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나는 스위스 은행 크레디 스위스(Credit Suisse) 소속 경제학자들이 집계한 연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 부의 불평등에 관한 글을 써왔다. 하지만 이제 크레디 스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3년의 스캔들과 은행 위기 속에 무너졌고, 다른 스위스 대형 은행인 UBS가 그 자산을 인수했다. UBS는 이제 자체적으로 '연례 글로벌 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이전의 크레디 스위스 보고서만큼 명확하고 유용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UBS 보고서 역시 글로벌 부의 피라미드 구조를 제시하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그림이 그것이다.
부의 피라미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단 1.6%, 즉 6천만 명만이 226조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개인 자산의 48.1%에 해당한다. 반대로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는 15억 7천만 명의 성인(전 세계 성인의 약 41%)이 있는데, 이들이 가진 자산은 단 2.7조 달러,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이 결과는 세계불평등연구소의 추정치와도 거의 일치한다. 이 연구소는 전 세계 인구 하위 50%가 전체 개인 자산의 단 0.9%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 세계 인구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 개인 자산의 약 42%로, 이는 1995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즉,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부의 집중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UBS의 부의 피라미드에서 중간 계층의 부 보유자들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성인 31억 명(전체 성인의 약 82%)이 보유한 개인 자산은 61조 달러, 이는 전 세계 개인 자산의 고작 12.7%에 해당한다. 반대로, 나머지 87.3%의 자산은 단 6억 8천만 명(전 세계 성인의 18.2%)이 소유하고 있다. 즉, 38억 명의 성인 인구 중 극소수인 상위 18%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는 2,891명의 달러 억만장자가 있으며, 이 중 31명은 각자 5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에는 개인 자산이 동유럽(기저 수준에서 상승)과 북미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반대로 라틴아메리카, 서유럽, 오세아니아(호주 등)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영국의 평균 가계 자산은 2024년에 3.6% 하락했으며, 이는 주요 선진국 중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북미 지역의 자산 증가는 주로 초부유층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 가치 상승에 기인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금융 자산이 6.2% 급증한 반면, 비금융 자산(부동산 등)은 1.7% 증가에 그쳤다. 북미 성인 1인당 평균 개인 자산은 중국의 거의 6배, 동유럽의 12배, 라틴아메리카의 20배 가까이에 달한다. 즉, 세계 자산 격차는 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지역 간 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자산의 극단적 불평등은 21세기 초반 이후 더 악화되었으며, 비록 그 폭은 크지 않더라도 추세는 더욱 심화되는 방향이다.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post-apartheid)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니계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자산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항상 그렇듯 브라질이 잇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 침체’ 기간 동안, 이 지니계수는 특히 더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는 스웨덴이 개인 자산 분포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민주주의 모델로 찬사 받아온 북유럽에 대해 의외의 사실일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역시 자산 불평등 수준이 스웨덴과 맞먹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수치는 '자산'에 대한 지표라는 것이다. 즉, 전 세계 성인 1인당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개인의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전 분석들에서 자산과 소득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양자 사이에는 약 0.38의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이는 곧 한 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이 심할수록, 소득 불평등 역시 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불평등 연구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과 이매뉴얼 사에즈(Emmanuel Saez)는 마르크스의 관점에 공감하며 이렇게 말한다. “누진 소득세만으로 모든 불의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것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어왔다. 민주주의인가, 금권정인가 — 그것이 바로 최고세율이 본질적으로 겨냥하는 문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뒤, 그들은 이렇게 강조한다. 고조되는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자본 축적 과정 그 자체에 있다. 문제는 단지 누진 소득세가 부족해서도, 자산세가 없어서도, 조세 회피처를 규제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물론 이런 정책들은 불평등을 완화하고 정부 재정을 확충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세전 단계에서의 소득이 — 즉, 자본 소득(이윤, 지대, 이자 등)은 노동 소득(임금 등)을 희생시키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낳게 된다. 그리고 자본이 계속 축적되는 한, 자본을 보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점점 더 부유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 상승은 단순한 조세 정책이나 자산 재분배만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생산수단과 자원의 소유 및 통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출처] Just 1.6% of all world’s adults own 48.1% of all the world’s personal wealth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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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