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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엄혹한 삶의 현실을 돌파한다(Break Through)!

사이드 무나ㅣBreak Through - 방글라데시 미디어 그룹
(breakt_through@yahoo.com 혹은 jbmunna@yahoo.co.uk)

방글라데시는 71년에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다. 방글라데시는 헌법상 민주적 주권국가로 정의되어 있지만, 이 1억 5천명 시민들의 나라는 문제가 많다. 정치적인 상황은 매우 좋지 않으며, 부정부패, 테러, 실업, 노동탄압, 성차별의 문제가 너무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간 이러한 국내의 상황을 알리는 미디어 그룹의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주류 방송이나 신문은 언제나 그렇듯 정부나 자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Break Through가 작지만 힘찬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1. 정치상황

방글라데시는 독립되었을 당시부터 쿠데타 정부였으며, 90년대부터 선거를 통해 형식상의 민주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조직인 BNP와 AWAMILIG가 권력투쟁을 통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 깡패들과 결탁한 합법적인 폭력조직이다. 현재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계속되는 싸움과 폭력과 함께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의 파업이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아니라 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여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의 파업이다. 이러한 파업에서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과 가난한자들은 얻는 것 하나 없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뿐이다.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지만 민중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2. 노동자의 상황

방글라데시는 많은 인구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장이 많지 않고, 릭샤(인력거) 운전과 의류공장. 그 밖의 작은 공장 등의 일자리가 있다. 의류산업 노동자들은 전체 산업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인 960다카(약 1만 3천 원 정도)를 받으며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기준으로 한 끼 식사는 60다카 정도이기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평균 노동시간은 12~13시간 정도로 ILO가 정한 기준인 하루 8시간 노동에 2시간의 추가근무를 훌쩍 뛰어넘는다. 공장의 통근 카드에는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7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11시가 다 되어 일이 끝나고 여기에 새벽 2시까지 추가근무를 하기도 한다. 야근수당은 카드에 써있지 않기 때문에 받지 못한다. 한달에 100시간을 야근해도 100다카 정도의 위로금을 받을 뿐이다.


출근이 끝나면 대부분의 공장 문은 닫혀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치 닭장과 같은 시스템이다. 출퇴근 시간만 출입문을 관리하면 되는 경비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의류공장에 불이 나서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상계단도 없는 건물에서 일년에 2~3회씩 일어나는 이러한 사고에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치타공 지역에서 대규모의 화재가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공장 관리가 절도를 우려하여 공장 문을 잠궈 놓는 바람에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공식적인 정부의 발표는 400명 사망이었으나, 야근 도시락이 1,400개 배달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사망자는 훨씬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와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이 화물차를 동원하여 시체를 치우는 모습을 봤다는 소문이 있다. 슬픈 현실이다.

공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는 고용된 깡패들이 몸수색을 한다. 얼마 전 한 노동자가 밤 3시까지 일을 하고 난 후 집에 돌아갔다 올 시간이 빠듯하여 공장에서 자게 되었다. 아침에 공장에서 만든 티셔츠를 잠시 입고 밥을 먹으러 나가다가 검문에 걸려 맞아죽는 사건이 있었다.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해 있다.



3. 여성 노동자의 문제

의류노동자들의 80%는 여성노동자이며 여성노동자의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하다. 하루 종일 기계 앞에 앉아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쉬지 않고 일해야 하며, 잡담 등을 하다가 들키면 200다카라는 무서운 벌금을 내기도 한다. 하루에 12시간씩 서서 일을 해야 하기도 한다. 밤에 일부러 야근을 시키고 성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은 밤에 귀가하는 길에 깡패와 경찰들의 괴롭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며, 성매매 여성이면 잡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통근 카드에는 7시 퇴근으로 되어있는데 (이들도 공장에서 야근을 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오는 길이냐며 협박하고 또 성폭행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올라온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이 밀집되어있는 지역에 산다. 여성들끼리 방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남성 관리들에게 부탁하여 방을 구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반강제적인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공장에서 당하는 성폭력에 항의했다가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 번은 거리에서 매매춘을 하고 있는 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하루에 12에서 13시간씩 힘들게 일하면서 동시에 성폭력에 시달리는 노동 현실이 오히려 더 힘들어 거리에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서는 아침에 공장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 노동자 조직

이러한 심각한 상황 앞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으나 그동안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내에서는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신 그 자리를 맡고 있는 노동자 조직(밑에 설명을 하겠지만 노동자들의 조직은 아님)은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다.

1) 어용노조

중앙을 중심으로 몇 개의 어용노조가 있다. 작업장이나 산업별로 구성된 노조가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대중조직이라면 이러한 조직들은 ‘연맹’이란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는, 어떤 공장에서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외부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은 약간의 파업과 협상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팔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긴다. 정부나 사측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이 사람들을 부른다.

어떤 공장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조직을 만들었는데, 조직 대표의 한 사람은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혀갔으며, 또 한 명은 다음날 실종되었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이를 계속 항의하고 싸움을 계속해 나갔으며, 공장 측에서는 연맹을 불러 대신 협상을 진행하였다. 회사의 자율적인 조직과는 상관없는 8개의 어용조직이 계약서를 함께 작성하였으며, 그 협상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 않았음은 두말할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보너스 지급이 25%에서 15%로 삭감되었다. 웃지 못 할 희극이다.

