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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코닝수원사업장, 라인 폐쇄 비정규직노동자들 대거 정리해고 중

삼성코닝수원사업장이 제조업라인을 폐쇄하면서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강행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코닝수원사업장에서 도급형식으로 일하고 있는 삼신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삼성코닝측에서 일방적으로 지난 10월9일자로 브라운관 전면유리검사공정인 KO3라인을 폐쇄조치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겼다. 삼신측은 KO3라인에서 일하던 33명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강요하면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24일 오후5시까지 명예퇴직을 신청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에 반발한 28명의 사원증을 빼앗고, 삼성코닝으로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은 25일부터 삼성코닝 앞 정문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거리로 내쫓긴 이들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길게는 22년째 삼성에서 일했으며, 삼성코닝 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지난 98년 IMF 이후 삼성측에서 인건비 절감을 내세워 제조라인을 대대적으로 분사시키면서 비정규직노동자로 전락했다.

이들은 "어떠한 보상도 없이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4년동안 시급을 동결하는 등 월급을 대폭 삭감하더니, 이제와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라인을 폐쇄하고 하루아침에 내쫓는 삼성측의 행태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면서 "삼성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 익히 들어왔지만, 정말 이렇게 비열하게 노동자들을 짓밟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노동자들은 "삼성이 우리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이제는 해고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라인을 폐쇄하기 하루 전날, 이같은 사실을 공지했으며, 정리해고에 대해서 노동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사측이 노동자들의 반발을 예상해 사측 과장을 노조위원장으로 하여 지난 10월11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 정리해고 소문이 돌면서 노조설립을 위해 수원시청에 갔는데, 이미 삼성코닝측과 사측 사람들 30여명이 시청 안에서 막았고, 며칠 뒤 어용노조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위원장과 1명의 조합원은 라인이 폐쇄된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사측은 무단결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편 삼신주식회사는 삼성코닝의 위장도급업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신소속 노동자들은 삼성코닝노동자들과 동일한 일을 하며, 삼성코닝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매일 일일업무보고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채용시 삼성코닝으로부터 신원조회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KO3 라인폐쇄에 따른 인력조정과 관련해서 삼성코닝이 직접 관여했다는 문서가 발견됐다. 이 문서는 삼성코닝이 지난 9월22일자로 삼신측에 '검사공정 인력조정 변경 통보건'이란 제목으로 보낸 공문으로, KO3라인 폐쇄에 따라 삼신 측 90명 가운데33명을 조정(구조조정)할 것과 조정대상의 세부 인력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 문서는 삼성코닝이 삼신측 노동자들의 출퇴근과 업무, 심지어 인력배치까지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제조업 파견을 금하고 있는 현행 법에 위배되는 불법파견임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28명의 노동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꾸고, 1인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싸울 계획이다.

한편, 삼성코닝수원사업장은 내년말까지 공장을 폐쇄한다는 계획하에 KO3라인 폐쇄에 이어 내년 2월경까지 KO4라인 폐쇄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코닝에는 삼신을 비롯해 6개 분사업체가 있으며, 이들 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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