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

신도시는 노다지?

보유개념이 아닌 거주개념으로의 '살만한' 집이 공급돼야

지금까지의 주택공급정책은 돈 있는 국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파트를 사면 돈을 번다'는 투기심리를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정부분 조장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주택보급률자체가 낮고 열악한 정부재정과 국가경제 상황에서는 그 불가피성이 일정부분 이해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고 부동자금이 400조원이 넘는다는 현재까지 투기조장의 흔적이 들어있는 도시개발정책 즉 부동산공급정책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작금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논리는 쉬운 정리해고, 명예퇴직, 광범위한 비정규직화로 인한 고용불안 등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대다수 국민들에게 몸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이 잔뜩 낀 아파트 분양가격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마치 집 사려고 살다가는 인생처럼 국민들의 삶 자체를 피폐하게 한다. 이것은 또한 문화적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대다수 국민들이 향유하는 데 제약을 주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열심히 살고자하는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살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살(買入)만한' 집의 공급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또한 예전처럼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돈 버는 수단으로서의 보유개념이 아닌 거주개념으로의 '살(居住)만한' 집의 공급정책이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한국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8.31부동산대책의 핵심은 '투기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투기를 억제할 그물망의 코를 촘촘히 짜서, 투기를 통한 편법적 이득이 세금이라는 그물을 통과하고 나면 이득이 거의 사라지도록' 하고 그래서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행위가 실질적 이득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 한다.

"'부동산가격의 급등과 이에 따른 투기심리 확산'은 첫째 서민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며, 둘째 생산적 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인적·물적 자원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있고, 셋째 기업들이 고용근로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높은 임금을 지불하게 돼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키며, 넷째 근로자들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사회갈등을 심화시키고 기업의 경제의지와 기업가정신을 후퇴시키며, 다섯째 부동산 거품은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져 국가의 경제기반을 흔들게 된다."는 설명을 보면 정부 역시 그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8.31부동산대책에서 정부의 부동산관련세제 정비와 과세형평성을 꾀하려는 조세정책상의 의지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부동산관련세제만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접근하여 어찌보면 '세금만 더 걷자'는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느끼게 한다. 정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 부동산관련세제 정비와 과세형평성을 꾀하여 부동산투기심리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의 입법의 어려움, 즉 국민의 조세저항을 우려하였다면 부동산부자들의 종합부동산세는 아니더라도 중산층이하 서민들의 재산세부담증가에 대한 다른 세목(즉 자동차세나 아니면 일정부분의 소득공제)에서의 부담을 일정부분 덜어주는 조치를 하였을 것이었기에 이러한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된다.

분명 조세정의의 실현에 의한 투기 심리의 저지는 국회입법과정에서 왜곡되지 않고 정부에서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정책을 보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는 일정부분 그 효과가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점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의 도시개발 정책이 무주택 서민에게 거주권을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경제성장률의 제고나 경기활성화대책으로 보는 시각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발표에 이어 무주택 서민에게 거주권을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서민층의 주택구입자금 지원예산을 2조원으로 증액‘하고 '생애최초구입자금을 재개'하며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금리를 인하'한다한들, 성실하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으면 꿈을 포기해야될 '폭리가 보장된' 분양가라면 주공을 포함한 건설시행사들의 집장사 도박판에 '꽁지돈'을 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판교의 경우 평당 88만원에 토지를 수용하였다면 최소한 주변의 전세시세로 공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변(분당) 매매시세가 평당 1천 5백만원하니 분양원가를 평당 1천만원∼1천 2백만원으로 꿰맞춘(부풀린) 원가에 연동하여 공급하고 나머지 차익은 채권입찰제를 한다고 한다. 채권이란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임에도 이익의 환수라 강변하면서.

이러한 꿰맞춘(부풀린) 원가에 연동한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에 의한 공영개발 즉 신도시개발은 실수요자(내 집 마련하려는 무주택 서민과 좀 더 나은 생활공간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투기자가 아닌 1가구1주택자의 국민)에게 공급한다는 취지에 맞지도 않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수요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분양가격을 내리는, 진정으로 투기거품을 빼는 것보다는 돈 벌 욕심만 있기 때문이다. '살(買入)만한' 낮은 가격에 분양하면 돈 벌려 하는 투기수요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는데 '환매(還買)조건부' 분양이라는 법률적 방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에는 이러한 고려가 전혀 없다.

판교의 경우 공기업이 최소한 주변(분당)의 전세가격으로 20년 이상 전세형 장기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이는 투기적인 심리를 갖는 소유개념에서 거주개념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의 장점은 월세형이 아닌 전세형이기에 정부재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또한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판교신도시 전체를 20년 이상 전세형 장기임대아파트 공급을 '시범사업'으로 하는 8.31부동산대책이 되어야 하는데도 그러한 노력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공영개발이라면서 국민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진정한 고민이 없다.

현재의 정책은 무주택서민이나 큰 평형으로 옮길 필요가 있는 1가구1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들의 살(買入)만하고 살(居住)만한 집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이 '노다지'를 캐는 원가연동제라는 이름의 신도시(도시개발) 공급책이다.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기업의 원가를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자의적인(엄청 부풀린) 원가에 의한 원가연동제이기 때문이다.

국민대다수의 여망을 무시하고 세수증가에만 즐거워하면서 집장사 땅장사로 돈만 벌려고 하는 정부에 대해, 무엇이 옳은가 생각해 보고 국민들의 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광에서 노다지를 캔다'고 할 때의 '노다지'란 말이 국민과 국가에 도움을 주는 '노다지'인 좋은 의미가 아닌, 일부 사람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대다수 국민들과 국가에 폐해를 주는 '노다지'를 캐는 도시개발 정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용, 부동산문제 자유기고가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태용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