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없는 날' 또 불참... 노동자·시민 "우리가 로켓배송 멈춘다"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최대 규모의 자체 물류망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쿠팡은 올해도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은 “하루라도 더 쉬어야 덜 죽고 덜 다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우리 사회가 화답해 만들어 진 것”이라며, 쿠팡이 끝내 불참할 경우 노동자와 시민들의 연대로 “쿠팡과 로켓배송을’을 멈추겠다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등은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택배 없는 날’ 즉각 동참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쿠팡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강민욱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택배없는 날’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법적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한해 60억개에 육박하는 택배 물량을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보호나 연월차, 4대 보험 등의 기초적 보호막도 없이 배송해왔던 택배노동자들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휴가”라며 “택배노동자가 처해있는 법제도적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마음을 모아 약속한 소중한 사회적 결실”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9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제안하고, 시민들의 커다란 사회적 지지를 통해 2020년부터 시행된 ‘택배없는 날’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 매년 주요 택배사가 참여해 광복절 휴일까지 이틀간 택배 배송을 전면 중단하지만, 쿠팡은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쿠팡의 배송전문 자회사로 택배업계 매출 1위(지난해 기준)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관계자는 “매일 전체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 중 휴무를 취하는 기사 비율이 30%를 웃돌고 그 수가 6,000명 이상”이며 “매일 전체 위탁배송기사 3명 중 1명은 휴무를 취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CLS는 하루하루가 '택배쉬는 날'인 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강민욱 준비위원장은 “쿠팡은 ‘우리 기사님들은 언제든 쉴 수 있다’는 광고를 내세우지만, 산재로 다쳐 입원한 택배기사에게 돌아온 건 병문안이 아니라 용차비(대체 차량 고용 비용) 청구서였다”며 “쉬기 위해선 자신의 돈으로 용차를 구해 배송을 책임져야 하고, 배송이 안되면 각종 계약해지 압박 시스템으로 ‘구역 회수’되거나 재계약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자유로운 휴식”이라 할 수 있는가 규탄했다.

또한 “2023년 군포, 2024년 서울 상봉동, 화성동탄, 제주, 시흥 등 계속되는 과로사고들에 대해 쿠팡은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속인 택배없는 날 동참은 그 책임의 표현”이라 강조했다.

"쿠팡 역대급 실적 이면에는 노동자 피와 땀 있어"

정동헌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쿠팡은 2분기 매출 12조 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고 한다”면서 “그 이면에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배송을 위해 쉼 없이 일해야 했던 택배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국회 청문회 이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물류센터 현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체감온도 30도 이상을 웃도는 찜통 같은 현장”이라며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사람 잡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정 지회장은 또한 “쿠팡이 택배없는 날에 동참 안 한다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8월 14일 쿠팡과 로켓배송을 멈추겠다”면서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쿠팡 '택배없는 날' 시행 촉구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 이 사회 전반을 살리는 투쟁"

쿠팡 노동자들의 이런 호소에 시민들도 화답해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고, 대학원에 다니며 생업도 병행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연대 시민 강명지 씨는 “쿠팡의 착취가 한국 사회를 더 나쁜 곳으로 조금씩 밀어내는 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그렇기에 더더욱, 쿠팡물류센터지회의 투쟁이 사람을 살리고 이 사회 전반을 살리는 투쟁이라고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명지 씨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겠답시고 사람 죽이는 속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쿠팡이고, 그 속도를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여건조차 마련치 않으며 목숨을 쓰고 버리는 기업이 쿠팡이고, 일용직으로 소모되는 목숨을 우습고 쉬운 비유로 만든 것이 쿠팡이기 때문”이라며 “시간 이내 20분씩 휴게 보장, 현장 에어컨 및 휴게공간 확충, 국회청문회 약속 이행, 임단협 체결과 노조할 권리 보장, 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요구사항은 남들의 더 편한 일상을 위해 소모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느 쇼핑몰에서도 오늘 주문한 물건이 내일 오지 않는 게 당연한 세상을, 그래서 속도만을 위해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나아가 누구도 그렇게 급하게 무언가를 얻어야 할 정도로 촉박하게 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쿠팡물류센터지회라고 생각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며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때 까지 함께 연대하겠다고 마음을 밝혔다.

"무한경쟁 지옥도연 쿠팡, 우리가 바꾸자"

이날 참여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쿠팡은 “자유로운 휴가가 가능한 쿠팡식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한여름에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자유로운 휴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택배 없는 날”로 “압도적 산업재해율을 자랑하는 쿠팡은 “쿠팡식 택배 없는 날”이라는 궤변조차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히려 쿠팡이야말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앞세운 쿠팡 때문에 택배‧물류업에는 무한경쟁의 지옥도가 펼쳐졌고, 노동자들은 시간 단위의 마감 압박에 시달리며 야간 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택배‧물류업의 노동 조건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주범”으로 “그런 쿠팡에서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하는 것은 전체 택배‧물류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는 쿠팡을 규탄하기 위해 8월 14일 하루 쿠팡을 불매하여 이날을 로켓배송 없는 날로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열기가 뜨겁다”며 “쿠팡의 택배‧물류 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을 위해 노동자를 연료로 소모하는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고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쟁취하기 위해 힘을 합쳐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이달 1일 하루 파업을 벌인데 이어 쿠팡 본사 앞에서 △폭염시 노동안전 대책 △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는 14일 ‘택배 없는 날’에는 “쿠팡과 로켓배송을 멈추는” 하루 불매 운동을 진행하고 다음날인 15일에는 2차 하루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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