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성원전, 4년간 누설 방치하다 사고... “원안위는 뭐 했나”

밸브 고장 나자 원전 배관에 주전자로 ‘콸콸’

2025년 9월 월성 2호기에서 발생한 중수 누설 사고가, 배관 밸브 내부 누설을 4년간 방치하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4년간 방치된 밸브 누설

참세상이 입수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내부 보고서인 ‘원자력이용시설 사건 상세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1년부터 필터 입구배관 밸브 5개의 내부 누설을 인지했다. 2021년 12월 계획예방정비 당시 필터 입구 측 밸브를 닫아도 중수가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참세상은 한수원이 밸브 내부 누설을 인지하고도 왜 4년 동안 조처를 하지 않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월성 제1발전소 안전부 관계자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필터 바스켓 교체 작업 개요

중수 누설은 2025년 9월 18일 계획예방정비 중 필터 바스켓 교체 과정에서 발생했다. 필터 입구 측 밸브 5개에서 내부 누설이 일어나고 있는 탓에, 관계자들은 밸브 대신 배관을 얼려 얼음마개를 만드는 ‘배관 결빙’으로 중수의 흐름을 막았다. 그리고 필터 상부 커버를 열던 중, 운전원이 배수와 해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에 약 300cc의 중수가 누설됐다. 작업자가 현장에서 즉시 볼트를 다시 조였지만, 그 과정에서 오링이 이탈되어 손상이 일어났다.

배관 결빙 중 감속재가 유출될 경우, 비상조치계획서에 따라 작업자들은 해빙 후에도 누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결빙된 배관을 두고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결국 배관이 해빙되어 중수가 다시 흐르자, 오링이 손상된 부위에서 약 1.3톤의 중수가 누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조사한 결과, 월성 2호기에서 누설이 일어나고 있는 밸브는 총 8개였다.

울리지 않는 경보기, 원전 배관에 주전자로 ‘콸콸’

사건 초기 한수원은 누설량을 265kg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약 1.3톤에 달하는 중수가 누설됐다. 그런데 중수가 누설되는 동안, 누설 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누설감지기(ME28)는 설계 위치와 달리 바닥에서 83cm 높은 둔덕에 설치되었고, 설계도면과도 다르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가 집수조에 차오르는데도 경보가 울리지 않은 이유다. 결국 최초 누설 다음 날인 19일에서야 운전원이 중수의 수위가 낮아진 것을 알아채 사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못된 위치에 시공된 누설감지기

배관 결빙 과정에서도 안전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침에 따라 전용 자켓을 설치하여 액화질소를 충진하는 대신, 액화질소를 주전자에 담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 “부적절한 방식”이라며 시인하기도 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밸브가 있는데 배관 결빙용 자켓이 왜 필요하겠냐”며, “밸브가 고장 났으니 액화질소를 부어 얼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밸브가 4년 동안 새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그대로 두냐”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비상조치계획조차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는데, 보고서에 관리·감독의 책임은 빠져있다”며 “이런 물러터진 보고서가 어디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전자로 직접 액화질소를 주입하는 배관 결빙용 자켓과 자동 충진 자켓

부실한 안전관리, 책임 소재 어디에?

2025년 월성 2호기의 누설 사건은 냉각수나 폐기물이 아닌 감속재가 누설되었다는 점에서 초유의 사태였다. 중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인체 내부에서 피폭될 경우, 방출되는 베타선이 세포와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감속재 누설로 인해 월성 2호기 삼중수소 배출량이 1.52×1012Bq 증가했고, 이로 인한 예상 주민피폭선량이 1.78×10-4mSv/yr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산출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18일부터 20일 사이 일일 삼중수소 배출량은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월성 2호기 일자별 삼중수소 배출량

밸브 고장과 경보기 시공 오류 등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성 2호기에서는 올해 6월 1일에도 비상발전장치가 28분간 작동을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유에스더 집행위원장은 “한수원과 원안위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연일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민들이 핵발전소를 신뢰하겠나”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반복되면서, 원전 사업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15년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는 시민들. 참세상 박도형 기자.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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