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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 거들떠도 안보더니 이제 유씨씨(UCC)가 살 길?

시민 미디어 식민화와 그 저항까지 넘어서...

조동원 (jonairship@gmail.com | gomediaction.net)

“자본의 이중착취 신호”

광대역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방송 채널을 통해서, 그리고 본격화되고 있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미디어 서비스를 통해서 수 백, 수 천 개의 채널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채널들을 채울 컨텐츠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 컨텐츠의 다양성은 부재한 채 그렇지 않아도 지긋지긋한 상업주의가 도처에 만연하고 있고(유비쿼터스), 대부분의 컨텐츠가 유료화 되는 경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이 때 마침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호들갑 떨며 반기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 역시 도처에 유비퀴터스 되어 한 번쯤 들어보게 되는 “유씨씨”다. 영어권에서는 유쥐씨(UGC, user generated content)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앞서간다는 한국은 영어권에서 들여올 것도 없이, 유씨씨니 디엠비니 와이브로니 (국제적으로 잘 통용되지도 않는) 영어 표현을 아예 새로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이 새롭게 만들어져서 그렇지 유씨씨는 가깝게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제작-배급 장비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이후, 전문 제작 단체에 속하지 않은 모임이나 비전문적인 개인이 직접 만든 미디어 콘텐츠(비디오 등)가 양적으로 많아지게 되면서 점차 보게 된 것들이고, 그러면서 주류 방송의 일정 시간대 혹은 아예 채널 하나를 기존의 시청자였던 사람들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방송하자는 퍼블릭 액세스도 유씨씨가 아니고 무엇일까.

아주 멀게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산업사회 전후로 기업 형태의 미디어 제작-배급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 “창작자”라는 전문 직업 계층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오히려 유씨씨가 대부분의 창작 과정이었다. 그 유(U)가 가리키는 이용자가 인터넷 이용자로 국한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포토숍과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같은 것이 (엄청 비싼 소프트웨어인데도^^) 대중적으로 사용되면서 인터넷을 떠돌던, 촌스럽기도 하지만 참신하기도 한 콘텐츠들 역시 유씨씨였다.

다음(Daum) 기업은 아예 “우리들의 UCC 세상, 다음”으로 슬로건을 바꾸기까지 했는데, 위와 같이 이미 다 있었던 것이니만큼 최근에 이를 두고 이름만 바꿔치기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에는 당연히 구린 사연이 있겠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수많은 유씨씨들을 저작권법으로 보장받는 타인의 저작물을 해적질한 것으로 매도하며, 무작정 돈벌이하려는 것들이 그 유(U)들을 돈 물리거나 가두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어떤 저작권자들은 괜찮다는데도 권력과 결탁한 이것들은 법까지 바꾸려고 하면서(직접 피해 입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고소할 수 있다는 비친고죄를 포함하는 우상호 법안) 난리를 피우고 있다.

여전히 유씨씨는 대부분 “해적질”해온, 소위 저작권을 이용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져온 기존 방송, 스포츠, 영화, 광고 등의 콘텐츠를 가지고 짜깁기하는 수준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도,1)

그런 차원에서 유씨씨라는 말은 유엠씨(UMC, User Modified Content)나 유씨씨(UCC, User Copied Content)로 불리기도 한다. 유씨씨의 90% 이상이 “저작권 미해결 콘텐츠”이고 “뜨기 위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이라는 통계도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제는 널리 진흥하는 분위기다. 프로그램 제작의 아웃소싱이나 다름없는 브이제이들이 만들어오는 것들만으로는 콘텐츠 수급이 안 되었던지 한국방송공사(KBS)까지 유씨씨 공모전을 열고나서는 판이다.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관점이나 저작권과 같은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은 생산하는 이용자들에게 모두 전가되고 있으니 부딪힐 것도 없다.