2) 정치 조직

두 번째 노동자 조직은 여당과 야당 BNP와 AWAMILIG에 소속되어있는 수백 개의 정치조직이다. 여기에는 노동위원회, 학생위원회, 농민위원회 등 많은 단체들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들 역시 진짜 노동자들을 위한 위원회가 아니라 각 단체가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적인 힘을 실어주는 조직일 뿐이다. BNP가 정권을 잡고 있으면 야당의 각종 위원회는 모든 정당한 활동마저 탄압을 받게 된다. 또한 많은 일자리는 소위 말하는 ‘물갈이’가 된다. 예를 들어 정권이 바뀌게 되면 공장이나 학회에서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5. 노동운동

이러한 상황에서 정직한 노동자 조직, 혹은 정당한 노조는 아주 작은 규모로 몇 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지역 조직중 하나가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연대 포럼(Bangladesh Garments Worker Unity Forum)이다. BGWUF 노동자들은 올해 6월 20일 방글라데시 가지푸르 지역에서 파업을 감행하였다. 그 집회에서 경찰들의 총을 맞고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총은 파업을 막지 못하고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전 가지푸르 지역에서 파업이 일어났으며 노조에 가입되어있지 않으며 조직이 없는 인근 공장까지 여파가 번져 5,000 ~ 6,000명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자신과 똑같은 노동자를 위해, 자신을 위해 함께 싸웠다. 바로 그 다음날인 22일부터 방글라데시 전 지역의 의류공장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총 300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와 일주일동안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대대적인 투쟁이 승리한 이후 정부와의 협상이 있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조직을 만들어도 좋다”라는 문구를 통해 노조를 우회적으로 승인하였으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몇몇 작은 권리를 되찾았다. 협상 이후 공장 측에서는 자기편 사람들을 동원하여 어용노조를 만들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 곳곳에서 산발적인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BGWUF 조합은 신뢰를 얻어 몇몇 지역의 노동자들이 직접 찾아와 노조에 가입하기도 한다.

6. Break Through

방글라데시에 돌아가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많았다. BGWUF를 포함한 몇몇 정직한 조직. 또 나쁜 정치조직등도 많이 만나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노동운동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관심이 생긴 것들을 찾아보았으며 BGWUF와의 연대를 생각하게 되었다. BGWUF를 통해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고 노동자들의 집에 찾아가기도 하였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경찰의 총을 맞고 죽고 있는데, 일반 학생이나 시민들은 여기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사건들에 관해 물어보면, 다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을 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건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있거나, 거기에 대해 고민하는 지는 의문이었다. 또는 함께 싸우려는 생각은 더더욱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될 수 있는 한 문제를 많이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미디어 공부를 하기 위해 ETV 방송에 들어가고 같이 공부한 학생 4명과 나를 포함한 5명이 그룹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는 2명의 여성 멤버가 추가되어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하여 2005년 3월 결성된 ‘Break Through’는 영화를 직접 만들고 또 노동자와 학생에게 직접 상영 하고 있다. 그룹 내 상영 소모임인 ‘찰리 채플린 film society’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노동자들에게 6번의 상영회를 진행하였다. 영화를 틀 때 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많은 학생들이 이 정도까지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자신들은 너무도 몰랐으며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좌파 학생조직들은 자체 교육시간을 만들어 우리를 부르기도 하고 또 연대하고자 했다. 나는 한국에서의 일련의 경험들과 미디어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또 노동자도 싸워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Break Through는 현재 3개의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상영된 <21세기> 이외에도 <정부의 아동노동>, <우리 사회의 여성>이란 작품이 있다. 노동자와 언론에 대한 탄압이 심한 탓에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21세기>를 만들 때 공장 측에서는 죽여 버리겠다든가, 여성들을 성폭행하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고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노동조합과 가난한 자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미디어 그룹은 우리뿐이다. 그만큼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정치적인 예술영화를 찍고 상영하는 몇 개의 미디어 그룹이 더 있는 정도이다.

메인 방송은 언론 탄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회현장을 찍고 있으면 경찰들이 카메라를 든 사람을 먼저 때리고, 장비를 부숴버린다. 한국처럼 이마나 팔에 ‘보도’라고 써 붙이고 현장에 나가면 한 대라도 더 맞는다. 정치깡패들도 자신과 반대진영의 시각으로 기사를 썼다고 기자를 죽이기도 한다. 지난 2년간 36명의 기자가 폭행을 당하고 총을 맞아 목숨을 잃었다.

방글라데시 내부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또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이번에 한국에 와서 연대, 혹은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도 Break Through를 너무 잘 봐주시고, 의의를 지지하기도 하고,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현재 힘든 상황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그룹 멤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격려의 메일을 하나 보내주는 것도 좋고,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으로도 방글라데시의 상황과 우리의 목소리를 많이 알리고 또 연대하고 싶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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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 , 방글라데시 , 미디어활동가 , 브레이크 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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