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소상공인 살리기’ 두고 노사 해법 갈렸다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시급 1만2천 원을, 경영계는 현행 1만320원 동결을 각각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데 이어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경영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통계 해석까지 정면으로 충돌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며 수정안 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처: 민주노총

23일 열린 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천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며 "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확립하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증가 및 소득분배 개선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하는 시급 1만2천 원, 월급 250만8천 원은 더 화려하게 살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미친 듯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 때문에 실질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지갑이 열려야 골목상권이 살고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상생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려운 업종과 규모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높고 현장의 수용성도 한계에 다다른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인상되면 경제에 끼칠 악영향 외에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2017~2018년 최저임금 30% 인상의 악몽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민주노총

25일 열린 9차 전원회의에서는 통계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졌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식 심의자료인 '2026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을 근거로 사용자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영사정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업체의 83.33%는 제품·서비스 수요 증가를 이유로 꼽았고, 인건비 감소를 원인으로 답한 비율은 2.78%에 불과했다. 경영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사업체 역시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으며 인건비 상승은 세 번째였다. 또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에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이 83.73%에 달했다.

박정훈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은 이를 근거로 "지금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건 손님의 주머니를 채워야 하는 것이지 손님의 지갑을 동결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살아야 자영업자와 우리 경제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 측이 제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 원자료도 재분석했다. 음식·숙박업을 포함한 전체 업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근 2년간 연평균 각각 6%와 8% 이상 증가했는데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 측은 평균 수치가 상승했더라도 개별 사업장의 체감 경영난은 다를 수 있다며 동결 입장을 유지했다.

이미선 부위원장은 9차 회의에서 "노동자에게 일을 시켰다면 최소한 생활에 필요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최저임금 1만2천 원은 사치나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존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위원들이 매년 동결을 말하고 자영업자보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세 배 더 많이 번다며 갈등을 부추기는 소모적인 논의는 멈춰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노동자가 함께 사는 상생의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의 최초 요구안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간극을 좁혀 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노동계는 "공익위원 산식이 매년 바뀐다"며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10차 전원회의는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며,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최종 인상률은 공익위원의 중재안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고시하면 다음 연도 최저임금이 확정된다. 현재 진행 중인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는 9차 전원회의까지 진행됐고, 10차 전원회의는 6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법정 시한은 8월 초까지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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