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언제까지 장애인의 삶을 시설에 가둘 것인가"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운동에 대하여


최성규


  “성람재단 비리척결/ 비리이사진 전원 해임/ 민주 이사진 구성!”
  “사회 복지 사업법 전면개정!”
  “인권유린 성람재단 비호하는 종로구청/경찰 불법폭력 규탄!”

 서울 한복판 종로구청 앞. 숨막힐 듯한 회색의 건물들 사이에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를 온몸으로 견디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야말로 목숨을 내걸고 농성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면 단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그곳에서 구청 직원과 경찰에게 무차별 침탈과 폭력을 수차례 당하며 부상당한 이들은 병원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은 거리에서 잠 못 이루길 37일째. 농성 물품이 모두 부서져도, 겨우 비를 피하던 비닐천막마저 빼앗겨도 물러설 수 없는 목숨을 내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비가 오면 빗물이 그대로 흐르는 아스팔트 위에서 은색 돗자리에 몸을 맡긴 채 비옷만 걸치고 잠을 청하는 그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살인적인 폭염과 침탈에도 길바닥에 몸을 맡기도록 하는 것일까.  

 성람재단과 관련하여 성추행, 폭행, 감금 등 인권침해와 각종 횡령비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이다. 이들의 질긴 투쟁은 2003년부터 시작된다.

 

연간 국가보조금 100억원! 국내 최대 규모 사회복지시설 ‘성람재단’


 1984년 성람재단의 모태가 되는‘서울정신요양원’은 86년 송추로 옮겨지면서 대규모 장애인 수용시설로 변모하여, 문혜장애인요양원(철원, 803평), 은혜장애인요양원(1990평), 문혜장애인보호작업장(철원, 24평), 대청종합사회복지관 (서울 강남구 소재), 청마을 어린이집(서울)등 빠른 속도로 생겨난 수많은 산하 시설들과 함께, 성람재단은 전국적 규모로 성장해갔다. 자체 수익사업으로도 송추정신병원(경기 양주 소재), 철원치과 및 철원의원, 문혜장애인보호작업장, 부원 농장과 구성 영농법인 등을 보유한 성람재단은 일부 자료를 보더라도 산하 4개의 시설에만 직원 400여명, 시설 생활자 1,400여명에 이르는 전국 최대의 사회복지시설이다. 자체 수익사업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엄청난 후원금을 받고 있으며 연간 국고보조금(구청보조금 제외)만해도 거의 100억 원에 육박한다.

 2003년 성람재단의 산하 시설내 국고보조금 유용 및 횡령, 임금체불, 시설 생활자 강제 노역 및 수익금착복,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비리를 감지한 직원들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조직되고 결성되었다. 그 무렵 주요 시설 3군데의 원장이 군 출신 인사로 포진되면서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법과 제도를 피해갔고 노조를 탄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관할 감독기관에 횡령 비리뿐 아니라, 시설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탄압 및 과실치사, 과실 치상 등의 의혹 역시 민원을 제기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해당 기관은 노조와 사측의 갈등으로만 은폐했다. 2004년 7월 장애/노동계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대책위가 꾸려져 ‘조태영 이사장 처벌, 비리척결과 민주 이사진 구성’ 을 요구하며 성람재단 노조와 함께 노숙 철야농성, 도보 순례, 검찰 고발, 국정감사 요청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노조와 사측의 갈등으로만 치부되어 당시 고발 접수된 모든 혐의가 불기소 처분 되었다.
 그러던 중 2005년 말, 생활인 성폭행 조사 과정 중 1개 시설에서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외식비 2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조태영 이사장이 긴급 구속되었다. 그러자 성람재단은 새로운 이사진으로 조태영 전이사의 아들과 친구들을 긴급하게 재구성했고, 수많은 비리와 인권유린의 사실들이 은폐하면서도 기존의 기득권을 고스란히 유지하려 했다. 그래서 2006년 7월 장애/인권/복지/사회단체로 구성된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 이 꾸려져 종로구청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해 ‘제2의 에바다’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조태영 전이사장은 지난 1차 재판에서 5년형을 구형 받았지만 최종 선고가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담당 관할 기관인 종로구청은 물리력을 동원해 공투단의 농성을 탄압하면서 성람재단 문제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궁색한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 “수 십 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존재했던 일”


