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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펙(APEC)에 반대하는가

아펙은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는 기구, 민중의 물결 이뤄내야

아펙은 WTO 협상과 관세철폐를 진전시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질서의 진전을 꾀한다. 이를 위해 아펙은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자유화를 완성한다는 보고르 목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펙은 수산, 임산물, 종자, 에너지, 의료장비, 정보통신, 종자, 비료, 항공산업 등이 포함된 자유화 대상 분야를 선정해 민중의 권리를 기업의 이익에 종속시켜왔다. 아펙은 민중의 삶을 좌우하는 의제를 제멋대로 관철시켜온 반민중적 기구다.

○ 아펙은 미국의 ‘대테러전쟁’ 협력 도구
9.11테러 직후인 2001년 상하이회의에서 아펙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2003년 태국 방콕회의에서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채택되고 아펙 반테러대책반(CTTF)이 구성되어 테러를 빌미로 한 군사협력이 모색되었다. 2004년 칠레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목으로 이라크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파병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펙은 미국의 군사주의와 패권 강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 아펙은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는 기구
2002년 OECD와 함께 개최한 규제개혁 합동회의에서 아펙은 발전설비 사유화, 전력도매시장의 개혁(자유화)을 주장했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발전소 분할 매각 시도에 반대하는 발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있었다. APEC 에너지 워킹그룹은 1995년 아펙 오사카 회의에서 책정된 에너지 행동계획에 따라, 역내 에너지 시장에서의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왔다.

○ 아펙은 식량주권을 해체하고 농업을 망치는 기구
아펙은 초국적 곡물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아펙의 기업자문위원회는 1998년 아펙식량체계(AFS)를 제안했다. 초국적 곡물기업 ‘카길’의 부사장 로빈 존슨은 첫째, WTO와 일치되지 않은 비관세조치의 단계적 폐지, 둘째, 보조금 철폐, 셋째, 유전자조작식품에 관한 정책(GMO에 관한 규제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 아펙은 반환경기구
아펙은 각종 환경규제조항을 자유무역의 걸림돌로 사고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일본, 호주, 한국 등 20개국 정부관료, 기업인이 참가한 아펙 기후변화워크숍에서 이들은 교토의정서(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를 거부하고 나섰다. 미국은 강제적인 이산화탄소 방출 감축 협약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 아펙은 비정규직 확산, 빈곤 심화 기구
아펙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조하고 그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더욱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펙은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의 증가를 조장해왔다. 1997년 캐나다 밴쿠버 회의에서 아펙은 투자 자본의 안정적 유입을 강화하고 정리해고에 관한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11월 18-19일 이루어지는 2005년 부산 아펙 정상회의는 ‘무역자유화의 진전’,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이라는 의제를 다룬다. 이 회의에서는 보고르목표 중간점검을 위한 ‘부산로드맵’을 마련하여 관세를 낮추고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는 DDA협상을 뒷받침할 것이다. 아펙 정상들은 테러대응, 에너지 위기, 질병 대응을 포괄적인 ‘인간 안보’개념을 통해 이라크 침략 전쟁과 이주노동자탄압, 질병치료백신에 대한 특허권 강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민중의 삶은 몇몇 정상과 기업인들이 결정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중의 삶의 권리는 민중의 자율적인 토론과 연대를 통해 확장되어야 한다. 2005년 부산 아펙정상회의 반대투쟁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10만이 모이고 370만 부산시민이 나서 아펙회의를 무산시켜야 할 것이다.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반전평화운동이 확산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한 삶의 파탄은 민중의 연대마저 파괴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철저히 배제되는 폐허와도 같은 오늘날을 저들은 마치 ‘자유무역’이 완성되고 모든 규제가 철폐되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결과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노동자/농민 간에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높아지고 있는 장벽은 우리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 민중의 지혜를 나누고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한 연대를 조직하자. 그를 위해서는 가지지 못한 자들의 발언권을 확대하고 오늘날 대다수 민중을 일컫는 빈민의 요구를 확대해야 한다. 그를 위한 소통과 연대의 공간을 마련하자.

민중의 물결을 이루어내자. 아펙을 무산시킬 수 있는 완고한 저항을 확산하고,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고통 받는 민중의 연대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노동, 농업, 에너지, 교육, 의료와 결부된 민중의 삶은 아펙회의의 목표와 방향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으며, 어느 것 하나도 그들이 결정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민중의 자율적인 토론과 연대로 가능한 것임을 선언하자. 해방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조직하는 출발점이 될 아펙정상회의 반대투쟁에 나서자. 빈민, 비정규직, 여성, 농민, 학생 모두의 연대를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아펙회의를 무산시키자.


최예륜, 사회진보연대 정책편집부장·아펙반대부시반대국민행동 선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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