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거대미디어 기업에 맞선 힘겹지만 힘찬 싸움

미디어활동가 수피니아 vs. 태국 미디어재벌 SHIN Corp.

김지현ㅣ ACT! 편집위원

지난 3월 27일 태국에서는, 태국 최대의 미디어 재벌 Shin Corp.이 낸 명예훼손 소송사건에 맞서 싸우고 있는 수피니아 클랑나롱 Supinya Klangnarong을 옹호하고 그녀의 법적 대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연대 행사가 열렸다. “용기의 기치를 올리자 (Raising Spirit of Courage)"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학자와 시민 단체, 그리고 前 수상 아난드 파니아라춘Anand Panyarachun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여 탁신 Thaksin 수상이 등극한 이후 전개되기 시작한 언론 탄압과 정경유착의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자리를 가졌다.

<민중미디어개혁캠페인>(the Campaign for Popular Media Reform, 이하 CPMR)의 사무국장인 수피니아는 그녀가 한 신문기사 인터뷰에서 탁신 시나와트라 Thaksin Shinawatra가 2001년에 새로 태국 수상으로 등극한 이후로 Shin Corp.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Shin Corp.에 의해 고소당한 상태다. Shin Corp.은 그녀의 이런 진술이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피해도 입혔다고 주장하며 그녀와 그녀와의 인터뷰를 게재한 타이 포스트지의 발행인 및 편집자들을 상대로 2003년 말에는 명예훼손 형사 소송을, 2004년 8월에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들 소송에서 Shin Corp.은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이 기사를 실은 모든 인쇄물을 압수하고 8개의 주요 일간지에 한 달 동안 이번 사건의 판결을 보도할 것, 그리고 무려 4억 바트(약 11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SHIN Corp.이 민사소송에서 이길 경우 수피니아는 그녀의 2500년간의 월급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한다.

문제가 된 기사는 2003년 7월 16일에 <타이 포스트>지가 발행한 조그만 인터뷰 기사이다. 수피니아는 이 기사에서 2001년에 탁신 수상이 집권한 이후로 SHIN Corp.이 미디어와 정보통신 사업을 확장시키면서 이윤이 4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SHIN Corp.이 태국의 수상인 탁신 시나와트라 집안의 소유라는 점을 들며 태국에서의 정치와 경제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백만장자 탁신이 수상직에 오르기 전에 설립했던 SHIN Corp.은 현재 그 가족들이 회사 지분의 약 40%를 소유하고 있으며 24개의 지분소유 기업을 통해 태국의 정보통신과 미디어, 컴퓨터, 위성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 재벌기업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이 정보통신 거대기업의 순이익은 97억 바트(2억 4천 2백만 USD)에 이른다.

작년 9월 6일과 10월 11일의 공청회를 통하여 현재 형사소송 사건은 올해 태국 총선이 끝나는 7월로, 민사소송 사건은 형사소송 사건이 마무리된 후인 올해 하반기 이후로 연기된 상태이다.

태국의 거대기업이 운동가를 상대로 거대배상을 요구하는 첫 번째 소송이기도 한 이번 사건은 1997년 이후로 활발하게 진행되던 태국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운동에 대한 중대한 탄압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 열린 “용기의 기치를 올리자 (Raising Spirit of Courage)"라는 행사에서도 탁신이 수상에 등극한 이후 점점 더 친정부적이고 보수화 및 상업화 경향으로 기울어가는 태국의 미디어 환경 및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해 가져오는 위협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자리였다.

개회사 이후 마련된 연설에서 전 수상 아난드 파니아라춘은 민주주의 사회의 네 가지 원칙-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이 지켜지지 않거나 왜곡되는 사회에서는 수피니아와 같이 사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알려내며 개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련된 포럼에서도 포럼 패널들은 단일 정당의 지배 아래서 공익을 대변하길 포기한 주류 태국 언론이 제시하는 매우 암울한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니룬 피타크와차라 Nirun Pitakwatchara 의원은 오늘날의 태국의 미디어가 국민의 공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정치나 기업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미디어업계 종사자들과 학계 및 시민단체 사이에 좀 더 강한 연대를 구축하여 강력하고 시급한 미디어 개혁을 벌여나가자고 요청했다. Nation Multimedia Group의 부편집장인 카비 총키타본 Kavi Chongkitthavorn도 오늘날의 태국 언론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고 말하며 “언론이 과거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에서 점점 정부의 모든 정책을 찬성하고 홍보하는 역할로 바뀌었으며 자신을 정부와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점점 더 정부와 밀접하게 이해관계를 얽혀가고 있는 주류언론에 대해 미디어 사회비판가인 니티 이아오스리웡 Nithi Eaosriwong은 이런 언론 환경에서 미디어와 국민이 계속해서 연결의 끈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안미디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거대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수피니아는 자신이 처한 위협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축되기 보다는 당당히 정면대결을 펼쳐 보이고자 하는 점에서 태국의 미디어운동 역사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신문사에서는 명예훼손에 관한 문제 제기가 들어왔을 경우 문제가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정 바깥에서 문제 제기자와 조용히 합의하여 문제를 해결해온 것이 관습이었다. 그러나 수피니아는 이번 소송제기에 대해 조금의 타협도 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이번 기금마련 행사의 마지막에 마련된 인터뷰에서 수피니아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사건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또한 개인이 기업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기업은 너무나 강력해져서 대중들의 모니터링도 비판도 거부하고자 한다.” 그녀는 이번 사건이 - 자신이 만약 이길 경우 - 정치인과의 유착 관계를 통해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태국 대기업에게서 점차 투명성을 얻어내고 이를 확대시켜나갈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기회로 보고 있다.

벌써 일부 태국 언론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타이 정부와 Shin Corp.의 명예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Nation 지의 카비 총키타본 Kavi Chongkitthavorn은 “이번 소송이 제기된 이후 Shin Corp.과 탁신 정부는 거대 기업이 공익을 위해 싸우는 한 작은 개인을 상대로 너무나 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어 점점 수피니아를 위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참가자들은 모두 500에서 2,000바트의 기부금을 냈고,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기 위한 은행 구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여기서 마련된 돈은 전액 수피니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고 큰 금액이 모일 경우 수피니아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Shin Corp.이 수피니아를 상대로 낸 이번 소송 사건과 관련하여 세계기독교커뮤니케이션연합 (본부 : 영국) WACC를 비롯하여 the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Human Rights Watch 등은 그녀에게 제기된 부당한 공격을 비판하고 SHIN Corp.의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취소를 요구하는 전 세계적 연대 요청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고자료>

- "BT400M LAWSUIT: Hundreds gather for Supinya"
- "Rights-Thailand: A Media David Takes On the Premier's Goliath"
- “SHIN Corp Vs Supinya”
- “Special interview: Ms. Supinya Klangna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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