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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FM, 3개월의 고백

송덕호ㅣ미디어연대 사무처장

방송위원회에서 방송을 시작하라고 권고한 3월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지는 어느새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해 놓은 것 하나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이 3개월 동안 가능하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우왕좌왕 시행착오만 한 것 같다. 그건 단지 마포FM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7개 사업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액트 편집위원으로부터 마포FM의 진행과정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잠시 망설여졌다. 그 진행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포FM이 걸어온 과정이 다른 사업자에게, 또는 새롭게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기에 글을 쓰기로 했다. 때문에 이 글은 지난해 11월 16일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3개월 동안의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글이 될 것이다. 부끄러운 고백이겠지만 가능하면 솔직하고 담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때론 행간에 의미를 담아야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지니
오늘 내가 간 이 길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백범 김구선생이 즐겨 쓰셨다는 서산대사의 답설야(踏雪野)이다. 마포FM이 지난 3개월 동안 걸어온 길은 마치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공동체라디오의 향배를 가름 하게 될 시범사업자이기에 그 한 걸음 걸음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걷으려 하였다. 장비구축에서부터 제작인력 구성까지 하나하나를 가능하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마음과 의지만 그렇지 실상을 보면 그렇게 진행하지 못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숨 가쁜 준비에 착수하여야 했다. 방송위원회의 시범사업이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숨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방송위의 시범사업이 이렇게 급하게 시작된 이유는 갑작스레 예산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삭제되었던 예산이 경제활력이란 명분으로 다시 살아나 지원을 받게 되었고 그래서 급하기 추진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정통부와의 협의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출력 문제에서부터 주파수 문제까지 모든 문제가 얽혀 있었지만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어 일정을 서둘러야 했다. 어떻게 보면 준비 하나 없이 단지 예산만 확보된 측면이 있었다.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이 법인 설립이었다. 방송위의 지원금을 받기위해선 법인격을 갖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방송위는 11월말까지 법인설립을 마쳐달라고 주문했다. 이상적인 형태를 고민하고 실천하기엔 너무 촉박한 시일이었다. 방송국 설립에 같이 참여한 19개 단체와 서강대, 마포구청을 배려하며 법인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수정되어야 했다. 우선 최초의 설립주체였던 5개 단체로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또 하나 법인의 회원에 대한 고민도 철저히 진행하지 못했다. 회원의 자격을 어떻게 할 지, 회원의 권리와 의무는 어느 선까지 해야 할 지 많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일단은 법인을 만들고 이후 더 고민을 하기로 하였다.

급하게 준비했던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 사업신청서도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 방송위의 시범사업자 공모가 너무 촉박하게 진행되다보니 사업신청서도 시일에 쫓겨 준비하게 되었고 철저하게 토론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었다. 여기에 대한 토론을 완결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편성목표, 편성전략 등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편성기획안까지 다시 논의에 들어갔다. 마포FM의 편성목표는 ‘마포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열린 방송’이었다. 마포의 특정집단이나 계층이 아닌 마포 전 주민을 대상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개방형 방송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는 소외된 사람의 매체이기에 노인이나 청소년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동체라디오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었기에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했다. 공동체라디오가 대안적인 미디어이기에 그동안 미디어에서 소외되었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것 역시 필요하고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소외현상을 불러올 수 있었다. 지역 미디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중앙언론에 의해 배제되었던 지역주민 전부를 또 다시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때문에 전체 마포주민을 대상으로 하되 노인이나 청소년 등 미디어 소외자에 대한 편성계획을 가져가는 것이 더 공동체라디오의 특성에 맞다는 쪽으로 토론은 결론 났다. 결국 마포FM의 편성목표는 ‘마포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열린 방송’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었다. 편성방향과 편성전략 역시 수정 없이 결론지어졌다. 편성에 대한 부분도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

