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
DAILY CURATION
2026/09/07(월)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 1 | 내년 법인세 감면액은 32조8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77% 늘고, 그 가운데 대기업 몫이 49.9%에 이른다. 반도체 호황의 이익은 세금 감면표에서도 위로 흐른다. |
| 2 | 8년 전 김천 택배 파업 때 원청이 보낸 직영 기사를 막아선 조합원 10명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원청이 사용자가 아니니 대체근로 금지도 없다는 판결이다. |
| 3 | 남성이 한 해 1억203만 원을 벌 때 여성은 7,216만 원을 번다. 3천만 원에 가까운 이 격차가 올해 성별 임금 통계의 첫 줄이다. |
| 4 | 백악관은 한국이 ‘자원을 투입’하기를 기다린다고 했고, 이란은 그것을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오늘도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고, 청와대 앞에는 108개 단체가 모였다. |
| 5 |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국채금리 급등의 원인을 정부 지출 과잉이 아닌 공급 쪽 인플레이션과 위기 때 민간을 구제한 부채에서 찾는다. 사설 · 칼럼 비평에서 이어진다. |
함께 볼 기사 「반도체 호황에 법인세만 115조 더 걷혀…162조 ‘미래대응기금’으로」 헤럴드경제 · 09/01
함께 볼 기사 「반도체 ‘성과급 전쟁’, 초과이윤은 누구의 몫인가」 홍석만 참세상 · 04/24
함께 볼 기사 「예산은 93조 원 늘었다, 290만 노인의 연금은 멈췄다」 참세상 · 09/01
정부가 7일 국회에 낸 2027년도 조세지출예산서를 한겨레가 확인했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안 걷거나 깎아 주는 돈이다. 내년 조세지출은 104조9천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고, 그 가운데 가장 크게 늘어나는 항목이 법인세다. 법인세 감면액은 32조8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77% 늘어 2년 만에 2.7배가 된다. 전체 감면에서 법인세의 몫은 2025년 15.8%에서 내년 31.2%로 커지고, 소득세 감면의 몫은 60.8%에서 50.9%로 줄어든다.
늘어난 감면의 정체는 반도체다. 설비 투자액의 일부를 세금에서 빼 주는 통합투자세액공제가 올해 6조 원에서 내년 16조6천억 원으로 는다.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투자 공제율은 2021년 3%에서 20%로 올랐고, 연구개발비는 최대 40%까지 공제받는다. 재정경제부 분석으로 내년 국세 감면액 가운데 대기업 몫은 49.9%다. 2025년에는 16%였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몫은 70.4%에서 42.2%로 내려간다. 감면 총액이 커지는 동안 그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 바뀌었다.
같은 반도체 호황이 세입도 밀어 올린다. 예산안대로면 내년 법인세 수입은 216조7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15조 원 늘고, 그 가운데 162조 원은 ‘미래대응기금’으로 따로 떼어 둔다. 반도체가 낸 세금은 기금으로 가고, 반도체가 받을 감면은 전체의 절반이 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세액공제는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 투자를 유도하거나 돕기 위해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반도체 투자가 기업들의 자체 요구에 따라 충분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세액공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95조 원이었다. 투자를 안 할까 봐 깎아 주는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익은 반도체 두 회사와 그 주주에게 간다. 값은 두 갈래로 치러진다. 하나는 세금을 덜 걷은 만큼 비는 곳간이다. 같은 예산안에서 산업 · 에너지 예산은 29.7% 늘고 복지 · 고용은 9.3% 늘며, 기초연금은 290만 명에게 동결된다. 다른 하나는 기준의 이동이다. 소득세 감면의 몫이 줄고 법인세 감면의 몫이 는다는 것은, 세제가 월급 받는 사람보다 이익 내는 회사를 먼저 돕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참세상 홍석만은 4월에 반도체 초과이윤에 세금을 물려 임금 격차와 기후 대응에 쓰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첫째, 정기국회 세법 심사에서 반도체 공제율 20%와 연구개발 40%가 그대로 통과되는지다. 둘째, 미래대응기금 162조 원의 용처를 국회가 어디까지 들여다보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 대기업 몫 49.9%라는 숫자가 내년 결산에서 실제로 확인될 때 ‘부자 감세’ 논쟁이 다시 붙는지다. 호황이 끝난 뒤에도 공제율은 남는다. 그때 이 감면표가 누구의 것이었는지가 드러난다.
