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UN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관리 회동
북미간의 이른바 ‘뉴욕 채널’이 재가동 됐다. 6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에서 박길연 UN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와 한상렬 차석대사와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 특사와 제임스 포스터 한국과장이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미주기구 회의에 참가중인 션 맥코믹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구체적 접촉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지만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했다.
이로서 북미 간 공식적 외교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뉴욕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UN대표부와 미국 관리들의 접촉 창구를 일컫는 이른바 뉴욕 채널은 지난 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재가동 된 셈이다.
지난 달 13일 한성렬 차석대표와 디트러니 대북 특사의 전화 통화 이후 간간히 ‘뉴욕 채널’이 곧 재개통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가운데 지난 달 22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대변인은 “미 국무부 대표가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 대표부에 찾아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주권국가 인정과 불침 의사 등 이미 알려진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고 13일의 접촉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는 미국 쪽의 태도를 계속 주시할 것이며, 때가 되면 우리의 입장을 뉴욕 접촉선을 통해 미국 쪽에 공식 전달하게 될 것”이라 밝혀 뉴욕 채널 재가동의 가능성을 한 층 높인 바 있다.
부시의 ‘미스터 김정일’ 발언으로 대화 분위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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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출처: CNN] |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자가 확정 발표된 이후인 지난 달 31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지칭하며 유화적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지 3일 후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스터’라는 호칭을 ‘선생’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보도에 의하면 미국 대통령 부시가 지난 5월 3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 최고수뇌부에 대해 ’선생’이라고 존칭했다”며 “우리는 이에 유의한다”고 평가하는 한편,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한 발언이 대조선(對 朝鮮 )정책을 혼미한 상태에 빠뜨린 미국 내 강온파 사이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면 6자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미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를 앞둔 뉴욕채널의 재가동이 교착 상황에 빠져 있는 북미관계가 유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징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CNN은 익명의 미 고위 관료가 “미국과 북한의 메시지 교환은 협상이 아니라 창구 유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고 전해, 기대에 찬 물을 끼얹었다.
익명의 미국 관료 찬물 끼얹기 나서, 미국의 속내는 과연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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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을 방문중인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출처: AP통신] |
CNN은 이어 이 익명의 고위 관료가 “우리는 6자 회담이 (아무 전제 조건 없이) 즉각 재개될 것을 계속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해 ‘뉴욕 채널’의 재가동을 평가 절하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몇 주안에 북핵문제를 UN안보리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달 31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시한은 없다”며 유화적 제스춰를 내놓은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으로 미국 정부가 6자 회담의 가시적 전망이 신속히 다오지 않을 경우 결국 ‘안보리 회부- 경제 제재를 비롯한 비군사적 제재- 긴장 격화’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태국을 방문중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럼스펠드는 “우리의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고, 국무장관도 그리고 나 역시 언급한 바가 있다”며 “따라서 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안보리 회부 여부를 곧 결정한다)은 부정확하고 잘못된 것이라 판단한다”며 강한 어조로 기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 3월 미국은 북한 문제를 UN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뉴욕 채널’ 재개를 앞다퉈 보도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 역시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북한이 실질적 협상에 임할 준비의 조짐이 보였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한미정상회담 현안을 사전 협의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미 당국이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 내의 강온파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발언, 디트러니 대북 특사의 ‘북한 주권 인정’ 발언등 일련의 유화 제스처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은 ‘UN안보리 회부’등의 초강경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협상하겠지만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뉴욕 채널’ 재개에 대한 콘돌리자 라이스의 싸늘한 평가가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 한다.
615 남측본부 대표단이 가져 오는 소식으로 짐작 가능할 듯
한편 ‘뉴욕 채널’의 실질적 평가에 따라 북측의 일방적 규모 축소 요구로 난항에 빠진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의 정상화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북측은 미국의 긴장격화 때문에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기 힘들다며 당초 70명 규모였던 공식 대표단은 30명으로, 615명 규모로 합의했던 민간대표단은 190여 명으로 줄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공식 대표단은 줄일 수 있지만 민간 대표단 규모를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백낙청 남측준비위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준비 대표단이 지난 4일 방북한 바 있다. 7일 오후 돌아오는 남측 대표단이 가져오는 소식으로 ‘뉴욕 채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