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이명박 정부의 고삐 풀린 부동산ㆍ건설 부양 대책

투기와 거품의 악순환을 끊자

경제위기상황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11월 3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경기부양책의 주요내용으로 부동산ㆍ건설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한지 1년도 안 돼 건설,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무려 다섯 차례나 쏟아냈다. 지난 ‘6.11 지방 미분양 대책’을 신호탄으로 ‘8.21 주택공급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대책’, ‘9.1 부동산세 감세대책’, ‘9.19 서민 주거안정 및 공급확대 정책’, ‘9.23 종합부동산세 개편대책’, ‘10.21 가계ㆍ건설 유동성 지원대책’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투기억제 가능성은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큰 손, 건설업 부양을 위한 투기관리 정책

한국은 건설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1990년대 11~12%대를 기록했고, 2000년대 들어 조금 낮아져 9%대를 기록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6년 사이 GDP 대비 건설 투자 비중은 평균 19.22%로 OECD평균 11.67%보다 1.6배나 높다. 때문에 역대 정권은 경기활성화 대책으로서 일시적 규제강화와 규제완화ㆍ투기활성화 정책을 번갈아 쏟아냈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과 주거안정 대책을 대거 발표했다. 분양가 자율화,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분양권 전매 한시 허용 등이 이루어졌고, 주택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규모별 공급의무비율도 폐지했다. 또한 주택경기 활성화 자금지원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주택자금, 분양중도금 지원책이 연이었다. 당시 정부는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평균 4개월에 한 번꼴로 경기 부양대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집값이 1년 새 16%나 폭등했다. 그러자 정부는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를 시작으로 이번엔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도 수도권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하는 등 투기억제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집권 5년 103조 원을 토지배상금으로 풀었고, 이 자금이 다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전국토가 투기처가 되었다.

이번 11.3 부동산 부양대책의 핵심 내용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 규제를 법정한도인 300%까지 허용함으로써 투기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또한 재건축 시 중소형 주택 60% 건립 비율도 단순화하는 동시에 임대주택 비율은 폐지하였으며,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였다. 이 대책에 의해 강남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고, 분양가 비상한제에 한정된 주택의 경우에는 즉시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진다. 이들 주택의 경우 '10ㆍ21대책'에 따른 양도세 완화방침이 적용된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LTV(담보인정비율)가 집값의 40%에서 60%로 완화되고 DTI(연소득 대비 대출비율) 40% 규제가 없어진다. 한편 올해 전국의 종부세 대상은 38만 여 가구인데 내년 종부세 과세기준이 9억 원 초과분으로 바뀌면 전체 종부세 대상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나마 축소된 종부세도 현재 헌재에서 위헌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투기를 제한하는 모든 것에 맞서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거품으로 거품 부양, 피해는 누구에게?