함께 볼 기사 「‘당근 알바’ 대신 ‘원청 계약직’ 하청 파업 대체근로자 활용법」 임세웅 매일노동뉴스 · 09/07
함께 볼 기사 「대법 “CJ대한통운, 택배노조와 단체교섭 의무 없다”」 파이낸셜뉴스 · 07/09
함께 볼 기사 「교섭 거부 처벌은 합헌인데, 원청은 반년째 교섭장에 없다」 참세상 · 08/31
함께 볼 기사 「경영성과급 · AI 도입 교섭 막나…금속노조 “노동3권 제한 지침 폐기해야”」 참세상 · 09/03
매일노동뉴스가 7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 2일 CJ대한통운 김천 택배 파업 사건에서 조합원 10명의 업무방해 유죄를 확정하고 2명은 파기환송했다. 2018년 11월 파업 때 회사가 직영 기사를 투입하자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들이 막아선 사건이다. 파업 중에 다른 사람을 넣어 일을 잇는 것이 대체근로이고, 노조법은 사용자의 대체근로를 금지한다. 1심은 직영 기사 투입을 대체근로 금지 위반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투입이 적법하다며 유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한 걸음 더 갔다.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이 없으니 CJ대한통운은 교섭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가 아니고, 따라서 대체근로 금지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같은 재판부는 7월 9일에도 같은 논리로 CJ대한통운의 교섭 의무를 부정했다.
지난해 개정돼 올해 시행된 노조법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규정했고, 8월 31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를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용자로 인정했다. 법과 노동위원회가 원청을 사장이라 부르기 시작한 그 주에, 대법원은 개정 전 사건이라는 이유로 원청은 사장이 아니라고 확정했다. 옛 사건에 옛 법을 적용한 판결이지만, 파업 현장에 닿는 메시지는 하나다. 원청이 보낸 사람을 막으면 전과가 남고, 원청이 사람을 보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같은 날 매일노동뉴스가 전한 현장은 판결이 그은 선보다 더 나가 있다. 현대글로비스 울산 사업장에서 금속노조는 7월과 8월 일곱 차례 파업했다. 2024년에는 회사가 중고 거래 앱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았다면, 올해는 ‘현대글로비스 계약직’ 사원증을 단 사람들이 들어왔다. 포스코도 8월 하청 파업에 정규직을 투입했다. 개정 노조법 43조는 파업과 ‘관련 없는 자’의 투입을 금지하지만, 원청 소속 노동자가 거기에 드는지는 조문이 답하지 않는다. 옛 법의 결론과 새 법의 빈칸이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원청이 사람을 보내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파업 첫날부터 대체 인력을 넣을 수 있는 원청은 교섭장에 앉을 이유가 없다. 현대차그룹 원청은 반년째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정부는 지난주 쟁의 범위를 좁히는 지침을 냈다. 값은 하청 노동자가 치른다. 김천의 택배 기사 10명은 8년 전 파업으로 전과를 안게 됐고, 울산과 포항의 하청 노동자는 파업을 해도 공장이 돌아가는 것을 본다. 금속노조가 내놓은 대응은 원청 정규직과 파업 시점을 맞추는 것이다. 법이 지켜 주지 않는 쟁의권을 조직으로 메우겠다는 뜻이다.
첫째, 개정법 시행 뒤 첫 대체근로 사건에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관련 없는 자’를 어떻게 읽는지다. 둘째,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낸 2명의 사건이 개정법의 취지를 조금이라도 반영하는지다. 셋째, 민주노총이 7일 시작한 전국 동시 농성이 시행령과 지침을 실제로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조문이 바뀐 뒤에도 현장의 힘 관계가 그대로면, 판결문은 옛 법의 이름으로 새 법을 이기게 된다.
지난 8월 22일 남위 60도에서 북위 60도 사이 바다의 평균 표면 온도가 21.1도로, 1979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종전 기록은 2024년 3월의 21.09도였고, 이번에는 바다가 식어야 할 8월에 나왔다. 붉게 물든 북대서양과 북태평양이 그 열이 어디에 쌓였는지 보여 준다. C3S 부국장 서맨사 버지스는 엘니뇨가 “수십 년의 인간 활동이 만든 온난화 위에” 열을 얹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가 평년보다 오래 뜨거운 상태로 머무는 해양 열파 일수는 1990년대 초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파병 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쌓이던 월요일 아침, 청와대 앞 회견장에서 예술공동체 마루가 퍼포먼스로 함께한 장면을 현장에서 바로 올렸다. 서울여성회도 같은 자리의 참여 보고를 남겼다. 성명서보다 먼저 몸이 모였다는 것이 오늘 시민사회의 답이다.
