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 비판한다!

여성의 현실과 권리를 외면한 ‘여성 활용’ 정책

정부는 지난 9월 14일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2006년부터 추진하던 1차 기본계획의 기조를 유지하되 한계지점을 보완하는 방향이다. 10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기본계획은 최종 확정되었고 이후 입법절차를 밟아 실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본계획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대다수 여성․노동 단체들은 정책이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여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정부도 지적하고 있듯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취약한 지위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양육의 부담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70%에 육박했고 성별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의 퇴출이자 양육의 전담을 의미하는 출산과 경제활동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고용안정과 임금격차 축소,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명분하에 여성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유연근무제의 도입이나 민간 보육시설 활성화 방안 등에서 정부 정책의 의도가 확인된다.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이 출산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재생산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며 여성노동력을 값싸게 활용하여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가속화시킬 구상이다. 저출산 대책은 정부의 이러한 구상의 일부를 수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기본계획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의 일상화, 결혼출산․양육부담 경감,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이라는 기본방향으로 추진된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부의 의도를 분석해보자.

[출처: 노동과세계]


실효성 없는 육아휴직급여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첫째로 육아 휴직 급여 정률제 도입 및 복귀 인센티브 도입을 제시한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정액제로 월 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정률제를 도입해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하여(상한 100만 원 하한 50만 원) 육아휴직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정책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육아휴직 급여로는 양육과 생계가 불가능기 때문에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정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필요수준에 턱없이 미달해 육아휴직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이 더 절실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 방식은 계층별 격차를 낳는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대상들은 그나마 고용이 안정된 여성이다.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없으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고용보험 가입률 증가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한편 복귀 인센티브 도입 역시 문제가 있다.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의 15%를 복귀 후에 주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을 한참 잘못짚고 있음을 반증한다. 경력단절은 기업에서 출산한 여성의 복귀를 원치 않거나 자녀 양육을 여성이 전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지 여성의 의욕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유연화 확대하는 유연근무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으로 두 번째는 유연근무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계좌제를 들 수 있다. 풀타임 위주의 경직적인 장시간 근로환경이 여성에게 경제활동과 자녀양육 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유연근무제는 5개 분야 9개 유형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그 중 시간제 근무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일제 1인 담당 업무를 시간제 2인이 담당하는 직무공유제를 추진하는데,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여 상시적인 고용규모 변동을 용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업무가 가능한 업무는 주로 여성들이 담당하던 업무일 가능성이 크며 비핵심 업무로 분류되어 고용과 임금 인사제도의 차별로 이어질 것이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비정규직화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역시 강화한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의 직업상담원 상용직 단시간 채용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정규직 2명이 하는 일을 5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 3인이 나눠 한다. 1일 16시간의 일을 1일 15시간(3*5)에 하는 것이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지급 대신, 육아기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빼앗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일․가정 양립이란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하라는 의도임이 드러난다. 현재 시간제노동자의 74%(2010년3월 통계청)가 여성이다. 이러한 고용형태를 선택한 주된 이유는 ‘생활비 등의 당장의 수입을 위해서’와 ‘육아 및 가사 등 병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근로조건에 만족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고 조사되고 있다. 여성들이 단시간 일자리에 만족해서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육아의 책임을 홀로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여성의 현실을 악용하여 유연근무제를 정당화 하고 있다.

보육시장 활성화 정책, 자율형 어린이집

기본계획은 결혼출산․양육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 가운데 다양하고 질 높은 육아지원 인프라 확충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보육시설 이용부담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과 취약지역 내 국공립 보육시설 지속 확충을 골자로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취약지역에만 확충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민간 중심의 자율형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형 어린이집이란 보육료 상한선을 폐지하고 자율화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보육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양극화를 초래해 계층별 위화감을 조성하게 된다.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다.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른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정부의 계획은 부모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만족도가 국공립 시설에 비해 낮다며 서비스 개선을 위해 평가인증 지표를 고도화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 보육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보증하지 않으며 부풀려지는 경우가 허다하여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보육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공립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보육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보육교사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계획은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수요자 중심의 육아지원 서비스 확대를 위해 보육시설 운영시간을 반일제와 종일제 등으로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 제출하고 있는데, 이는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가 개선하겠다던 민간 보육시설의 서비스질 개선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저출산 대책은 여성을 통해 위기를 지연하려는 자본의 전략

정부의 기본계획안이 담고 있는 저출산 대책은 여성이 떠안고 있는 이중부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정부는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이나 생색내기에 그치는 사업들을 제출하고 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저임금을 받고 있어 임신과 출산이 고용과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어떠한 저출산 대책도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리어 일-가정 양립을 빌미로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하고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활성화 하려한다. 그리고 저출산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보다는 위기임을 강조해 여성에게 출산 의무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낙태단속을 강화한 정부의 태도를 보더라도 여성의 출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자본주의가 만성적인 저성장과 경제위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자본의 전략은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다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고 이들이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여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적이다. 여성은 자본의 이 같은 전략에 중요한 고리가 된다.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 강조가 필요하고, 지금 당장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는 것이 자본의 입장에서 사활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대책뿐만 아니라 국가고용전략에서도 이 같은 구상이 확인된다. 국가고용 전략은 고용 없는 성장이 기정사실화 된 것을 전제로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거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방법으로는 단시간 근로를 확대해 노동유연화를 가속화하는 것인데, 여성이 가사를 돌봐야 한다는 명분으로 여성 일자리부터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 계획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저임금 여성일자리를 보다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돌봄노동은 여성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평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고 노동자성마저도 부정하려는데 이 같은 일자리로 여성들을 대거 유인하겠다는 의미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불안과 빈곤이 가정 내 돌봄의 공백을 초래하고 사회적인 위기로 가시화되자 시장화된 방식으로 여성을 값싸게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하기 위해서도 사회서비스 시장화는 자본의 필수적인 과제이다. 일․가정 양립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동시에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면서 위기에 빠진 자본에게 마법 같은 해결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지금의 사회가 실업을 해결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며, 재생산 구조를 담보할 수 없는 무능력함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본은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여성을 위기극복의 도구로 삼으려한다. 이에 맞서는 운동전략 역시 여성 사안에 대한 파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 노동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을 강화하자. 여성에게 활용해 위기를 지연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막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