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서울 에어쇼 2005’ 다시 보기

지난달 13일 유럽 평화운동의 관심은 영국 런던의 한 선창지역으로 일제히 집중되었다. 이곳에 있는 한 국제전시회장에서 유럽 최대의 국제 무기 박람회 DSEi(Defence Systems & Equipment International)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년마다 한 번 씩 열리는 DSEi는 그 규모도 규모지만 특히 세간의 관심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테러범들이 여객기를 타고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향하고 있을 때 미국, 이스라엘, 영국은 14개국 이상의 아랍 국가들과 함께 DSEi에서 무기 쇼핑을 하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 수많은 행사들이 그 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취소되었지만, 그 곳에 모인 각국의 각료들과 무기거래 상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4일 동안이나 거래를 계속했다. 테러지원 국가라고 비난받던 국가들도 이 기간 동안은 당당히 구매자로서 초청 받아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소위 자유 수호 국가들이 주장하는 정의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그리고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무력분쟁과 인권유린의 이면에 세련되게 치장된 거대한 폭력생산시스템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국제적인 무기거래의 해악과 반 인권적 성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지적되어 왔다. 이는 단순히 국가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분쟁소지가 존재하는 지역으로의 무기 수출은 분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직접적인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콩고의 금,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라이베리아의 목재는 당면한 경제 및 사회개발에 쓰이기보다는 뒷거래를 통해 무기와 맞바꿔진다. 환경, 건강,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자원과 재정이 거대한 살상산업의 순환 고리에 끝없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기는 사용되기 전부터 사람을 죽이고"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 분쟁지역과 저개발 국가로의 재래식 소형 무기 유입이 심각한 국제 인권문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한국도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05-09국방재정운용계획안>에 따르면 74년에서 2004년까지 방산 물자 수출로 약 3조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자세한 통계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산비행기나 자주포 등 고가장비가 불과 몇 년 전부터 일부 국가에 소량 수출된 것을 감안한다면(이 역시도 인도네시아와 터키에서 아체와 쿠르드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사용됐다) 국내 수출 무기는 소형화기, 탄약, 최루탄 등 재래식 무기가 주종을 이룬다는 것을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였을까. 지난 18일부터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서울 에어쇼 2005'가 열리고 있다. 국내외 최첨단 항공기술을 총망라해서 보여준다는 이번 행사는 그러나 단순히 볼거리 많은 "쇼"가 아니다. 화려한 곡예비행과 휘황찬란한 전시물 뒤켠에서는 추악한 무기거래 커넥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름만 '에어쇼'지 군용차량, 탱크 등 온갖 지상 무기도 거래되고 있다. 씁쓸한 것은 이러한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행사 관계자는 너무도 당당하게 TV에 나와 무기수출 한국을 자랑하고 있다.

파병 당시 국익 논리가 그러했듯이 방위산업선진국이라는 명분 또한 인권의 가치에 있어 그리 녹녹치 않은 벽인 듯하다. 멋지게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전투기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 성남 비행장을 보며 불과 얼마 전 같은 자리에 가득 찼던 전쟁 반대 목소리를 아쉬워해 보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용욱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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