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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연대 상설연합체 건설논의에 부쳐

88호

지난 9월 28일 전국민중연대 하반기 간부수련회에서는 토론안건으로 조직발전논의가 상정되었다. 논의과정에서 이견으로 '전략적 입장통일 어려움, 기존민중연대 혁신방안 필요성, 억압배제 폭력적 의결방식, 90년대 의제로 복귀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전국민중연대의 조직발전안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아래 내용은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 명의로 민주노동당에서 발행하는 「이론과실천」8월호에 실린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연합체와 진보정당'이라는 글의 주요주장에 대한 검토이다.

상설연합체의 건설이 조건이 성숙되었다?!

정대연씨는 민중진영의 상설연합체 건설의 조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었다면서 그 근거로 △ 민중연대전선의 발전적 재편에 대한 기층대중조직의 요구가 강하고 △ 신자유주의세계화반대, 반미자주와 통일, 민주주의 쟁취, 민중생존권쟁취 등에 동의하는 운동세력의 폭이 크게 넓어졌으며 △노·농·빈·청·학 등 기층대중운동의 정치적 일치성이 과거와 비할데 없이 높아졌고 △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합의와 일치성도 어느 정도 달성된 점 등에서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적 통일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주지하다시피 민중연대는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학생운동진영 등 주요 대중조직이 결합되어 있다. 민중연대전선의 발전적 재편에 대한 기층대중조직의 요구가 강하다고 할 때, 그 기층은 위의 대중조직이 일차적인 고려 대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대중조직들에서 민중연대전선의 발전적 재편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고?! 현재 대중조직들에서 민중연대 상설연합체 건설에 대한 대중적인 논의와 요구가 제기 혹은 전개되고 있는가? 혹은 상층간부들 수준에서 합의지점이 형성되고 있는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 노·농·빈·청·학 등 기층대중운동의 정치적 일치성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노동운동만 하더라도 노선적인 분화가 이미 진행되었고, 이는 민주노총의 사회적교섭기구 참여논쟁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학생운동의 경우 이러한 분화는 더욱 심하며, 한총련은 더 이상 학생운동의 대표체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도 정치적 '일치성'이 높아졌다니?! 게다가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합의와 일치성도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라는 것은 기준은 무엇이며, 과연 전체 민중운동진영이 진보정당운동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가는 점이다.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민주노동당 내에서 그리고 밖에서 이에 대한 어떤 합의가 있단 말인가?
정대연씨 스스로 인정하듯이 "기층의 대중적 조직적 토대구축을 따져보면 전반적으로 전국민중연대가 아직 상층연대 조직에 머물고 있으며,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연합체' 건설에 대한 기층의 공유가 낮은 것은 분명하다"면 도대체 왜 상설연합체를 주장하는 것인가?

