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진찍을때 물어보세요"

“야! 똑바로 앉아봐. 사진 찍게” “야! 손 내려. 얼굴이 안 보이잖아.”

어느 지역의 청소년인권교육을 하러 갔을 때였다. 청소년들과 함께 ‘인권이란 무엇일까?’를 함께 토론하고 있는데, 청소년인권교육을 의뢰한 담당자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와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한 청소년이 “이거 인권침해 아닌가요?”라며 문제제기를 했으나, 담당자는 아랑곳 않고 결국 사진을 찍었다.

요사이 디지털카메라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각종 토론회나 교육시간에 사진을 찍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사진 촬영에 대한 인권의식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인권단체활동가들 역시 사진촬영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무딘 편이다. 한 인권단체가 인권강의 프로그램에서 강의자들에게 사전동의 없이 비디오 촬영을 했다가 문제제기가 있는 이후에야 사과를 했던 적도 있다. 또한 얼마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사회단체활동가들의 인권캠프에서도 360도 회전CCTV가 캠프장소를 비추고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찍고 있는 강의영상이 이후에 인터넷에 올라가는지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사진은 누군가에게 찍히게 되면, 제3자에 공개되거나, 인터넷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공개된 토론회나 교육시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공간에 공개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사진을 찍을 때에는 참가자들의 동의과정을 밟아야 한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경우,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이 누군가에게 공개가 된다면 이는 강제적인 아웃팅이 될 것이며, 강의를 한 사람에게도 폭력이 될 것이다.

언젠가 한 청소년이 교육기획을 한 담당자가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 제12조(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의 항목을 들어, “우리에게 한번 정도 물어봐 주세요”라고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정확한 지적이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할 때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며,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설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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