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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을 보러갔다

홍대 앞에 있는 것과 없는 것

기자의 압박. 지난 5일 금요일, 라이브클럽페스트가 열린 홍대앞 클럽의 풍경은 그랬다. 관객과 밴드를 합쳐야 서른 명 남짓한 작은 공연장에 카메라를 든 사람만 다섯명이 넘었다. 그 낯선 풍경은 방송사고 이후 홍대 앞으로 집중된 세간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을 앞두고 클럽 '빵' 앞에서 이지선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이하 라음협) 사무국장을 만났다. 피곤한 목소리와 표정에서 '라이브 클럽 십년의 최대 위기'라는 이번 일로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게 '블랙리스트 작성하겠다','불법 영업 단속하겠다'며 연일 쏟아지는 보도와 그 대응에 관해 물었다.

라이브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요

"보셨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거든요." 평소 모습대로 보여주고, '손님들' 친절하게 대하면 그 뿐이란다. "아닌 걸 증명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우문에 현답이다.

그래도 화나거나 속상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화날 것도 속상할 것도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다만 모르기 때문에 오해한 것일 뿐." 이번 기회로 홍대 앞 클럽들에 대해 좀더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공연장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 지금처럼 작은 공간에서 2인 이상 공연이 합법화된 것은 올해로 이제 겨우 6년째. 그래서 그런걸까. '라이브 클럽'이라는 공간이나 '클럽 공연'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부정적인 것은.

이 책임은 언론의 접근방식에도 상당부분 있어 보였다. "문화부 기자가 아니라, 사회부 기자가 오시거든요." '배후'를 추적하러 왔다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난처해하기도 한다고. "알고도 일부러 그러시기도 해요." 메이저 언론이었는데 이번일로 춤을 추러 가는 테크노 클럽하고 라이브 클럽을 동급으로 놓고 '클럽'들은 다 나쁘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잘못을 지적했더니 그 기자는 이미 알고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더라고.






인디가 뭐예요?

공연이 한창 진행중인 '빵' 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 몇몇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밴드 소개'가 이번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 될거라는 VJ특공대는 이번이 처음 보는 건데 재밌고 좋다고 소감을 밝혔고, 데일리 서프라이즈 기자 역시 처음 와봤는데 좋다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덧붙인다. "사실 이번 일은 언론들 책임도 커요. 당사자들 인권 같은 건 신경도 안쓰잖아요. 이런 것들도 좀 써줘야 하는데."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는 홍대입구 지역을 소개하면서 홍대입구를 설명하는 수식어로 '언더그라운드의 거리'를 들었다. '피카소 거리를 중심으로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성향의 문화가 젊은이들을 이 거리로 불러모으고 있다'고도 설명한다. 언론은 댄스 위주의 대중음악을 비판할 때 그 대안으로 꼭 '인디'와 '라이브'를 꼽는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문화와 '대중음악의 대안'은 예기치 않은 해프닝으로 순식간에 단속과 블랙리스트의 대상, 언제든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퇴폐'의 온상이 되었다. 모두들 필요에 따라 '의도한 그림'만을 찾기 때문은 아닐지. 이지선 사무국장은 "법적인 문제에 대해선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극소수로 인해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과 소통하고 싶다

"홍대앞 문화를 이해하려면 직접 와서 공연도 보고 해야하는 건데 말이죠" '길에 쫙 깔린' 기자들에게 걸려서 오는 길에 인터뷰를 했다는 밴드 '불스 혼'의 보컬이 공연 전에 한 인삿말이다. 그러나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공연장 안 기자들은 이미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사진을 찍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던 사람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얼마나 알고, 얼마나 보았으며, 어떤 것을 어떻게 보여주려는 것일까. 같은 날, 스컹크 헬에서의 공연은 취소되었고 시작된 공연은 썰렁했다. 기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자문해본다. '이 모든 책임이 모두 그 둘의 탓일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 '사고'의 상처는 너무 커 보였다. 왜 이렇게 커졌을까.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대중음악의 대안', 이 모든 수식어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없는 걸까.

"와 본적도 없으면서 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화나죠. 직접 와서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기서 느껴지는 생기가 너무 좋아 자주 온다는 한 여성 관객의 항변. "방송사고로 그칠 수도 있는건데,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너무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 홍대 앞 라이브 공연을 보러 왔다는 또다른 관객의 말이다. 더운 열기를 선풍기로 식히며 자신들의 음악 속에 빠져있는 밴드를 보고 있자니 이지선 사무국장이 공연 때마다 느낀다는 '잔잔한 감동'이 무엇이엇는지 알 것 같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이예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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