지금 청와대 앞에서 파병 반대 기자회견 중입니다. 마루도 퍼포먼스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예술공동체마루 (@art_maru_0623) 2026년 9월 7일
가자에서 집단 기아가 이어지는 동안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자체 제작물의 판매 수익에서 제작 실비를 뺀 전액을 가자 현지 구호 단체 사메르 프로젝트로 보낸다고 알렸다. 큰 구호 기구가 막힌 자리에서 작은 창구가 다시 열렸다.
7일 파주의 카페 냉동창고에서 실종됐던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점주가 붙잡혔다. 같은 날 경찰은 가정폭력을 피해 떠난 아내를 살해한 공무원에게 ‘보복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진숙은 이 나라 남자들이 “정말 끔찍이도 죽인다”고 썼고 1,500명이 공감을 눌렀다. 두 사건을 따로 떨어진 범죄로 볼지, 여성이기 때문에 죽는 하나의 흐름으로 볼지가 이 말이 던지는 물음이다. 경찰이 ‘보복 살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 흐름을 제도가 조금은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서울시의회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를 다루는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은 이를 ‘전장연 일자리’와 ‘청부 조례’로 불렀다. 전장연은 7일 성명에서 “그렇다면 장애인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리를 요구해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서울시가 폐지한 일자리에서 밀려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는 400명이고, 다른 13개 지자체에서는 1,686명이 같은 일자리에서 일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권리 옹호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임금을 받는 제도다. 국민의힘은 시의회가 오세훈표 청년 AI 예산 56억 원을 전액 삭감하고 그 돈을 전장연에 돌렸다고 공격하지만, 비마이너는 그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짚었다. 조례는 11일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거리에서 권리를 요구하면 ‘불법시위’라며 비난하고, 의회와 대화하며 조례라는 민주적 절차로 권리를 제도화하려 하면 ‘청부’와 ‘야합’이라 공격합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sadd0420S) 2026년 9월 7일
9월 10일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서 시행되는 이사 선임 방식이다. 주주는 뽑을 이사 수만큼 표를 받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지금까지 이사회는 대주주가 고른 사람을 표결로 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고, 그래서 ‘거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액주주가 표를 모으면 이사 한 사람은 앉힐 수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대주주가 독점하던 이사회 구성에 처음으로 틈이 생긴다. 이 제도가 흔드는 것은 회사를 누가 대표하느냐를 정하는 권력의 구조다. 재계가 시행 직전까지 실효성을 줄이려 애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국 노동절에 샌더스는 200년 동안 노동조합원들이 감옥에 가고 목숨을 잃으며 얻어 낸 것이 “수백만의 괜찮은 임금, 8시간 노동, 아동노동의 종식”이라고 썼다. 같은 날 한국에서는 민주노총이 원청교섭과 쟁의 범위를 걸고 전국 농성에 들어갔다. 샌더스의 말은 미국을 향하지만, 한 번 얻은 권리를 지키는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같은 날은 닮았다.
This Labor Day, let's continue the fight for an economy that works for all of us, not just the 1%.
— 버니 샌더스 (@BernieSanders) 2026년 9월 7일
1. 파병 반대는 오늘 성명과 거리에서 동시에 나왔다. 전진은 「자본가들을 위한 파병을 즉각 중단하라」에서 “그 어떤 이름을 붙이건 이재명 정부가 준비하는 것은 침략전쟁 참전”이라며, 전쟁 산업의 이윤은 자본이 가져가고 위험과 비용은 노동자 민중에게 넘어온다고 썼다. 녹색당은 긴급 기자회견 논평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국제법상 불법적 전쟁”이라며 군대와 무기 대신 외교와 휴전 촉구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앞 회견에서 노동당 이백윤 공동대표는 정부가 군수지원함과 초계기라고 부르더라도 “어떤 이름을 붙이든 파병은 전쟁 참여”라고 했다. 세 입장은 명분의 이름을 문제 삼는 데서 하나로 모인다.
