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최저임금 적용 좌초, 민주노총 “870만 노동자 외면”

최저임금위원회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부결하자 노동계가 “870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와 이재명 정부가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도입을 위한 책임을 방기했다며 총파업과 제도개선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 결과를 규탄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시켰다. 노동계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전문위원회 설치’ 안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870만 명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번 논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에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문제를 포함하면서 시작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에 근거가 있고, 정부 실태조사와 해외 사례, 연구자료도 축적된 만큼 별도 적용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세 차례 논의 끝에 표결로 안건을 정리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명백한 법적 근거와 노동부 실태조사, 수많은 판례가 있음에도 사용자위원들은 색깔론과 핑계로 본질을 흐렸고 공익위원들은 노사합의 관행 뒤에 숨어 끝까지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870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간절한 염원이 차갑게 짓밟혔다”며 “최임위는 이 역사적 책임을 결코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특히 이번 부결이 최저임금위원회의 부실 심의와 정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임위 권고는 연구용역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도급노동자 규모와 소득, 노동조건 등에 관한 실태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며 “노동부는 연구용역만 발주해 놓고 정책과 책임을 외주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계가 노동시간 산식과 소득 실태 등을 연구해 제출했지만 공식 심의자료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심의자료 없는 졸속 심의가 결국 부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사각지대의 현실을 호소했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2023년 조사에서 대리운전 노동자의 월수입은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89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영업이익은 3배 넘게 늘었지만 대리기사들은 유류비 상승과 콜 감소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적용은 최소한의 생계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첫걸음이었는데 최임위가 이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배민과 쿠팡이 라이더 소득과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단가를 깎고 속도 경쟁을 부추기듯 정부도 최저보수제를 하겠다고 하면서 졸속으로 결론을 냈다”며 “국정과제로까지 제시된 사안이 공익위원들의 반대로 이렇게 끝난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학습지 노동자는 이동과 대기, 상담에 많은 시간을 쓰지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국제노동기구(ILO)도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달 보수를 지급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국제 기준마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11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 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이번 부결이 단순히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넘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둘러싼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미선 부위원장은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보장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최임위의 의지 부족으로 방치됐을 뿐”이라며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 규탄 결의대회, 27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쟁취 결의대회, 7월 15일 총파업을 이어가고 하반기에는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개정과 사회보험 전면 적용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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