 성람재단 법인 사무실은 종로구 청암동에 위치하고 있고 종로구청은 성람재단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관할 기관이다. 그리고 성람재단에게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은 연간 100억 원에 이른다. 한 개 시설에서만 27억이라는 횡령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종로구청은 나머지 산하시설에 대한 어떤 조사나 감독 없이 ‘우리가 할 일이 없다’, ‘수 십 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존재했던 일’이라며 성람재단의 족벌화, 사유화를 돕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민주적 이사진 구성하라는 시정권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례가 없다’며 꿈쩍도 않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을 동원해 (나중에 구청 직원임이 밝혀짐) 6차례에 걸쳐 불법침탈과 기물파손, 장애인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자행하거나, 여성 활동가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옷이 벗겨지고 과도한 신체접촉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는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농성장으로 떼 지어 나타나 무차별 폭력과 강제철거를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담당 과장의 입에서 “이제 장애인들에 대한 동정심이고 뭐고 없어, 그 X들은 인간이길 포기한 X들” 이라는 폭언을 해, 척박한 인권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종로 경찰서 역시 관련 집회 신고를 거부하고,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마저 참가대오를 강제 해산시키는 등 마치 종로구청의 폭력과 강제 철거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종로 구청 앞에서 농성장을 향해 육중한 바리케이트를 치고 24시간 감시중이다. 야간에 술에 취해 불법폭력행위를 일삼은 일부 공무원에 대한 문제는 묵묵부답이고, 몇 차례의 침탈과정에서 아무런 고지나 경고도 없이 농성단을 고립시키거나 때로는 몇 시간동안 강제로 억류하면서도 소속을 밝히거나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도 않는다. 범죄 혐의가 분명하고, 조사과정에서 수많은 증인과 서류상 증거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성람재단에 대한 적법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람재단과 관의 검은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애인의 삶은 시설이 종착역? 현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 요구


 공투단은 ‘성람재단 근본적 비리척결과 책임자 처벌’ 이외에 ‘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야 할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복지시설’이라는 이름하에 양산되고, 거대화되는 수용시설 지향적인 기존의 사회복지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람재단은 거대한 규모의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커 보이는 것이고, 실제로 크고 작은 전국의 수많은 시설에서도 성람재단과 같은 비리와 인권침해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관계기관들은 이러한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으며, 공무원들은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의 시각조차 정립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난 다른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활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은혜장애인요양원에서 생활했다는 전미선 씨는 시설에서 나와서야 그 곳에서의 생활이 잘못되고, 부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설은 시설 운영자의 ‘봉사의식’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은 공적영역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 운영이 운영자에게 전적으로 맡겨진 상황에서는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끔찍한 범죄가 예상되는지 않은지 확인할 수 없다.

 시설 운영자들은 ‘장애인이 무얼 할 수 있겠냐’고 하면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으로써의 지위를 포장한다. 한편으로는 관리감독의 부재를 틈타 개인과 가족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리의 사슬을 형성해간다. 관련기관들은 이러한 시설에 장애인을 내 맡기면서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보다 장애인들을 보이지 않는 밀실에 가두어 두고, 부패의 사슬에서 얻는 떡고물을 받아먹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수월하기 때문이다.

 공투단의 천막을 빼앗고 성추행을 일삼는 복지부와 종로구청, 경찰, 성람재단으로 이어지는 검은 벨트는 장애인과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공간을 가지고 함께 살아갈 방법에 대한 대안 찾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비단 성람재단의 비리를 방관하고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굳게 닫힌 시설에서 삶의 종착을 맞이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 내리쪼이는 햇볕과 폭우를 피하지 않고 종로구청의 농성을 지키는 이들은 ‘장애인에게 인권이 있다’는 인권의 보편성 실현을 위해 최선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누구에게 정당성이 있고 누구에게 승리의 기쁨이 있어야겠는가. 우리는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최성규님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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