는 모두 내 이야기이고, 진짜 질문은 맘다니가 시장으로서 어떤 진보적 조치를 실행할 수 있느냐다. 우선 부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문제를 보자. 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부자들은 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욕주의 소득세율은 연소득 100만 달러 초과 시 9.65%, 2,500만 달러 초과 시 10.9%다. 여기에 뉴욕시 세율 4.5%를 더하면 부유층은 14.15%, 초고소득층은 15.4%의 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2012년, 캘리포니아주는 최고 세율을 9.3%에서 12.3%로 인상했고, 연소득 100만 달러 초과자에게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위한 1% 추가세를 부과해 총 13.3%의 세율을 적용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부자들의 이주 및 행동 변화로 인해 기대했던 세수 증가폭보다는 낮았지만, 그래도 세수는 증가했다.
부자들이 높은 세율에 대응하는 영향은 단기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당장 이삿짐을 싸서 떠나는 일은 드물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자들이 점차 도시를 떠나거나, 새롭게 유입되는 부유층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부유층이 적은 도시가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해당 계층으로부터 얻는 세수는 줄어든다.
부유층의 이탈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도 존재한다. 소득세 일부를 고용주 부담 급여세로 전환하면(역설적이게도 이는 쿠오모가 주지사 시절 추진한 경로다), 부자들은 주·지방 소득세의 일부를 연방 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어 이전보다 유리해진다. 2017년 트럼프 세법 개정 전에는 이런 공제가 가능했다. 여기서 목표는 부자들의 세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옮겨갈 유인을 줄이자는 데 있다.
맘다니는 법인세 인상도 제안했다. 기업에서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는 건 가능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세금 회피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이익이 낮은 세율 지역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는, 목표 세율만큼 비의결권 주식을 정부에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율이 5%라면, 기업은 전체 주식의 5%에 해당하는 비의결권 주식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이 주식은 다른 주식과 동일한 배당을 받고, 동일하게 거래될 수 있어 시장 가격도 기존 주식과 연동될 것이다. (이는 실제 주식이 아니라 회계상 처리로도 가능하다.)
맘다니는 현재의 임대료 안정화 제도를 넘는 임대료 통제 제도도 제안했다. 이는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클 수 있다. 성공 여부는 세부 정책에 달려 있지만, 나는 통제가 지나치게 강화되어 통제 대상 임대료와 신규 주택 임대료 간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핵심은 공실 해제(vacancy decontrol)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동안만 임대료가 통제된다면, 이는 주택 구매자가 인플레이션에 보호받는 것과 비슷한 보호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통제가 세입자가 교체된 이후에도 유지된다면, 통제 주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기존 거주자를 아는 사람으로 제한될 수 있다.
도시에 새로 이주한 사람은 통제 주택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시장 가격을 훨씬 더 많이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는 바람직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공실 해제는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시스템을 악용해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가 주택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불평등을 줄이고 공급 가능한 주택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는 정책으로는 누진적 재산세가 있다. 예컨대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0.5%, 200만 달러 초과분에는 1.0%의 추가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 감정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행이 비교적 간단하며, 부유층이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 일정한 억제 효과를 줄 수 있다. 다만 주정부가 시에 이런 구조의 세제를 허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뉴욕시의 주택비용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중요한 점은, 도시에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토지이용규제와 기타 제약은 그 중 일부를 차지한다. 맘다니가 이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면, 주택비용을 낮추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어쨌든, 미국 어느 도시에서든 진보적 시장이 거대한 장애물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그들의 정책을 방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많은 민주당 인사들도 그를 도울 것이며, 주요 언론사들은 실패는 대서특필하고 성공은 무시하는 방식으로 가세할 것이다.
맘다니는 날카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정치인이다. 그는 이번 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브래드 랜더(Brad Lander) 현 시 재무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랜더와 맘다니는 선거 기간 동안 공동 유세를 벌였고, 순위투표 방식 하에서 상호 지지를 표명했다. 랜더는 맘다니 행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11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유층은 그가 당선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그들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승리를 기뻐할 수 있다.
[출처] Mamdani For NYC Mayor: Big New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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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