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일은 정치적인 충격이었고, 그 충격은 당일 밤의 트윗 하나로 잘 포착되었다.

"쿠오민탕 정부가 스태튼 아일랜드로 도망쳤다."(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도망쳤다는 중국 현대사의 사건을 쿠오모에 대입한 패러디)
맘다니는 시 전역에서 50%를 약간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뉴욕 전역에서 쿠오모(Cuomo)를 지지한 보수적인 표심도 존재했지만, 쿠오모식 조직 정치는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라는 외딴섬에서만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출처: <뉴욕타임즈>
맘다니의 극적인 승리는 두 가지 결정적인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첫 번째는 뉴욕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점거운동(Occupy)을 거치며 발전해온 급진적 정치 흐름이다. 빌 더블라지오(Bill de Blasio)의 시장직(2014~2021)은 워킹패밀리즈당(Working Families Party)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고, 2013~2014년에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운동이 있었다. 2016년에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대선 캠페인을 통해 미국민주사회주의자당(DSA)이 정치 세력으로 등장했으며, 그 중심지는 뉴욕시였다. 2010년대~2020년대의 뉴욕 좌파는 《자코뱅(Jacobin)》 같은 문화 콘텐츠와 선라이즈(Sunrise), 그린 뉴딜(Green New Deal) 같은 정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2018년 이후 전국적인 대표 인물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였다. 주 및 시 차원에서는 뉴욕주의 실질적인 권력이 집중된 올버니(Albany)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는 지루하고 힘든 싸움에 오랫동안 집중해 왔다. 뉴욕시에서 에릭 애덤스(Eric Adams) 행정부가 붕괴하면서 도시 차원에서 급진적인 대안의 문이 열렸다. 2023년 이후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보여준 정치 실패,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가자지구 정책은 이런 흐름에 추가적인 동력을 부여했다.
맘다니를 승리할 수 있게 한 또 다른 핵심 조건은 그가 뉴욕 시민 대다수의 핵심 관심사인 ‘생활비 부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이고 끈질기게, 탁월한 메시지 일관성으로 말해왔다는 점이다. 유권자 대다수가 단 하나의 물질적 문제에 이렇게 집중하는 상황은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다. 맘다니는 이 시기적 조건을 정교하게 활용했다.
누군가는 ‘생활비 부담’이라는 이슈가 일반적인 주제이며,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과장되어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가격 충격은 인플레이션과 다르며, 인플레이션 인식은 단순히 통계가 포착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언론 보도를 통해 형성된다.
그러나 뉴욕시에서는 데이터와 경험, 담론이 일치한다. 이곳에서 살아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생활비 위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민간 부문의 실질 시간당 임금 변화 그래프를 통해 이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그래프에서는 뉴욕시의 실질 임금이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약 15포인트나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평소처럼 시각 자료 활용이 날카로웠다. 뉴욕시의 임대료 인상 권고를 담당하는 렌트 가이드라인 위원회(Rent Guidelines Board)가 전 산업 평균 임금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서도 실질 임금 하락이 나타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그래프보다는 덜 심각한 수준이다.
출처: RGB
뉴욕시정문제연구소(Center for New York City Affairs)의 제임스 A. 패럿(James A. Parrott)이 작성한 도시 개발 비교 데이터는 뉴욕시가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실질 중위 가계소득이 뚜렷하게 감소한 미국 내 유일한 도시임을 보여준다.
출처: 뉴욕시정문제연구소(Center for New York City Affairs)
뉴욕처럼 분열하고 다양한 도시에서는 평균이나 중위 지표 모두가 쉽게 사람을 현혹할 수 있다.
분포의 하단을 보면, 컬럼비아대학교 빈곤 추적 연구팀(Poverty Tracker Research Group)의 최신 자료는 충격적인 빈곤율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팀이 약 3,000명의 뉴욕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충 빈곤선 100% 이하 소득을 가진 인구의 비율인 전체 보충 빈곤율은 2021년 18%에서 2022년 23%로 상승했다. 조사에 응한 성인의 보충 빈곤율은 5%포인트 상승했지만, 아동의 경우 10%포인트나 상승해 15%에서 25%로 올랐다. 이 보고서는 2022년 기준 보충 빈곤선 아래에 있는 뉴욕 시민 23% 외에도, 보충 빈곤선의 100~200% 수준에서 살아가는 시민이 33%나 된다고 추정했다. 즉, 뉴욕시민의 56%가 ‘빈곤 혹은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결론은 명확하다. 뉴욕시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빈곤하거나 저소득층이다. 충격적인 통계지만, 이곳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한편, 고소득층인 우리 일부는 대부분 믿을 수 없을 만큼 잘살고 있다.

