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주] 지난 16일 치러진 칠레 총선거에서 히아네트 하라(Jeannette Jara) 칠레공산당 후보가 26.8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칠레 트럼프’라고 불리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 공화당 후보가 23.92%로 2위에 올랐다. 칠레는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오는 12월 14일 결선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칠레는 오늘(11월 16일) 총선거를 치른다. 약 1,500만 명의 유권자가 1차 투표에 참여해 새로운 대통령, 하원 의원, 그리고 상원 의석의 절반을 선출할 수 있다. 2021년에 선출된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현 대통령은 연속된 두 번째 임기를 추구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시 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보리치는 2021년 선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전직 학생운동가였다. 투표가 의무가 아닌 자발적 방식으로 바뀐 이후 최고 수준인 56%의 투표율 속에서 당시 35세였던 보리치는 극우 정치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의 44%에 맞서 56%를 득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득표 비율이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보리치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공산당의 히아네트 하라가 이끄는 좌파 연합이 여론조사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그는 보리치가 그랬던 것처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우파 정당들이 표를 결집해 12월 2차 결선투표에서 카스트를 대통령 자리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칠레는 1인당 GDP 기준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칠레는 부유한 국가들의 모임인 OECD 회원국이며, 캐나다·멕시코·미국과 함께 NAFTA–USMCA 무역 블록에도 속해 있다. 그 결과 칠레의 실질 GDP 성장률은 일반적으로 라틴아메리카 다른 나라들보다 다소 빠른 편이었고, 그 결과 연이어 들어선 정부들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과 정치 이론가들은 이를 근거로 칠레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성공 모델이라고 주장하며, 칠레를 “아메리카의 스위스”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서사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만 상대적으로 그렇다. 더욱이 그 이득은 주로 칠레의 부유층에게 돌아갔다. 칠레의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만이 이를 능가한다. 칠레에서 하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세계 최저 수준의 나라 중 하나다. 소수 국가들만이—대부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인데—하위 10%의 소득 비중이 칠레보다 더 낮다. 그리고 이 비중은 지난 20년간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었다.
칠레의 상대적 경제 성과는 항상 구리와 광물 수출에 기반해왔다. 칠레는 30년 넘게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었고, 국가 전체 수출의 약 50%가 구리 관련 제품에서 나온다. 광업 부문은 칠레 GDP의 15%를 차지하며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구리와 광물 가격이 높고 상승할 때 칠레 경제는 더 좋은 성과를 내고, 그 반대일 때는 악화한다. 아래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칠레 자본의 수익성은 구리 가격 순환에 의해 움직여왔다.
세계 구리 가격 연간 변화율과 칠레의 내부자본수익률(%) 출처: Penn World Tables 11.0
1973년 피노체트(Pinochet) 장군의 군사 쿠데타 이후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기와 1980년대 초 세계적 침체 이후의 시기는 수익성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고, 그 덕분에 정권은 1980년대 동안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칠레는 1989년에 민주주의로 돌아갔고, 2000년대 상품 가격 호황은 2008~2009년 대침체까지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렸다.
칠레: 자본 내부수익률(%) 출처: Penn World Tables 11.0
2010년 이후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GDP, 투자,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었고, 코로나19 침체 이전부터 공공 서비스는 더욱 압박을 받았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보건 대란이 닥치자 경제는 붕괴했고, 그 충격은 소득이 가장 낮고 일자리 질이 가장 나쁜 계층에게 집중되었다. 팬데믹 침체가 끝난 뒤 구리 가격이 크게 급등했지만, 보리치 정부 기간에는 다시 거의 10% 하락했다.
좌파 연합이 패배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리치 정부가 칠레의 경제 구조와 사회적 불평등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공공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사람들은 민간 영리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연금 제도는 민간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대부분의 칠레 노동자들은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자신의 연금 저축이 지나치게 빈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칠레의 ‘대체율’(즉 평균 임금 대비 연금 소득 비율)은 다른 OECD 경제에 비해 매우 낮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상승한 생활비와 제한된 소득 증가, 낮은 연금이 겹치면서 많은 가구가 상당한 부채를 축적하게 되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매우 적어서 소득 재분배 수준은 거의 모든 OECD 국가와 많은 저소득 국가들보다 낮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람들의 삶과 생계에 가한 피해는 칠레뿐 아니라 많은 집권 정부들처럼 보리치의 책임으로 돌려졌다. 보리치는 광산 기업들에 맞서지 않았고, 자본이 가져간 이익을 조금 더 고르게 재분배하려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폭등하자 다국적 기업과 칠레 기업 부문, 의회, 언론은 끊임없는 공격 캠페인을 벌였다. 보리치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보리치는 범죄율 상승에서 베네수엘라발 이민 증가까지 모든 문제의 책임을 떠안았다. 수백만 명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칠레로 향하면서 이민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제 유권자들에게는 경제와 생활비보다 이러한 문제들이 더 크게 보이는 듯하다.
Activa는 10월 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나라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문제를 꼽도록 요청했다. 아래 차트는 각 문제를 지목한 응답자 비율을 보여준다. 범죄 46%, 이민 30%, 실업 21%, 보건 21%, 부패 20%, 마약 밀매 20%, 공공 안전 19%, 사법 제도 14%, 인플레이션/고물가 14%, 경제 13%
선거에서 우파의 주요 후보인 호세 카스트는 이러한 문제들을 놓고 트럼프식 방식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피노체트 전 독재자를 존경한다고 밝힌 카스트는 낙태권과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그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칠레 북부 국경을 따라 트럼프식 장벽—‘에스쿠도 프론테리소(Escudo Fronterizo, 국경 방패)’라 불리는 도랑과 장벽—을 건설하길 원한다. 카스트는 “칠레는 침공을 당했다 … 그러나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남미에서 또 하나의 중도좌파 정부가 결국 강경 우파에게 무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볼리비아에서 그랬고, 조만간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최근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표현을 빌리자면, 라틴아메리카는 “자유주의적 르네상스”를 겪고 있었다. 그는 향후 1년 동안 여러 주요 국가의 선거에서 보수 정부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푸른 물결’이 계속되길 바란다. 우리는 ‘붉은색’에 충분히 질렸다. 오늘날 세계는 새로운 형태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이끄는 블록, 러시아가 이끄는 블록, 중국이 이끄는 블록이 있을 것이다. 이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은 자신의 블록이 아메리카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는 그들의 가장 큰 전략적 동맹이다.”
[출처] Chile: another turn to the right?
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2025/11/16/chile-another-turn-to-the-righ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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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