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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과 노동자계급

노동자의 힘은 지난 13차 중앙위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노동자의 힘은 무엇 때문에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에 함께 하고자 하는가? 노동자계급과 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으며, 왜 노동자계급이 이 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가?

전쟁과 노동자계급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의 지배계급은 철저히 국가권력의 폭력과 함께 반공·반북이데올로기로 인민대중을 세뇌시키고자 했다. 80년 광주를 거쳐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반북·반공이데올로기의 흔적은 우리사회 곳곳에 잔존하는 것 같다. 이를 반증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사회에서 대중적인 반전투쟁 반전운동이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며, 이는 노동자계급 등 근로인민대중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지 못함이기도 하다. 즉, 대중의 무의식속에는 한국전쟁의 상흔과 친미주의, 애국주의, 민족주의가 서로 얽히면서 미국의 침략전쟁에는 부정적이면서도, 반미투쟁, 반제·반전투쟁은 여전히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진영과 노동자계급이 제국주의전쟁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갖지 못하는 한, 노동해방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반전운동은 일정한 스펙트럼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폭력행위에 대한 반대, 조건없는 평화를 옹호하는 관점에서의 평화주의적 반전운동도 존재하고, 정세적 계기와 무관하게 '이라크전쟁반대'만이 한국반전운동의 핵심고리라고 판단하는 선정주의적 경향도 있다. 물론 '민족대단결' 혹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수단으로 반미·반전투쟁을 제기하는 민족주의적 흐름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전쟁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은 1917년 5월 27일 강연 [전쟁과 혁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의) 주된 논점은 다음과 같다. 즉, 전쟁은 무엇을 위해 수행되고 있으며, 어떤 계급들이 전쟁을 수행하고 지휘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중략) 전쟁은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책의 연속이다. 모든 전쟁은 그 전쟁을 낳은 정치적 체제와 분리할 수 없다. 일정한 국가와 그 국가내의 특정 계급이 전쟁 이전부터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쟁 내내 동일한 계급에 의해 계속되며 활동의 형태만이 변화된다." 자! 이런 관점에서 한반도정세와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돌아본다면 어떨까?

자본주의사회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정치적 역할은 무엇인가?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수호하는 세계경찰로 자신의 역할을 너무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말은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거나 자본의 이해에 반하는 그 어떤 세력도 미국의 적이라는 것이며, 동시에 과잉생산 과잉축적, 자본국가간의 악무한적인 경쟁은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그 어떤 국가와도 전쟁을 벌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이후 대부분의 전쟁은 이러한 미국의 이해와 무관하지 않았다.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베트남전쟁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내전, 소련붕괴 이후 동구유럽의 분쟁 곳곳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 혹은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우고 있었다. 즉, 현대의 전쟁은 철저히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거나, 자본간의 악무한적인 경쟁의 산물이거나 혹은 반자본주의적 운동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는 한반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전쟁이 다른 수단에 의한 정책의 연속이라는 것은 뒤짚어 사고하면, 평화적인 국면 또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군감축,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 등을 일련의 상황을 보면 한반도에 평화국면이 도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측면에서 미국의 군재배치와 북한인권법, 작전계획등과 이에 대한 북의 핵무기보유선언 등을 보면 언제든지 평화국면은 전쟁 또는 전쟁위기국면으로 뒤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미국은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자신의 패권적인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때론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수단을, 때론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의 전략에 근거할 때, 여전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동시에 중국, 인도 등의 성장은 자본주의국가간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으며, 이는 또 다른 동북아지역에서의 패권을 꿈꾸는 일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것은 미국의 이러한 이해가 한국의 자본에게는 자본분파 간에 부분적으로 대립을 야기시킬 수 있으나, 총자본이라는 입장에서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보여준 태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때문에 한국의 자본가들과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권력의 입장에서는 국민일부가 미국의 침략전쟁에서 끌려가 죽더라도 이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으며, 평택주민들의 생존권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더욱 중요하게 이미 자본운동의 수준이 국적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의 이해는 곧 자신들의 이해와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자신(자본가)들의 천년왕국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란 것이다. 이는 한국의 현대사에 이미 극명히 드러났다.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와서 첫 번째로 한 것은 건국준비위원회 등의 아래로부터의 권력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다시 레닌의 연설을 인용해보자. "(중략) 인류의 제계급으로 분열을 제거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온갖 착취, 민족에 의한 민족의 온갖 착취를 제거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전쟁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략) 우리는 바로 이 계급투쟁에 의해 조건지어진 전쟁에 대하여 반대하기에 이르게 될 조건들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혁명전쟁의 가능성, 즉 계급투쟁으로부터 발생하고 혁명적 계급에 의해 수행되며 직접적인 즉각적인 혁명적 의의를 지닌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혹자는 말한다. 레닌이 살던 시대와 현재는 다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레닌이 살았던 시대도,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자본주의이고 자본에 의한 침략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자본의 축적위기의 돌파구로서의 새로운 노동력,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간, 자본주의국가간의 경쟁이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지점,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명(?)하는 정권의 존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노동자계급에게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국의 전략과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에 근거할 때,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재집결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 제국주의에 대한 정치군사적 타격이 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다수의 대중에게 재앙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이 투쟁에 노동자계급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은 한국 반제·반전운동의 일보전진이 될 것이며, 소극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계급적 반전운동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민중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연대이다. 현재 정부는 부지매수를 강행할 태세이고, 이 과정에서 평택주민들은 수 십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져 있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이 같은 폭력에 맞서 노동자계급은 주저 없이 연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생존권투쟁과 반제·반전이라는 정치투쟁이 결합되어 한반도 전체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투쟁의 도화선으로 작동될 수 있다. 미군기지이전 문제의 해결은 미군이 평택이 아니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군철수 투쟁의 시작은 바로 투쟁의 주체가 현지에 있고, 미군이 전국적으로 재결집할 평택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철수 운동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 미군기지 철수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막강한 미국의 정치군사력 앞에서 수많은 나라의 인민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가고 있다. 일국적 투쟁으로 미제국주의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때문에 미군철수운동, 반제투쟁은 국제적인 운동, 국제적인 전선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진영에서 미군기지반대투쟁은 이른바 '통일운동진영'의 과제로만 인식되거나, 감상적인 민족주의에 따른 배외주의적 반미투쟁의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이 협소한 노동조합적 이해에만 갇혀서는 안되고, 인민대중의 보편적인 쟁점에 개입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군기지반대투쟁' 특히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투쟁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경기지역의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 이 투쟁이 경기지역 차원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국의 미군기지관련 투쟁주체들의 공동투쟁이 요구되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진보진영과의 연대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노동자계급 운동이 새로운 반제·반전투쟁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자 핵심고리가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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