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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로 인한 의료비 인상, ‘괴담’이 아닌 현실이다

독립적 검토 절차가 약가 상승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의 기만성

지난 3월 1일 미국 제약협회는 한미 FTA 제5장(의약품)이 규정한 독립적 검토 절차를 한국 정부가 이행 법령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은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독립적 검토 절차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이행 점검 협의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협정 발효 뒤에도 한국 쪽이 독립적 검토 절차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는 압력을 행사할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째, 한미 FTA에 따라 구성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위원회’에서 독립적 검토 절차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며, 둘째, 분쟁 제기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활용해 독립적 검토 절차와 관련한 두 나라의 이견을 해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한미 FTA 무역 분쟁

독립적 검토 절차란 의약품, 의료기기의 급여 여부나 가격 결정에 대해 제약사가 이의를 신청할 경우, 보건의료당국을 배제하고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독립적 기구에서 급여와 급여액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경제성 평가 등을 바탕으로 신약을 급여로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약회사와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 운동진영은 보건의료 당국을 배제하고 이해당사자끼리 급여 여부와 급여액을 재검토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는 약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관련 책임자인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우려를 ‘괴담’으로 일축했다. 독립적 검토 절차는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 기준으로 외부 전문가가 한 번 더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검토 결과 자체가 구속력이 없으므로 독립적 검토절차를 통해 약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 독립적 검토 절차의 대상을 급여와 급여액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심평원의 급여 여부 결정만을 재검토 대상으로 축소하여 설명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또 검토 결과가 구속력이 없으므로 약가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 역시 거짓말이거나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다. 미 무역대표부의 발표는 독립적 검토 절차로 인한 약가 상승이 결코 ‘괴담’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독립적 검토 절차에 대한 분쟁 예고는 의료비 폭등의 불길한 전조

한미 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미 무역대표부가 ‘분쟁’을 언급한 것은 한미 FTA가 가져올 험난한 미래를 예고한다. 독립적 검토 절차는 한미 FTA 보건의료분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의약품 특허권을 강화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와 의약품·의료기기 가격 결정시 초국적 제약회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들은 이미 한국 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약품비를 더욱 상승시키고 의약품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통제를 어렵게 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상품의 규제 완화와 제주도·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원격의료서비스의 개방 역시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한국 보건의료체계를 점차 무너뜨릴 것이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 복제약을 시판하려면 특허권자에게 사전 통보해야 하는 제도이다. 외교통상부는 “특허권자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이로 인해 약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생기면서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 사항을 찾지 않거나, 특허 침해를 묵인할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값싼 복제약 생산이 줄어들어 전체 의약품비가 상승한다. 또 유효약리성분의 물질특허에 대한 무효소송에서 복제약 제약회사의 승소율이 77%에 달하는 등 특허가 엄격한 기준 없이 남발되는데도 이를 무조건 인정하고 복제약 판매를 일단 금지하므로, 특허 무효 소송에서 복제약 제약회사가 승소하더라도 지연된 시간동안 발생한 손해만큼 의약품비가 상승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부담으로 복제약 생산에 대한 유인이 감소하므로 역시 의약품비가 상승한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는 특허의약품 모두를 혁신적이라고 규정하여 모든 특허의약품에 높은 약값을 줄 수 있도록 한다. 또 특허의약품·의료기기의 가격을 결정할 때 초국적 제약회사가 제시하는 급여액을 해당국이 적절히 인정하도록 하며, 비교제품보다 증가된 급여액 신청을 허용하고,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증가된 급여액을 신청할 수 있다. 추가적인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의약품·의료기기의 가격산정 및 규제와 관련하여 초국적 제약회사에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가 국민건강보험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국민건강보험 약화에 대한 우려 역시 ‘괴담’으로 일축한다. 그러나 한미 FTA 금융서비스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떤 형태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대해서도 규제가 불가능해진다.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는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민간의료보험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는 더 많은 돈을 내면서도 더 적게 보장받아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미국과 같은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의료체계일 것이다.
한미 FTA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유보 항목(향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항목)으로 두었지만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규정된 의료기관, 약국의 설치와 원격의료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우대조치’는 예외로 한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이 설립되거나 원격의료서비스가 진행되어 의료비 증가와 의료양극화의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 이에 대해 FTA 교섭대표는 설립된 영리병원이 국내 법령을 위반할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의 어두운 미래, 투쟁을 조직할 때이다

정부의 궁색한 변명과는 달리, 한미 FTA가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한미 FTA로 인한 의약품 특허권 강화와 의료비 상승, 민간의료보험의 폐해와 건강보험 약화, 한미 FTA와 맞물려 진행되는 의료민영화는 결코 ‘괴담’이 아닌 현실이다. 한미 FTA는 초국적 제약회사, 민간의료보험회사, 대형 병원자본의 배만 불려주고, 국민들을 높은 의료비에 허덕이게 만들 것이다. 복제약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제약업계는 벌써부터 한미 FTA로 인한 이윤 감소를 2만 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다. 사후대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미 FTA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농업, 공공 서비스 등 각 부문에서 나타날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중장기적 대안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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