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눈] 민중역전, 투쟁으로 물들이자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한미FTA협상저지를 위한 17일간의 전국행진에 부쳐


박진   



 17일간의 행진은 짧지 않았다.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의정부, 인천, 군산, 광주, 나주, 창원, 울산, 부산, 대구, 구미, 안동, 제천, 청주, 대전, 안산, 부천, 서울로 이어진 행진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행진 도중인 13일, 대추리 도두리에 대한 주택강제철거로 인해 행진단의 일부는 마을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에 대한 항의방문과 점거농성 투쟁을 벌였다. 전국행진의 목표는 9월 24일 평화대행진을 시작으로 하반기 투쟁의 포문을 힘차게 열어 민중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행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노조사무실을 빼앗기게 될 공무원 노동자들, 도청옥상에 유서를 쓰고 올라간 청주 하이닉스 매그너칩 노동자들, 죽을 각오로 투쟁해야 살아남는다는 농민 운동가들... 그들 모두 삶의 고단함에 지치고 힘겨워하고 있었다. 직도 미군 폭격장, 인천 문학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 왜관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국토의 대부분이 미군의 병참기지였다. 어지러웠다. 부시와 노무현은 한 쪽에는 신자유주의, 한 쪽에는 군사패권전략이라는 양날의 칼을 들고 민중의 삶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 흘리는 민중들은 넘치고 있는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야할 운동 주체들은 너무 나약했다. 모든 지역에서 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했고, 한편으로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싸우지 않는 운동 지도부를 질타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민중역전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행진단의 결심은 쓰라린 현실을 정면에서 제대로 보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눈물이 나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보자. 그리고 기억하고, 잊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자.

 이 시대의 인권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권운동가의 몫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억압받는 민중들의 곁에 서는 것, 내 스스로 민중이며 내 스스로 소외된 자임을 자각하는 것. 17일간의 전국행진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사람들의 절규를 들었던 시간이고, 인권운동이 또는 우리 운동 전체가 연대의 손을 다잡아야한다는 절박함을 얻은 시간이었다. 대추리 도두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에 든 촛불을 민중들이 역전하는 광장에서 피어 올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 투쟁하고 역전하지 않는다면 물러설 곳 조차 없다. 11월 하반기 민중 생존권 투쟁...내가 사는 지역에서부터 그 불을 지피겠다는 결심으로 행진을 마쳤다.


*박진님은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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