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웃으라고 보낸 꽁트에서 강간 등 성폭력 행동 희화화



노동부에서는 고용정보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워크넷(www.work.go.kr)가입회원들에게 이메일뉴스레터 WORK-NET JOB NEWS를 발행하고 있다. 그중 마지막 꼭지는 ‘웃어보아요’란 제목으로 재미난 꽁트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4월 둘째 주 발행된 31호에 소개된 꽁트는 웃음은 커녕 오히려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충격적이었다. 첫 기사로󰡐여성고용촉진차별시정에 관한 정책토론회󰡑등의 기사가 실린 31호 뉴스레터 ‘웃어보아요’ 코너에는 법대 생 둘이 공부를 하면서 강간과 간통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만큼 공부를 했는지 따져보는 내용의 꽁트가 실렸다.

'법대생 그들만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글은 『학생1: 강간은 쉬워서 그런지..1시간 했더니.. 강간 치상이랑 강간치사까지..한 큐에 끝냈어... 학생2: 오~~~~ 장난 아닌데..옆의 여학생: (으악...자리 잘못 잡았다...)』라는 식의 대화를 하는 내용이다.

이것은 법대생 들이 도서관에서 자신들의 학습 진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듣는 사람이 오해한다는 설정으로 유머를 유도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반여성적인 사회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특히 강간 등 엄청난 범죄를 희화화함으로써 강간이 주는 여성 인권 침해와 이를 듣는 여성들의 공포를 한낱 우스개 꺼리로 치부하고 말았다.

남성사원들이 직장 내에서 여성사원들에게 이와 같은 농담을 했다면, 이것은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것을 정부부처인 노동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유머코너에 이런 글을 실어서 발송했다는 것은 여성인권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냄으로써 글을 읽은 수 십, 수 백만 명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인 언어 성폭력을 자행한 것이다.

결국 ‘여성고용촉진차별시정'의 중요한 임무를 가진 노동부가 이런 식의 여성 인식을 가졌다는 것은 노동부가 과연 자신들의 고용업무에서 여성차별시정 의지가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편 공공기관은 성희롱 방지를 위해 연 1회 이상의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노동부장관과 Work-net job news 발행 부서 장은 직원들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는 했는지, 교육을 했다면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형식적 수준에서만 그치고 만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결코 성폭력이란 여성 몸에 대한 접촉이나 물리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언어적 ·심리적 폭력 모두를 지칭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부처의 여성인권의식이 얼마나 저급하고 반인권적인지 드러내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이번 사건을 work-net job news 해당 기사 삭제 수준에서 무마할 것이 아니라 노동부 장관 명의로 공개사과를 하고 관련 부서 간부들을 포함한 전 직원에 대해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노동부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태그

성폭력 , 노동부 , 워크넷 , 희화화 , 고용정보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다산인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