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언론 보도, 학교 폭력보다 위험하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 실업자 1천만 명, 등교 거부 학생 80만 명, 교내 폭력에 의한 순직교사 1,200명. 이에 위협을 느낀 정부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법률을 제정한다. 바로 배틀 로얄법. <BR법>이라고도 하는 이 법은 일 년에 한 학급을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발, 무인도에 3일 동안 가둔 후 최후의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게 하여 학생들을 위협하겠다는 끔찍한 법률이다.’위 내용은 일본영화 ‘배틀 로얄’의 시놉시스 일부분이다.

말도 안 되는 영화의 내용일 뿐이라고 여기지 말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상황이 지금 이 사회, 우리 주위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교육부와 경찰청 등 5개 정부부처가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 운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언론은 연일 가공할 만한 폭력집단인 일진회 기사를 터트리고 있고 경찰청 등은 이를 받아 학교 폭력에 대한 응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곧 인터넷 싸이트 등에는‘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데, 경찰관이 지켜보고 있다, 쓰레기통을 버리는 쓰레기터에 CCTV가 감시하고 있다, 친구들과 학교동아리모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임을 하라고 한다, 청소년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폭력을 저지르고 폭력서클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미리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는 청소년들의 절규가 쏟아질 형편이다.

이보다 더 폭력적인 방식이 어디에 있을까? 청소년들은 학교를 통해 스스로 범죄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자기 검열 장치를 내면화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폭력은 폭력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는 보호 장치를 교육받게 될 것이다. 이런 대책은 무인도에 학생들을 가둬두고 서로 죽이게 만드는 축소판 베틀 로얄일 뿐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담화문과 연이은 대책의 내용은‘경찰 물리력을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일진회를 단속하고, 자신 신고 기간 동안 고발 및 접수를 받는 한편 학교 내 경찰관을 상주시키고 취약지역에 CCTV를 설치하고 폭력예방 교사 및 학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총기난사 등 폭력 사태로 문제를 빚고 있는 미국은 학교 폭력에 대응하는 문제를 '학생들이 폭력과 총기를 휘두르는 것은 예민한 청소년기에 과중 되는 학업부담과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과 공포, 가정불화 및 사회에 대한 반항과 정신질환 등이 빚어낸 결과’라며 사회공동체 성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섹스와 마약, 총기와 폭력으로 젖어있다고 조롱받는 미국조차 그들의 청소년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럴진대, 우리 당국은 학기초에만 빤짝하고 말, 오래가지도 않을 관심으로 학교 안팎의 모든 청소년들을 범죄인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금 벌어지는 학교폭력 폭풍에 대해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하거나 가해를 당했다는 수동적 존재로써의 청소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이 어떤 형태로 다루어지고 자신들이 어떤 존재로 취급되는지 청소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한 스스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청소년들은 그러한 기회를 단 한번도 부여받지 못했고 자신들의‘인간 권리 선언’에 대해 늘 박해를 받아왔을 뿐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청소년을 범죄자로 보고 학교 안에 경찰들을 상주시키는 대책이 아니라, 폭력적 위계 사회인 학교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고 청소년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일에 참여하고 결정할 권리를 되찾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아닌 교사, 학부모,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든 사람들이 모여,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학교가 변해야 청소년이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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