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수감자의 개인정보가 술술 새고 있다

수감자의 인권문제는 개인정보차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를 면회하는 과정에서, 또 재판과정에서, 수감자의 개인정보인권이 아무렇지 않게 침해되고 있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문을 찍지 않으면 영치금을 쓸 수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원구치소에 수감중인 다산인권센터의 자원활동가가 면회를 간 내게 "매일매일 지문날인을 하지 않으면 영치금과 물품을 받지도 못할 뿐더러, 영치금 금액이 얼마인지도 확인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 무슨 규정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영치금 금액 확인을 위해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지 여기저기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치금품관리규정'에 관련조항이 있었다. 영치금품관리규정 제14조 2항에 영치금으로 물품을 구입할 시에 "영치금사용신청및교부서"에 기재하고 수용자 본인의 손도장(지문날인)을 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이와 같은 지문날인의 이유가 '문제 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인확인'을 위한 용도로 반드시 '지문날인'을 해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가 않다. '본인확인'을 위해서는 '서명' 등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문날인'만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미 서울구치소 및 다른 구치소에서는 '서명'을 이용하여 '본인확인'의 시도를 한 예도 있었다. '본인확인'의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수감자'라고 해서 이러한 '개인정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비롯된 관행이 아닐까.

재판장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재판이 열리는 수원지방법원 210호 법정. 법정에 들어서니 다른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판사는 수감자에게 "이름은요?", "주소는요?", "주민등록번호는요?"라며 개인에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수감자가 눈물을 훌쩍이며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판사는 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세요!"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결국 수감자는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방청객들도 똑똑하게 들을 정도였다. 수감자의 개인정보를 방청석에 앉아 있는 내가 들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갔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물론 그렇지 않겠지만, 방청석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수감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적어서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법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되고 있는 개인정보들을 통해 온/오프상에서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판장에서 단지 '수감자'란 이유만으로 위험천만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지 '본인확인'을 위해서라면, '서면'으로 써서도 간단히 확인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무심코 앉아있던 나는 의도치 않게 수감자의 개인정보와 함께 그분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다 알 수밖에 없었다.

현재 다산인권센터는 '영치금 수령 시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문제'와 '재판 시에 개인정보를 구두로 물어보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한 상태이다. 개인정보보호의 여론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안 마련과 동시에 여러 가지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 수감중인 사람에게는 여전히 개인정보인권의 문제가 둔감하다. 수감자의 개인정보인권에 반하는 규칙이나 관행은 뜯어고쳐야 한다. 그 누구의 개인정보도 함부로 다루어질 수 없다. 그건 그들에게 반드시 지켜져야 할 프라이버시, 바로 인권이기 때문이다.

박김형준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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