한편에서는 이제 저작권을 빌미로 돈벌이 궁리를 하며 맘대로 하려고 법대로 하려니 법을 고쳐야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씨씨 가지고 장사가 될 거냐 안 될 거냐의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1일 방문자 1천 만 명, 1일 페이지 뷰 1억 회, 1일 재생횟수 4천 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직접 방송해봐라”는 유튜브(youtube.com) 기업을 16억 5천만 달러를 들여 구글(google) 기업이 인수한 사례는 유씨씨로 돈이 되는 쪽으로 크게 한 번 쏜 것과 같다. 그러니 거대 미디어 자본이 “이용자들의 순수한 ‘참여’정신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손쉬운 장사”를 해먹으려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을 ‘이중착취’하겠다는 신호이자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데도 일리가 있다(양기민, “미디어 자본의 이중 착취 신호, UCC,” 웹진 문화사회 http://culturalaction.org, 2006.11.3).

융합미디어 환경의 자본의 생존전략: 유씨씨로 어떻게 안 될까

아이피티브이(IPTV) 사업자인 케이티(KT)와 하나로텔레콤도 유씨씨 확보에 나섰다. 2010년까지 아이피티브이가 약 1조 8,033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고, 유씨씨가 향후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버젓이 나오고 있는 판이니 말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위성방송에서의 퍼블릭 액세스 전용 채널인 시민방송(RTV)과의 제휴를 통해 시민제작참여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유씨씨를 가져다가 쓸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웹에서의 유씨씨는 제작 도구이자 채널이며 상영 공간이고 공유와 소통이 상호적인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생산자-이용자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이었다면, 아이피티브이 등의 신규 미디어에서는 마치 기존 방송 산업의 콘텐츠제공업자 같은 중간 서비스 업체를 통해서 유씨씨가 제공되는 형태가 될 것이고, 융합미디어 업자들 역시 일종의 포털 형태로 프로그램 가이드(EPG)와 셋톱박스의 기술적 특성을 이용한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서비스로 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폐쇄적 영상전송시스템”이라고 하던데, 그 자체로 퍼블릭 액세스였고 공동체 미디어였던 인터넷 미디어(비디오)가 오히려 일대다의 일방적 매스 미디어 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첨단 기술 만들어 놓고 이게 웬 퇴보냐.

물론 지금의 이용자 창작 콘텐츠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 위주로 되어 있으니 뭐 기대할 것도 없다고 눈 돌리면 큰일이다. 이를 가지고 장사를 해먹겠다는 업자들에 의해, 그나마 자유롭고 자생적인 미디어 생산-이용 문화의 흐름이 상업적이고 폐쇄적인 서비스로 제한되고, 기왕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라든가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콘텐츠마저 그 의미가 탈각된 채 상업적 맥락으로 전유되어버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창 모바일 동영상으로 돈벌려고 하면서 콘텐츠공급업자들(CP, contents provider)이 앞뒤 안 가리고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문을 심심찮게 두드렸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시민방송 프로그램 가지고 일단 콘텐츠를 채워보려는 건지 ‘공익성’ 점수를 따려는 건지 모를 아이피티브이 시범사업자 얘기도 찜찜하다. 하나로텔레콤과 시민방송, 그리고 예의 그 제작 참여 시청자들이 어떻게 계약을 했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본의 울타리치기! 우리의 공유지 대안은... 시민 미디어 식민화에 대한 대항?