상설연합체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정대연씨 등은 내년(2006)에는 상설연합체 준비위원회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상설연합체 건설의 이유 중 하나로 운동진영의 분산성과 비효율성을 들고 있다. 정대연씨의 표현을 빌리면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오전과 오후에 이름만 바꾸어 회의를 하고 있고, 이미 연대체로서 기능을 상실하여 연대체인지 하나의 단체인지 알 수 없는 연대체도 있고, 일부단체 들이 해당영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대체를 만드는 일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해 보이는 주장인 것 같으나, 이 때문에 상설연합체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오전과 오후에 이름만 바꾸어 회의를 하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은 각각의 회의가 다른 질과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같은 사람들이 몇 개의 회의를 나가야 하는 것은 현재 민중운동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민중연대 사무처 성원들이 수많은 회의에 참가하면서, 혹은 각 단체 연대사업 담당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상설연합체를 만들자는 것은 그야말로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반세계화 운동관련 하여서 민중연대 특별위원회로 반세계화 운동과 관련한 연대체 등을 통폐합하려는 일련의 흐름이 실패한 것처럼, 반세계화 운동 안에는 각각의 독자적인 영역이 존재하며, 이러한 투쟁의 흐름들이 그동안 반세계화 투쟁의 흐름을 형성해 온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각개약진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나, 각 연대체를 하나의 연합체로 만들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단일한 투쟁의 구심을 세운다는 명분하에 존재하는 연대체들에 대해 "연대체인지 하나의 단체인지 알 수 없는 연대체도 있고, 일부단체 들이 해당영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대체를 만드는 일"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문제는 정대연씨가 상설연합체 건설의 이유로 '통일정세'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중연대는 전국연합 등 특정정파의 사유물이 아니다. 이는 통일문제에 관련하여 민중연대 소속단위가 정대연씨와 같은 정세인식과 방법론을 갖고 있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대연씨는 "남측의 민중운동세력이 남측의 6.15 공동위원회를 주도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민중진영의 상설연합체가 건설되면 이 조직이 6.15 공동위원회에 참여하여 통일연대가 담당해 왔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특정정파가 현 정세를 바라보는 견해일 수는 있으나, 민중연대가 상설연합체 건설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제시될 수 없다.
정대연씨는 상설연합체 건설 방도와 관련하여 "민중연대 통일연대 두 축으로 발전해 온 연대연합의 성과를 하나로 결속하여 단일한 상설연합체를 건설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민중연대와 통일연대가 각각 성격을 달리하는 연대체라는 것을 간과한 주장에 다름 아니다.
한편 통일은 민족주의자들만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싼 노동력과 더 넓은 시장의 확보를 위한 자본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는 개성공단 등 북에 대한 남한자본의 진출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통일 그 자체는 더 이상 진보진영의 요구가 될 수 없다.
또한 민중연대는 창립취지가 그러하듯,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 개방의 파괴적 정책을 거부하고 모든 인간을 위한 어떠한 차별도 없는 평등과 사회정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한국사회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체이지, 통일운동단체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민중연대가 '통일정세'에 대응하기 위하여 '상설연합체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정대연씨와 같은 특정정파의 바램일 수는 있어도, 민중연대 소속단위와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가 될 수 없다.

민중연대는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민중연대는 통일운동기구가 아니다. 2003년도에 민중연대가 출범한 것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강령 또한 제국주의와 국내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투쟁, 민중생존권 투쟁,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민중연대는 어떠한가?

2004년 탄핵정국에서 민중연대 내에서 논란이 벌어졌던 것을 기억해보자. 시민운동진영과 함께 노무현탄핵반대 운동에 참여한 민중연대 소속의 단체 혹은 개인은 없었는가? 그리고 민중연대 이름으로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사안들이 한 두 가지 였는가? 그때마다 공동투쟁체인 만큼 합의 될 수 없는 것은 각 단체별로 결합하는 것으로 하지 않았던가. 결국 현재의 민중연대는 서로 그 성격이 상이한 단체들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공동투쟁'을 전개한다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인 것을 반증하는 사례들이 아닌가?
때문에 민중연대를 무리하게 단일한 정치적 통일성을 갖는 연합체로 만들려는 시도는 무모한 것이거나, 특정한 정치적 의도의 산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민중연대라는 소중한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의 경험과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인 최근 민중연대 내에서 벌어졌던 '사회양극화 해소 국민연대' 참여건이다. 이 연대체의 성격에 대해 민중연대 소속단위 내에 이견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표결을 강행한 것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중연대가 연대체라는 점에서 각 단위들간에 충분한 논의와 협의하에 사업이 집행되기보다는 효율성과 빠른 집행이라는 편의성을 빌미로 사무처 중심으로 업무처리 된다거나, 소속단위의 의견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성명서 등에 연기명 된다거나 혹은 누락된다거나 하는 점도 종종 지적되고 있다. 또한 노·농·빈·청·학 중심에 선다는 것이 자칫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사업이 운영된다거나, 소수 의견이 묵살되거나 하는 식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상층연대체가 갖는 형식적이고 하향식인 조직화나 사업적 관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민중연대라는 공동투쟁체라는 틀은 있지만, 상이한 성격과 정치적 입장을 갖는 운동주체들이 투쟁을 통한 상호신뢰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위력적인 대중투쟁'을 함께 형성하는 것에는 충분히 도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시민운동진영에 대한 태도,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가 실천적으로 검증되고 있지 못하며, 이는 현재의 공동투쟁체에서 상설적인 연합체로 나가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그러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3년 민중연대가 결성된 후 3년 차를 경과하는 지금, 민중연대에게 필요한 것은 상층간부들이 모여서 통일정세 운운하면서 상설연합체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이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민중연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더욱이 각각의 투쟁에 대한 상호 품앗이조차도 제대로 조직되고 있지 못하고, 노무현정권의 '사회통합' '합의주의' 공세가 판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민중연대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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