불평등의 동력은 월스트리트다. 뉴욕주 감사원(State Comptroller)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2024년 뉴욕시 증권업계의 연봉 평균은 보너스를 포함해 7.3% 상승해 50만 5,630달러에 도달했고, 보너스 총액은 34% 증가해 475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직원 1인당 평균 보너스 24만 4,700달러에 해당한다. 증권업계의 평균 연봉은 뉴욕시 다른 민간 부문 평균 연봉(10만 1,760달러)의 거의 다섯 배이며, 두 번째로 높은 산업(웹 검색 포털 및 기타 정보 서비스, 31만 8,360달러)보다도 59% 높다. 뉴욕주 전체에서 이 산업의 평균 연봉은 48만 4,300달러로, 미국 다른 지역 평균(23만 8,200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원사들은 2025년 상반기 동안 임금, 보너스, 주식 보상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직원 보상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거의 10%를 더 지출했다. 수익 증가와 고용 안정성까지 결합하면서 올해 보너스는 작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부 부문마다 보너스 인상 폭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뉴욕시의 최신 예산 전망은 증권업계 보너스 풀 감소를 14%로 예측하지만, 디나폴리(DiNapoli) 감사원은 상반기 지표에 기반해 보너스 풀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당시 시장이던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는 뉴욕시를 ‘고급 브랜드’로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이는 1970년대 뉴욕의 재정 위기와 새로운 월스트리트의 부상으로 이어진 역사적 흐름의 결과로 현실화했다. 그러나 아무리 블룸버그식 관점에서 보더라도, 복잡한 도시 생태계를 고급 부티크와 궁전 같은 고급 콘도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압축하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2020년대의 뉴욕에서 이 구상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 구상은 눈에 띄는 빈곤의 현실과 충돌할 뿐 아니라, 생활비 위기에 직면한 중산층과 전문관리계층(PMC) 유권자들과도 충돌한다. 이들은 뉴욕시의 활발한 유권자층의 다수를 구성한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서 조너선 말러(Jonathan Mahl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 실존적 반발이자 전면적인 거부다. 40년 전이라면 ‘여피(yuppie)’였을 사람들이 지금은 힘겹게 살고 있다. 연봉이 12만, 14만 달러인 사람들이 뉴욕에서 상중산층답게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바로 맘다니의 지지자다.” 말러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 가정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려면 연간 최소 10만 달러가 필요하다. 그리고 유아 1명을 돌보기 위해선 연간 33만 4,000달러가 필요하다.” 뉴욕시 감사원에 따르면 보육 비용은 평균 연 2만 3,000달러를 넘고, 일부 지역에서는 훨씬 더 비싸다.
뉴욕에서는 중산층의 상당수가 저소득층 및 빈곤층(전체의 56%)과 일상적 경험과 관심사를 공유한다고 말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맘다니는 이 같은 공통된 경험에 응답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세웠고, 그 약속은 대중교통 무상화(시내버스 무료), 보육 접근성 확대, 임대료 규제 강화 같은 공공 서비스 개선으로 구체화했다.
‘공통된 필요’라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현대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건 낙인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증표다.
