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휴전 합의”...“가자의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영구적 휴전’ 위한 국제 연대 절실... 한국 시민사회 오는 18일 전국집중행동 나서

지난 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구상’ 1단계에 합의하면서 10일 마침내 휴전 합의가 발효되었다. 이틀 뒤 13일에는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과 팔레스타인 인질 1,718명 등이 석방되었고, 가자지구에 구호품 반입 등 인도적 지원도 재개됐다. 이미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자행한 집단학살로 어린이 1만 8천여 명을 비롯한 팔레스타인인 6만 7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기근과 질병으로 고통을 겪으며 일과 삶의 터전 대부분을 파괴당한 뒤의 일이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서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고 선언했으나, 이 ‘뒤늦은’ 휴전 합의가 ‘영구적인 평화’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매우 불안한 형국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현지 시각 기준 15일부터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구호품 운송 트럭의 규모를 합의 수준의 절반으로 제한할 예정이며, 인도주의 시설과 관계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료나 가스를 가자지구에 반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귀환과 인도적 지원을 위해 같은 날 개방하기로 했던 가자지구 남단 라파 검문소도 계속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약속한 이스라엘인 시신 28구 중 8구만을 인도받은 것을 문제 삼고 있으며, 하마스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들 잔해 아래에서 주검을 찾아 인도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단계 철군 이후에도 여전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53%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며, 휴전 합의 이후에도 가자시티와 칸 유니스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독촉하면서 “하마스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해제시킬 것”이라며 “그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폭력적일 수 있다”고 압박했다.

과거 수 차례 휴전 합의를 파기하고, 집단학살을 재개했던 이스라엘과 그 ‘전쟁공범’들이 언제고 다시금 팔레스타인을 짓밟을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시민사회도 이번 휴전 합의가 “영구적인 휴전과 불법 점령 종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평화를 위한 더 너르고 강력한 국제적 연대를 이어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 포스터. 긴급행동 제공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오는 10월 18일 오후 4시 보신각에서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스라엘의 가자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전국집중행동일인 18일까지를 “온라인 연대행동 주간”으로 삼고 다양한 온라인 캠페인을 이어간다. 13일과 14일은 “팔레스타인 연대 물품 자랑의 날”, “연대 책 읽기의 날”을 진행했고, 15일에는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 해역 가스전 탐사권을 구매한 다국적 기업 ‘다나 패트롤리엄’의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석유공사에 집단학살 공모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행동을 벌였다. 16일에는 이스라엘 군수업체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참여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동조하는 군수산업을 규탄하는 연대 활동을 벌인다.

긴급행동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구성된 연대체로 한국 시민사회 306개 단체(10월 14일 기준)가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연대행동 주간 포스터. 긴급행동 제공

긴급행동 실무팀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혜 플랫폼C 활동가는 15일 <참세상>과의 대화에서, “이스라엘이 여전히 가자지구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 휴전 합의가 정의롭거나 지속가능한 ‘평화 협정’이라고 전혀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한 “트럼프는 하마스가 당장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폭력적인 방식으로라도 무장해제를 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고, 하마스를 배제한 임시 통제 체제를 수립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평화 구상안에 참여한 주요 인사 중에는 트럼프 사위이자 부동산 재벌 출신의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해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주도했었던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가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을 잿더미로 만들고 이제는 재건 사업을 통해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상황으로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의사나 권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모든 휴전 협정 이후에 가자지구에 폭격을 재개해 집단학살을 이어간 바 있다”고도 환기하면서 “이번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 불법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와 식민 지배의 완전한 종식,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권이 모두 지켜질 때까지 세계 곳곳에서 거리 시위 등으로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휴전 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이란 같은 이런 저항의 축에 대한 광적인 폭격을 하면서 이들을 무력화시키려 했고, 아랍 국가들이 이에 합의를 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한 것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가자 구호선단의 항해와 수많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이 휴전 선언을 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이어졌고, 이탈리아의 경우 항만 노동자들의 이스라엘 보이콧 행동이 200만 명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총파업으로  확대됐으며,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했었던 네덜란드 같은 경우도 2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연대 시위가 있었다”면서 “이같은 전 세계 시민들의 대규모 연대행동이 휴전에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시적 휴전’이 아닌 ‘영구적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대중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오는 10월 18일 전국집중행동에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너른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김지혜 활동가는 끝으로,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추방된 한국인 평화 활동가 해초가 한국을 떠나기 전 남긴 편지에 적었던 “수많은 민중의 연대로 자본과 군사가 만든 봉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문장을 환기하면서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 활동가는 “10월 18일 집회에 함께 모여서 우리의 평화와 안전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우리 연대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서로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10월 18일 집회에는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던 ‘천 개의 매들린호’ 선단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구금 후 추방돼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해초 활동가도 실시간 영상 통화로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 영문 포스터. 긴급행동 제공
이스라엘의 가자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 아랍어 포스터. 긴급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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