동시에 장비에 대한 검토도 다시 시작하였다. 이 부분이 참으로 어려웠다.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기존 라디오방송국의 엔지니어로 일 하시는 분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어 모든 장비를 하나하나 다시 검토할 수 있었다. 어떤 기능을 하는 건 지, 꼭 필요한 것인지, 다른 장비로 대체하면 안되는 지, 더 값 싼 장비로 대체 가능한지 등등등. 이런 방식으로 하나하나 장비를 검토하였다. 가장 중요한 장비는 콘솔과 자동송출이 가능한 오토파일시스템(Auto File System)이었다. 비용도 가장 많이 차지하였다. 그러는 동안 여러 장비 업체에서 접근해왔다. 모든 데서 견적을 받고 그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여, 그 중 네 군데를 선정하였고 직접 콘솔과 오토파일시스템을 비교해 보기로 하였다. 네 군데를 직접 돌아본 결과 그 편차는 매우 컸다. 특히 오토파일시스템은 장난감 같은 수준에서부터 현재 공중파 방송에서 사용하는 정도까지 그 수준차가 매우 컸다. 그 장단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동체라디오에 적합한 수준은 어떤 것일까? 비용, 운영의 편리성, 안정성 등 모든 면을 검토하여야 했다. 몇 군데 자문을 받아본 결과 오토파일과 콘솔은 검증된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한 업체와 계약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계약 직전 견적가격이 조정되지 않아 업체를 바꿔야 했다. 막상 장비를 결정한 이후 우리가 선정한 장비가 공동체라디오에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현재 시범사업자들 대부분이 설치한 시설의 기준이 되었던 것은 지난해 8월경 방송위가 열었던 전문가토론회에서 제시되었던 것이었다. 장비만 1억 8천에서 2억 4천 정도의 규모였다. 그 장비도 지나치게 고가였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범사업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었다. 장비업체들도 그 기준에 맞춰 장비를 제시할 정도로 영향을 발휘하였다. 또한 시설설치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기술자문을 해주었던 전문가들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기존 지상파 방송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설기준을 자문 해주는 것이었기에 그 기준이 매우 높았다. 또 하나 영향을 미친 측면은 지상파방송사업자라는 지위였다. 방송위는 시범사업자들을 지상파방송사업자로 허가추천을 하였다. 때문에 시설기준도 지상파방송사업자에 준해서 준비하여야 했다. 지나치게 기술수준이 낮은 장비로 설치하였을 경우 정통부의 방송국준공검사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시설과 관련해 혼란스러웠던 것은 공동체라디오의 시설기준이 아무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사업의 혼란은 이렇게 고스란히 시범사업자에게 부담이 되었다.

편성과 장비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면서 자원활동가 추가 모집도 시작하였다. 먼저 참여단체에 자원활동가 모집을 알렸다. 서강대학교 자원봉사센터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서강대 신방과는 이미 공동체라디오 인턴쉽 과정을 개설해 05년 봄 학기부터 참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와 별개로 서강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자원활동가를 모집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었다. 이를 통해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이후 큰 힘이 되었다. 마포구청의 협조를 받아 마포구청이 발행하는 지역소식지에도 자원활동가 모집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지역에 많은 홍보효과를 미쳤고 지역민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마포공동체라디오 자원활동가 교육 장면


방송국 명칭과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공모도 시작하였다. '마포공동체라디오'라는 명칭에서부터 마포나루에서 아이디어를 딴 '나루FM', 집 가까이 있는 것에 착안한 ‘코밑FM' 등 기발한 명칭이 접수되었다. 캐치프레이즈도 ‘우리동네방송’, ‘라디오공동체’, ‘참여와 대안의 소리’ 등 많은 아이디어가 접수되었다. 방송국 명칭은 지역주민들이 들어서 친근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명칭으로 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검토한 결과 ‘마포FM’으로 최종 결론지어졌다. ‘공동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을 최후까지 고민하였지만 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목적지향적인 의미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이름이 길어진다는 단점으로 인해 빼기로 결정하였다. 캐치프레이즈는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우리방송, 마포FM’을 대외적인 것으로 사용하기로 하였고, 우리의 지향을 담은 ‘참여와 대안의 소리, 라디오공동체 마포FM’은 내부용으로 하기로 결론지었다.

하나하나 결론을 내리고는 있었지만 일정이 대체로 늦어지고 있었다. 예산안 수립, 후원의 밤 준비, 상근자 확정 등 중요하고 중장기적인 부분에 대한 계획이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 마포지역의 현안이 되어버린 쓰레기소각장 문제가 바쁜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상근자 없이 공동체라디오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전체적인 로드 맵을 빨리 세우고 계획성 있게 진행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한달 남짓 남은 개국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하여야 한다. 지역의 참여와 협조도 더욱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마포FM이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마포FM은 앞으로도 뒤에 오는 사람을 배려해 책임성 있게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다른 시범사업자들과 그리고 미디어운동 단체들과 연대하여 공동체라디오의 모범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포FM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길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