뉴욕 같은 도시에서는 정치에서 인물의 성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맘다니는 편안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지녔고, 이는 밀집되고 다양성이 높은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블룸버그가 도시를 고급 쇼핑몰처럼 관리하려는 시장의 이미지를 가졌다면, 맘다니는 ‘함께 사는 시민’으로서 사람들이 바라는 개인적 특성을 상징한다. 꽉 막히고 더운 지하철에서, 식료품점 줄에서, 반려견 공원에서, 자녀 학교에서, 우버 차 안에서, 맘다니와 쿠오모 중 누구와 마주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맘다니의 매력이다.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뉴욕 같은 도시에서 단순한 개인적 장점이 아니라 사회적 필수 조건이 된다. 매일의 삶을 삭막한 고행이나 소모적인 경쟁이 아닌 인간적인 것으로 상상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
맘다니의 비전은 젊은 세대와 최근에 도시로 이주한 이들에게 솔직하고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다. 뉴욕은 언제나 세계적인 도시였지만, 그 의미는 시대마다 달라졌다. 맘다니는 21세기형 글로벌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대표한다. 그가 무슬림 정체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은 1890년대, 1920년대, 1960년대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대이주 물결 속에서 도착한 이들을 위한 도시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는 거리에서의 인간적인 매력과 시청 운영은 별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맘다니와 그의 팀이 감당해야 할 다음 과제다.
맘다니는 자랑스럽게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내세우지만,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그의 정책과 공약은 명확하고, 온건하며,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내버스 개선에 7억 달러, 보육에 50억~80억 달러, 임대료 안정화 등이 그 예다. 다만 임대료 통제가 주택 건설 및 유지에 미치는 유인 저하 효과 같은 더 복잡한 문제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도시 경제 규모가 약 1조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뉴욕시에서, 이 예산 규모는 절대 과도하지 않다.
맘다니가 당장 직면한 두 가지 과제는 시 행정 시스템과 노동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뉴욕시경(NYPD)과 교사 노조 같은 핵심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야 한다. 이전 진보 시장이었던 더블라지오는 경찰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대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체험했다. 맘다니 역시 느린 ‘경찰 파업’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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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의 지출 계획은 결국 재정 정책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 주 및 시 차원의 재정 운영은 연방 정부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워싱턴의 재정 정책이 제약이 거의 없는 정치 싸움이라면, 주와 시의 재정은 균형 예산이 강제되고, 지출 목표와 재원 사이의 연결이 엄격하다. 맘다니의 재정 전략도 이 원칙에 맞춰져 있다. 그는 보육 확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과세소득 100만 달러 이상을 신고하는 약 9만 명의 고소득자에게 소득세를 2% 추가 부과하고, 기업세율을 7.5%에서 11.5%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인근 뉴저지주 수준과 유사하다.
《자코뱅(Jacobin)》지의 네이선 거스도르프(Nathan Gusdorf)는 한 기사에서 이러한 쟁점을 명확히 정리했다.
맘다니 임기 동안 가장 치열한 재정 전쟁터는 시가 아니라 주 단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공화당 다수당이 2025년 여름 통과시킨 재정 정책은 뉴욕주와 뉴욕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에게 대규모 세금 감면을 안겨주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방 정부의 사회복지 지원을 급감시켜 올버니(뉴욕주 수도)는 결국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세금을 인상하거나(대다수 민주당 의원도 반감을 갖는 선택), 기아와 건강보험 상실이라는 이중 위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올버니와 뉴욕시는 함께 협력해 트럼프 행정부가 선물처럼 준 감세 혜택을 되돌려 받아야 하고, 도시에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거스도르프에 따르면 “보육은 아마도 재정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제안일 것이다. 연간 25억~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주로 이용률과 보육 교사 보수에 대한 가정에 따라 달라진다. 임대료 동결은 직접적인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지만, 수익성이 낮은 임대 안정화 건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시에서 유지보수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또 700억 달러를 차입해 20만 채의 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은 장기적인 부채 조달 방식으로 수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연간 부채 상환 비용이 약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은 맘다니가 제안한 세금 인상으로 충당될 예정이며, 연간 약 10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기존 프로그램이 직면한 예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 인상과 신규 프로그램을 위한 세금 인상이 충돌할 가능성은 있지만, 뉴욕시와 주의 경제는 이러한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도시 예산 내에서 여러 진보적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민주주의적 재정 정책을 가로막는 반(反)조세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다. 만약 맘다니가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를 재정 위기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다면, 그는 단지 시내버스를 무료로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다시 정의하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를 1분 만에 설명하다 | 주 하원의원 조흐란 맘다니
[출처] Chartbook 415 Zohran Mamdani, New York City and the promise to revive social democracy in America.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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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