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칼럼] 하찮은 일용직 건설노동자 주제에..

미수의 ‘불안이 일상인 사람들’ 세 번째 이야기


미수


 비정규직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킬 때도 그랬고, 이라크에 파병군을 보낼 때도 그랬고, WTO/한미FTA 협상, 평택미군기지 확장 등등 굵직굵직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총파업을 선언하곤 했습니다.
 처음으로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으로 막아내겠다! 사활을 걸자!” 민주노총 지도부의 말을 들었을 때, 말로만 들었던 87년 대투쟁 혹은 96~97년 총파업과 같은 싸움이 다시 한번 벌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연일 반복되는 말뿐인 총파업과 매우 형식적인 것처럼 보여 지는 투쟁들, 오히려 폭발하는 대중투쟁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민주노총 중앙지도부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면서 나 역시도 ‘이러다 말겠지...’라는 관성에 젖어 들어갈 무렵이었습니다.

 그 무렵, 건설현장에서도 파업이란 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당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하루총파업만 성사시켜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이었다고 고해성사를 했고, 해당시의 지방자치단체나 경찰도 하루나 제대로 모일 것 같냐는 비아냥거림을 흘렸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6월 1일 대구지역에서 2000여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했고, 32일간의 처절한 싸움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포항/울산/부산 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벌여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포항지역의 건설노동자 파업투쟁이 두 달이 다되어 가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그/녀들이 왜 파업을 하고 있는 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포스코라는 거대기업을 점거했다더라, 하중근이라는 한 조합원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죽었다더라 하는 사건들만이 세간을 잠시 들썩이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녀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이 일한 댓가를 중간에서 착복하는 구조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폐지하라는 것, 최저낙찰제를 악용해 도급단가를 낮추고 종국에는 노동자들의 노임이 바닥을 치는 구조에서 임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라는 것, 시공참여자라는 사장 아닌 사장(특수고용직 노동자)을 세워놓고,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원청(하청)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 12~13시간의 장시간 노동이 힘들어 죽겠으니 8시간만 노동하게 해달라는 것, 우리가 아무리 하찮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회사를 상대로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 정도입니다. 그 어느 누가 들어도 노동자라면 요구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하는 건설노동자를 대하는 정부와 자본의 태도는 참으로 더럽습니다. “자기들이 건설일용직이라는 본분을 잊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포항시장의 말 속에서 하찮은 노가다 주제에 가당찮은 요구를 하고 있어 우습지도 않다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는 파업투쟁에도 협상 한번 제대로 않는 포스코 자본이나, 포스코의 사주에 넘어가 파업사태 해결은커녕 보수지역언론과 짝짜꿍이 되어 포항노조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포항시, 살인무기를 소지하고 파업파괴에 동참하면서 결국엔 하중근이라는 한 조합원을 죽여 놓고도 죽이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부검결과를 가족에게조차도 공개할 수 없다는 경찰, 70여명이라는 대규모 구속을 감행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에서 굴욕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검찰의 기획수사로 전국의 지역건설노조의 활동가들이 구속/수배되면서,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건설노동자 투쟁이 원천 봉쇄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적당히 써먹고 나가라고 하면 되던 때가 그리운 것 같습니다. 시기마다 실업군을 흡수해 어느 정도 완충지대가 되어주던 건설현장에서조차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라고 하니 적잖이 당황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찮은 건설일용직 주제에 감히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임금인상과 8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가당찮게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바꿔내라고 하니 정치력이 확장될까 두려워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건설노조부터 싹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도 하찮은 존재라 여겨왔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감히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아온 것이 건설노동자들의 본분이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포항 지역의 투쟁이 지역만의 투쟁이 아닌, 전국적인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기에 반드시 승리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차라리 죽여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서..

*미수님은 경기서부 건설노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