이명박 정부는 악화된 건설경기를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건설사 지원책을 발표하고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건설업체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방안’의 내용은 투기지역을 완화하는 동시에 건설사에 9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분양 주택 매입에 2조원, 공동택지 계약해제 허용 2조원,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3조원 등을 포함해 총 8조7,000억에서 9조2,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건설사에 직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대한주택보증, 신용보증기금 등 공적보증기관을 동원해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개발이익을 노리는 민간 건설사의 부실을 공기업으로 전이하고 발생할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마치 과거 벤처붐이 꺼진 후 큰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보증 사태의 재연을 보는 듯하다. 지난 2001년 경기활성화와 IT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에 따라 808개 벤처기업에 흘러들어간 돈이 총 2조 2122억 원에 달하는데 그 결과 총 손실규모가 2005년 기준으로 8,046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부실 건설사에 대한 평가와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주단 협약(금융기관-건설사 간 채권행사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 중심의 구조조정 및 지원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채무가 큰 건설사의 등급이 오히려 높게 책정돼 부실을 더욱 키우는 과정이 예견된다. 최근 회사채,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 유가증권 미상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나 금융사의 지원을 공공연하게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시공능력 41위 신성건설의 부도의 원인이 ABCP 만기상황을 하지 못해서였다. 이 외에도 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금융권과 채권시장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발 금융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위험: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개발사업에 흔히 사용되는 금융기법이다. 금융기관이 개발계획에 참여하여 프로젝트의 수익성 등을 심사하고 대출 상환은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원천하여 프로젝트 자체를 잠보로 장기간 대출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석유 및 플랜트업체, 종합상사 등이 국내외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을 PF에 의해 조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 다양한 유형의 직·간접 금융기법이 동원된다. 최근 발행 몇 분 만에 수백억의 자금을 유치하는 은행부동산 투자신탁도 일종의 PF라고 볼 수 있다. 그 내용의 핵심은 회사와 프로젝트의 분리를 통해 회사의 부실로 부도가 나더라도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 수익을 보전하는 데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국내에 등장한 PF기법은 리스크가 적은 서구의 방식과는 다소 다르다. 시행사의 낮은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시공사(건설회사)가 금융기관에 지급 보증과 채무 인수, 책임 분양 등 다양한 형태로 리스크를 대신 부담한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부동산 PF 시장은 급격히 확대됐다.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PF 금융 규모는 6월 말 기준으로 97조1,000억 원 수준으로 이는 2006년 말 37조원 수준에서 1년 반 사이 60%나 늘어난 것이다. 이중 직접 대출이 78조9,000억 원, 증권사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15조3,0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PF 연체율이 기업대출 연체율보다 크게 낮아 ‘PF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낮은 데 반해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14.3%에 달하고,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6.57%, 4.2%로 매우 높다.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10~30% 가량을 PF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4년부터 PF 금융이 급증했고 건설업체의 PF 사업 기간이 길어야 5년인 점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 만기가 몰리고 있다. 또 부동산 규제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락하면서 PF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형 PF는 수익성과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정하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증권화된 파생상품이 위기를 확산시켰듯 부동산 PF 증권상품이 시중에 팔려왔다는 점에서 그 위험 확산 가능성이 높다. 물론 PF 대출의 절대적 규모가 한국경제 자체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투기금융지원구조가 지속, 확산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책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부터 발생할 거품의 규모는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건설사의 부실을 야기하는 원인은 대규모의 미분양 사태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건설사 직접 지원과 더불어 미분양 아파트와 토지 매입을 계획하고 있고 건설사 부도 때 아파트 계약자와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미분양아파트가 16만호에 이르고 건설사들이 부실에 빠진 이유는 건설사의 과잉 공급과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대형 평수를 과도하게 공급하였다. 85㎡(25.7평)을 초과하는 주택건설 비율을 급격히 늘이면서 늘어난 중대형 평수의 아파트들이 미분양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월 소득대비 주택임대료비율이 22.9%, 1분위 최저소득층에선 52%로서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주택가격은 집이 있어도 살만한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올 상반기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24.2%나 올리기도 하였다. 계약금만 있으면 토지매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 건설업체들이 토지를 과도하게 보유하면서 무리한 대출을 일삼는 등 건설사의 부실 투기 경영이 초래한 사태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묻기는커녕 이를 혈세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11월 2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가 연간 갚아야 할 대출이자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6월말 현재 가처분소득의 9.8%로 급증했다. 현재 가계부채가 660조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연간 이자 부담만 65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2002~2006년 부동산값 대폭등기 때 폭증한 가계부채가 최근 주택담보대출금리 급등 및 원금상환시기가 도래하면서 가계의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6월말 현재 연간소득 2천만~1억 원 미만인 서민-중산층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경우 연간소득의 20.7%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2005년에 15.3%였던 것이 20%대로 급증한 것이다. 특히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후 은행의 원화 유동성 악화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지난 6월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도 1.53배로 높아졌으며 이는 부동산거품 파열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1.32배)보다 높은 수치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2008년 3/4분기에 34.8%로 약 307조원에 달한다. 반면 가계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역대 정권의 건설․부동산 부양 정책은 집부자-투기세력과의 유착관계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모든 이들과 철저하게 불평등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 연장 속에 실종되는 주거권,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이러한 가운데 주거상태와 부동산 소유에 있어서의 불평등은 날로 극대화되고 있다. 한국의 국토 중 집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2,533㎢ 수준인데, 이 중 땅 부자 100명이 차지하는 대지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404㎢에 달하고 이들이 소유한 땅 값만 60조원에 달한다. 전체 주택 중 30% 이상을 집 부자들의 투기용 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국민 10 명 중 4명이 땅을 한 뼘도 갖고 있지 못 한 가운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원 수는 2005년 기준 최소 300만 가구, 1000만 명에 달한다. 또 지하셋방, 옥탑방, 비닐하우스, 쪽방 등의 열악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부동산 극빈층은 정부 통계로도 68만 가구, 161만 명에 달한다. (최저주거기준은 2004년 건교부에 의해 공고된 것으로 면적, 침실, 시설, 구와와 성능 및 환경의 네 가지 영역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인데 4인가구의 최저주거면적이 전용면적 37㎡(11.2평)에 불과한 그야말로 최저한도의 기준일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지난 9.19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을 발표하여 서민주거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능력에 따른 복지의 권리를 강조하는 ‘능동적 복지’에 기반한 정책이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전세형, 지분형 임대주택이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선전되고 있다. 또한 역세권 등 도심의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여 고밀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인데 결국 이는 엄청난 개발이익 중 일부의 떡고물을 제시하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시 외곽으로 분리시켜내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거권 말살 정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 개발사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2008년 현재 서울 22개, 경기 13개 등 전국 51개 지역 5,542만㎡가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전역의 재개발(299개 구역), 재건축(266개 구역)과 주택공급의 명목으로 추진되는 도심개발의 확대는 소형, 다가구/단독 등 기존 저렴주택을 급속히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한 이주수요의 폭발로 전세값이 폭등하여, 그마저도 구할 수 없어 경기도 외곽이나 지하방, 옥탑방 등으로 쫓겨나는 개발유랑민이 양산되고 있다. 현재 뉴타운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세입자 비율은 72.5%가 넘는데,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17~25% 수준에 불과하다. 급속히 추진되는 개발과정에서 세입자는 무권리 상태로 내몰리며 집이 있어도 가난한 이들 역시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투기의 고삐를 푸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부실건설사에 대한 지원은 부동산투기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연쇄부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면, 최소한의 자금을 지원하되 주주와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발로 인한 투기이익 가능성을 줄이고 투기이익환수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종부세와 양도세의 완화 시도를 중단하고, 오히려 이에 대한 세제 강화를 통해 투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종부세와 양도세는 불로소득차단과 개발 이익환수의 기초에 불과하다.

부동산거품은 금융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이는 실물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은 이미 미국경제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극단적인 주거불평등이라는 직접적인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집 문제’를 넘어서는 민생파탄 상황을 야기한다. 따라서 부동산-주택 정책을 주거권의 관점에서 재사고해야 한다. 투기세력을 위한 개발을 반대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주거권운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집을 투기하는 세력과 건설사,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금융기관의 합작에 의해 야기되는 경제위기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투기와 거품 부양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전면적인 사회운동의 저항과 도전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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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 경제위기 , 주거권 , 부동산 , 서브프라임 , 이명박 ,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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