그러니, 유씨씨를 무조건 자본에 의한 (이중) 착취로 비판만 하며 손 놀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미디어 문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현재의 변화가 무조건 자본에 의한 착취와 포섭의 고도화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임에는 확실하다. 미디어/문화 생산수단의 대중화와 미디어 생산-이용 방식의 민주적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인 대중적인 현상이 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미디어 참여 구조의 양상은 새로울 것도 없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어온 대중의 창조와 공유의 실천(commons)이 자본과 국가기구에 의해 전유(enclosure)되는 양상을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참여적 미디어가 활성화된 것이 기업 미디어의 소유 및 지배 구조로부터 독립된 미디어 생산수단의 대중화, 공공영역 확대, 자율적 주체의 형성에 부분적으로 기인한 것임에도, 이는 곧바로 미디어 자본에 의해 포섭되고 재전유 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소위 “시민 미디어” 식민화에 대항하는 것은 향후 융합 미디어 환경을 결정짓는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할 때, “시민 미디어”의 식민화, 더 크게는 미디어 자본의 커뮤니케이션 사유화에 대한 대항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가 병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하나는, 애매한 “시민 미디어”를 급진화 할 필요가 있다. 시민 미디어 혹은 시민 참여(적) 미디어(citizen [participatory] media)는 그 자체로는 애매하고 쉽게 포섭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보장하는 실질적인 ‘시민권’을 갖지 못한 다양한 소수 주체들을 배제시키는 개념적 한계가 존재하며, 다른 한편으로 무엇에 대한 어떤 참여인가가 점점 애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떤 주체에 의한 어떤 참여(수단, 방식, 문화 등)인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링이다. 이는 모든 주체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적 구조, 그와 동시에 그러한 참여의 수단과 조건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사회적 (소수) 주체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위한 아웃리치(outreach) 활동과 지원이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이중의 미디어 참여 구조를 최대한 공공화해야 한다. 융합미디어 환경 이전에라도 공적 미디어 인프라 구조는 확대되어야 하고, 국가 기간 통신망과 공영방송인 케이비에쓰에 대한 공공적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하고, 사회적 소수 주체에 대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전사회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지원 구조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서, 정치적 담론의 허용 범위를 급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독립적 전문 미디어 생산방식이 기획되고 실천되는 동시에, 사회적 소수 주체의 직접적 의사표현이 확대되고 복수의 대항 공공영역(들)의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계속되어온 지배적 주류 미디어 구조에 대한 개혁운동을 진전시켜나가면서도 대안/독립/공동체 미디어의 문화실천과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중심으로 한 개혁과 대안 실험의 디지털 투쟁, 제작 및 배급/유통 기업의 독점적 이윤창출과 사유화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지적재산권 강화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공유의 권리 투쟁, 대안적 생산-이용의 모델 실험을 중심으로 한 대안 투쟁, 그리고 이것들을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의제들과 연계시키며 사회운동과 함께 대중운동으로 확장하는 연대투쟁 속에서 가능한 개혁과 대안의 협력적 운동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과 새로운 문화실천에 따른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 지배적 미디어 생산-이용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특성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주체의 참여(협력과 공유)와 직접 행동이 용이한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 기획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져야 한다.

미디어 시스템의 대안 기획

사실 잘 안 알려져서 그런 것 같은데, 일단 (큰) 돈 없이도 이것저것 많이 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또 한 번 훌륭한 인터넷을 가지고, 독자적인 온라인 배급망이나 상영(play)을 위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국내외의 시도가 최근 몇 년 간 부쩍 많아지는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진행된 ‘웹의 진화’와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실험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광대역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곳에서, 그리고 광랜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통신망을 통한 (멀티) 미디어 컨텐츠의 공유, 공동 편집, 전국적(전지구적) 배급과 액세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다양한 조건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은 더더욱 새로운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시급해지는 과제는 이러한 생산 관계의 변화, 미디어 생산방식의 변화의 진보적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 기획으로 가져가는 일이다. 뻔한 자본의 전유과정, 그 강력한 흡인력으로 그 잠재적 가능성이 파괴되고 있는 유씨씨를 보면서, 보다 시급하게 재전유의 담론-언어 개발, 정치기획으로서의 대중 미디어(popular) 전략,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의 과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프로젝트를 다 서술하지는 않지만, 현재 그런 맥락에서 ‘독립미디어 온라인 플랫폼’이나 ‘공동체미디어 아카이브’ 등등의 독립적 웹 미디어 기획과 활동들이 가고 있다. 예의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대안적 사회와 대안적 미디어 전략까지 고민하면서 가야할 판이라 몇 가지 기획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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