2. 노동 쪽 입장은 오늘 서울노동청 앞 농성장에서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원청교섭 시행령 · 해석지침 폐기! 특고플랫폼 노동자성 쟁취! 메가특구 노동개악 저지!」 성명으로 전국 동시 농성에 들어가며 세 가지를 요구했다. “원청교섭 가로막는 시행령 · 해석지침 폐기하고 원청교섭 보장하라”, 노동쟁의 대상 제한 지침과 메가특구법 폐기, 그리고 특수고용 ·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정의 조항 확대다. 성명은 870만 특수고용 · 플랫폼 · 프리랜서 노동자 가운데 교섭이 진행되는 곳이 39개에 그친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3.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두고 여성의 눈으로 본 자격론이 더해졌다. 노동당 여성위원회(준)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판결과 변호를 거듭해 온 김승원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라」에서 판사 시절 피해자의 성도덕을 감형 사유로 삼은 판결과 2012년 · 2017년 미성년 피해 사건의 가해자 변호 이력을 열거하고 “당신이 이야기하는 인권의 범위에 성폭력 피해자도 포함되었는가”라고 물었다. 보수 언론이 신약 청탁을 따지는 동안, 이 성명은 판결문을 따진다.
한편 녹색당은 6일 월성 핵발전소 곁 나아리 주민들의 12년 천막농성이 정리된 소식을 전했다. 논평은 “정부가 나아리 주민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할 때까지” 다른 방식으로 싸움을 잇겠다고 밝혔고, 환경운동연합은 7일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화석연료인 가스에 ‘청정연료’라는 이름을 붙이는 정부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세계 국채 수익률이 2008년 이후 최고라는 사실은 여러 매체가 전했지만, 원인을 넷으로 나눠 통념을 하나씩 걷어 낸 글은 드물다. 네 원인은 인플레이션, 정부 부채, 민간 투자 수요, 불확실성이다. 로버츠는 “인플레이션 상승은 ‘과도한’ 정부 지출이나 임금 인상의 결과가 아니라 공급 측면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정부 부채는 2008년과 2020년에 민간을 구제한 결과라고 짚는다. 채권시장이 무너진다는 공포는 긴축과 임금 억제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기 쉽다. 이 글은 그 공포의 비용을 누가 치렀는지부터 다시 묻는다.
세입자를 앞세워 다주택자의 길을 넓히자는 사설이다. 82주 연속 상승과 착공 목표 미달은 사실이고, 정부가 그 책임을 피할 길은 없다. 사설은 여기서 “부실 공급 대책의 피해는 주거 취약 계층인 세입자가 먼저 치르고 있다”고 쓴다. 그런데 처방으로 내놓는 것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재건축 · 재개발 규제 완화, 곧 집을 가진 사람의 길을 넓히는 것뿐이다. 월세 160만 원을 내는 사람에게 공공임대나 임대료 규제라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세입자는 이 사설에서 정부를 때리는 근거로만 등장한다.
녹취록 속 청탁 정황과 검증 실패는 사설이 옳게 짚은 대목이다. 청와대가 몰랐으면 붕괴고 알고도 지명했으면 무력화라는 양자택일도 날카롭다. 그런데 이 사설이 김승원 후보자에게 묻는 자격은 신약 청탁 하나뿐이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거듭 집행유예를 내린 판결 이력은 노동당 여성위원회의 성명에는 있고 이 사설에는 없다. 인사 시스템의 고장을 말하려면 어떤 기준이 빠져 있었는지가 함께 나와야 한다. 사설이 찾는 것은 빠진 기준보다 특정인의 이름이다.
지난해 3,500억 달러 합의에 없던 메모리 공장 건설 요구가 새로 얹혔다는 사실 관계는 정확하고, 고율 관세가 미국 빅테크의 비용으로 먼저 돌아간다는 지적도 맞다. 사설은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대신 관세 면제를 얻는 ‘윈윈’을 제안한다. 같은 날 참세상에 실린 임란 칼리드의 글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기업 82%가 수출허가를 기다리는 사이 중국과 비미국 업체가 그 자리를 채울 준비가 됐다고 답했고,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미국 장비를 자유롭게 들여오던 자격을 잃은 뒤 중국 장비를 검토한다. 지렛대는 미국만 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지렛대를 정부와 재벌이 어느 쪽으로 쓰느냐다.
10일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되는 집중투표제를 대주주 독점을 견제할 장치로 자리매김한 사설이다. 재계가 시행 직전까지 실효성을 줄이려 한 움직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은 대목이 핵심이다. 다만 사설은 그 견제가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진다고 쓰는데, 소액주주의 힘이 커지는 것과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몫이 커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다음 사설이 물어야 할 질문이다.
- 덧붙이는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