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힘 기관지 격주간노동자의힘

2005년 상반기 주요투쟁의 현황과 투쟁과제

노사정 협상의 교란과 심화되는 민주노총 지도력의 위기

비정규직 개정안의 4월 처리는 일단 유보되었지만, 정부는 6월 처리 입장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 처리가 6월이 될지 9월이 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교섭을 구성해서 논의를 확대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민주노총 5월 9일 성명서).
한편 노동부는 논의해도 합의가능성이 낮다며 재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피력하는 등 노동운동 진영 내부를 교란하는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열우당 이목희, 한국노동연구원 등은 10년 만에 재개된 노사정교섭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를 통해 개량적 노동운동의 안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에도 노사정교섭이 지속되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노사정간의 안정적인 논의틀의 확보, 비정규법안에 갇히지 않는 의제의 확대 등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런 투쟁국면에서도 구체적인 투쟁계획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또 투쟁의 의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불파대책기구는 실질적 운영이 되지 못하고, 미조직특위의 경우도 활동이 부진하다. 하이닉스 투쟁과 플랜트 투쟁은 지역본부에게 전적으로 내맡긴 상태에서, 단지 최저임금과 제도개선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기조를 제출하는 등 현시기 노동자투쟁과 완전히 겉돌고 있다.
가히 노동운동의 위기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04년 노동운동 위기논쟁을 통해 사회적 협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했지만, 민주노총의 노사정 협의참여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지도력의 총체적 위기를 더욱 적나라한 형태로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다.

개별적 투쟁의 확산과 장기화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 울산 플랜트 투쟁, 덤프트럭 노동자 파업 등 최근의 주요한 투쟁은 전반적으로 확산·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투쟁의 공동된 특징은 모두 비정규직투쟁이라는 점과 지역에서의 장기적 고립된 투쟁임에도 강력한 투쟁력과 지역차원의 연대성을 강화해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계획이 사실상 유실되고 있는 상층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지역 수준에서 연대투쟁은 확산되고 있다. 충북본부는 5월 20일 금속·화학 파업, 6월 20일경 전체 지역차원의 파업 일정을 상정하고 있으며, 울산본부는 지난 9일 비상운영위를 통해 총파업을 확정했다.(울산본부는 16일 운영위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불파투쟁은 울산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창원공장,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주요 사업장을 포괄하는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고 있다. 금속연맹의 경우, 불파관련 투쟁기구를 구성하였지만, 문제는 어떻게 개별 사업장의 비정규직 투쟁을 전국적 전선으로 묶어내고, 전계급적 요구를 받아 안는 전국적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나갈 것인가 이다.

시작된 05년 투쟁과,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는 노무현정권

이와 같은 어수선한 상황과 민주노총 상층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충북 하이닉스 투쟁, 울산 플랜트 투쟁, 덤프트럭노조의 총파업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역적으로 고립된 채 계속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2005년 상반기투쟁은 전국적 전선 속에서 배치되고 기획되기 보다는 개별적 조건과 상황에 근거한 지역적·분산적 투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노동진영 내부의 양극화·개별화 경향은 정권의 공세를 자초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노무현 정부는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진행하여 노사관계 대책반을 구성하였다. 최경수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주재로, 법무부, 행자부, 산자부 노동부, 건교부, 경창철 등 관계부처 실무책임자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팀은 한편에서 울산플랜트 폭력시위, 하이닉스 불법행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 덤프트럭노조의 실태조사 후 관련자 처벌 등 폭력시위 주동자 전원사법처리 방침 확정하였고, 임단협 상황과 연동하여 7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특히 충북지역 메이데이 투쟁과 관련하여 충북본부 지도부에 대한 구속설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5월 9일 현재 53일차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에 대한 탄압은 무차별적 체포와 16명 구속(4월 8일 11명, 4월 28일 5명)은 협상을 거부하는 SK자본과 현정부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플랜트 노조는 4월 30일 타워크레인 단식농성, 연이은 상경투쟁, 5월 6일의 가두투쟁 등 민주노총 투쟁을 이끌고 있다.
이런 투쟁에도 불구하고, 자본측이 어떤 대화도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울산 프랜트 투쟁이 승리하면 플랜트 노조의 전국화와 함께 이후 일용직 노동조합의 현장투쟁력이 강화되는 것을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와의 대화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전국화 되고 있는 불법파견투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덤프파업의 경우, 초기에 파업 파괴력이 크지 않아 정부측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지만, 파업 3일차를 경과하면서 수도권 덤프 90%가 멈추는 등 파업효과가 확산됨에 따라 현장봉쇄 및 차량파손 등을 이유로 한 연행자가 속출하고,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력한 탄압의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당면 투쟁방향과 과제

첫째, 덤프연대, 플랜트 투쟁, 하이닉스 투쟁 등에 대한 현정권의 총체적 노동운동탄압을 저지해야 한다. 현정권은 한편에서 노사정 협상을 통해 민주노총 지도부를 발목을 묶고,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투쟁은 개별적 수준에서 각개격파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무차별적 구속사태는 현정권의 계급적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는 만큼,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권의 의도를 좌절시켜야 한다.
둘째, 현재 분산적으로 진행되는 투쟁을 엄호하고, 이들 개별적 투쟁을 전국적 전선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특히 현재 분산적으로 진행되는 불파투쟁은 6월경 전국전선의 구축을 목표로 전국적 연대와 소통을 통해 치밀한 기획과 조직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비정규직 투쟁의 핵심인 만큼, 불파투쟁의 전국화의 과제는 전체 노동운동의 과제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노사정 교섭틀과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투쟁은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직권조인식 사회적 대화는 아무리 성과로 합리화해도 노동운동에 어떤 실익도 가져오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전선이 교란되면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효과적 투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의 계급적 본질을 지속적으로 폭로하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더불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투쟁의 전국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포섭기제를 무력화시키는 물리적 계급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당면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과 현장성 강화를 통해 위기에 처한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 회복과 노동해방운동으로의 거듭남을 위한 전면적 혁신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정권 및 자본에 대한 투쟁은 곧은 내부의 동요와 교란에 대한 투쟁이기도 하며, 동시에 새로운 대안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의 정치의 복원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