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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특집-공동체라디오] 성서공동체 FM

설립 3년차 개국 2주년의 성서공동체 FM, 다시 ‘라디오 공동체를 꿈꾼다’

1. 평가에 앞서

MEDIACT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기존 자료를 찾아보던 중, 신기하게도 방송국설립 4개월 째, 개국 1주년 때, 2006년 531지방선거 때 선거방송을 하고 난 후 매 시기마다 MEDIACT에 원고를 기고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매 시기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11월 15일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국이 선정되고 올해 3년차, 우여곡절 끝에 2005년 8월 22일 개국하고 개국 2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시범사업 2년 여 과정은 8개 방송사별로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8개 방송사 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히 공동으로 경험한 것을 단순화시키면 매일 사고 없이 방송하는 것, 빈번하게 교체되는 자원봉사자들 인력 관리하는 것, 방송국이라고 하기에도 멋쩍은 좁은 가청권역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부족한 재정과 누적되는 부채, 낮은 출력으로 인한 방송제작진의 열정의 소진 등...
이 시간적 과정이 말하는 바는 시범사업기간에 진정으로 공동체 라디오의 이름에 걸맞게 실험하고 경험적으로 축적해야할 어떤 것도 시간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공동체 라디오를 지역 주민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 그리고 공동체 라디오에 합하는 컨텐츠는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 지역주민들 속에 공동체 라디오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일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등 이런 사업들을 원활히 수행하기에는 방송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머릿속의 과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공동체 라디오는 시범사업의 법적 유효기간과 상관없이 뭐라고 규정하기에는 아직 불충분하다.
그 중 가장 불충분한 것이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사회화의 과정이다. 사회화 과정에는 실제 방송사업자들이 해야 할 역할,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과정, 관계부처의 정책적 지원 등 다양한 영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의 사업이 아직까지 강보에 쌓여있는 아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화의 과정은 관계부처의 정책적 지원이며 때문에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부족한 것이 관계부처의 정책적 지원이다. 출력증강과 공적재원의 지원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논의는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낮은 출력으로 인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통과 방송의 공익적 역할과 공공성 강화에 공동체 라디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도대체 관계부처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2억 원이 있어야 신규 사업을 허가한다, 정식사업으로 전환하면 지원금을 중단한다, 등 공동체 라디오를 둘러싸고 마치 괴담(?)처럼 흉흉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11월 29일 방송위원회가 ‘공동체 라디오 방송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하니 공동체 라디오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정식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도 진행할 생각인가 보다. 방송위원회가 공동체 라디오 2년간의 평가와 정책방안을 마련하는데 탁상에서 하는 것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2. 성서공동체 2년의 간략한 평가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2년간 시범 운영된 공동체 라디오는 지속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공동체 라디오는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 한다는 다양한 견해 속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지향해야 하는 원칙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2년간 방송을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성서공동체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1) 우리가 라디오를 가진다.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은 많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기존 방송에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다.
성서공동체 FM의 경우 이런 주인공들이 너무 많다. 성서공동체 FM의 설립의 계기였던 6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매일 2시간씩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한국생활에 필요한 법과 상식과 자국 소식을 음악과 함께 본국어로 방송을 한다. 중증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담장허무는 엄마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매월 1시간씩 방송을 한다. 이 방송은 1년 6개월 동안의 대본을 모아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지체장애인 [해아래 마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시각장애인이 [괄호 밖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매월 1시간씩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중학교 3학년이 [라디오 락]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음악방송을 매주 2시간씩 한다. 초등학교 5, 6학년이 일일 DJ가 되어 진행하는 [나도 D]'라는 방송시간에 마이크 앞에 앉아 능청스럽게 방송을 진행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대본구성을 하고, 섭외하고, 진행하는 등 방송제작에 필요한 모든 일을 손수 한다. 기존의 방송에서 주류일 수 없는 사람들이,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절실한 사람들이, 어떤 것에도 방해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이다.

2) 지역의 공동체의 소통의 창구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은 지역공동체의 소통의 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지역주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라디오와 함께 한다. 마을 도서관 만들기를 주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발로 뛰어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모든 과정을 [주민발언대]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다른 매체에서는 주목하지 않는 동네 구의원 후보들에게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기회 또한 공동체 라디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고 활성화하는데 공동체 라디오만한 무기(?)가 없다.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는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더 없는 매체이다.

3)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공동체 라디오
비영리 방송국인 성서공동체 FM은 9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직업도 매우 다양하다. 방송국에 결합하게 된 계기도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공동체 라디오의 의의에 동의하는 사람에서부터 방송이 마냥 좋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할애 할 수 있는 시간과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맡아 방송을 제작한다. 방송의 수용자라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그들은 청취자 이면서 동시에 제작자가 된다. 이것이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이다.
방송이 전문적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전문가’들이 하기 때문에 방송사고 나지 않느냐고 우려스러워 하지만 기우일 뿐이다. 그리고 혹자는 방송의 비전문가들인 자원봉사자들이 방송을 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질이 문제될 수 있으며 이 점이 공동체라디오의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점은 공동체 라디오의 한계가 아니라 공동체 라디오의 중요한 특징이며 또한 공동체 라디오의 장점이다. 공동체 라디오는 방송전문가들이 방송을 제작하라고 허가한 방송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다시 라디오 공동체를 꿈꾼다.

1) 2008년 프로그램 개편논의
현재 성서공동체 FM은 2008년 프로그램 개편을 위해 2달 여 동안 논의 중에 있다. 2년간의 방송제작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콘텐츠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다. 3번째 프로그램 개편이다. 2년간 방송제작 경험은 처음보다 개편논의를 훨씬 어렵게 한다. 방송제작에 대한 현실 가능한 계산이 이미 엄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개편의 전략의 핵심은 제대로 된 동네 방송,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해보자는 것이며 모든 사람이 모든 방송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신의 해당 방송을 청취하게 하는 애청자 클럽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동네방송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청권역에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청취자를 위한 맞춤형 방송을 해보자, 현재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중심의 방송 소외계층의 방송을 청소년, 노인, 여성 등으로 확대해보자, 교육, 환경 등 쟁점을 중심으로 방송을 제작해보자, 특히 지역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을 성서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전역에 걸쳐 방송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 다른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제작물을 재전송해보자, 현재 프로그램 담당 PD의 역할을 방송제작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강화해보자, 맞춤형 라디오 제작교육을 통해서 방송제작 인력을 주민들 속에서 양성하자 등등, 이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논의는 우선 접어두고 고민을 열어놓고 마구 쏟아 놓고 이런 상상 저런 상상을 하면서 논의를 하고 있다.

2) 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공장
2007년 8월25일 방송국 옥상에 ‘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공장’ 이라는 이름으로 다목적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다양한 행사와 동네잔치가 가능한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열린 문화공간이다.
2008년에는 이 공간을 이용하여 문화공동체를 꿈꾼다.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라디오로 송출하는 공개생방송과 함께, 방송으로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로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과 함께, 방송과 문화예술이 씨줄과 날줄 촘촘히 엮어지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삶의 냄새가 나고, 사소하고 소박한 일상이 특별하게 취급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에 한 뼘 기대될 수 있는 어깨를 빌려주는 위안이 되는 방송을 꿈꾼다. 내가 꾸는 꿈이 헛되지 않고 ‘함께’ 찾아가는 희망이 되는 방송을 꿈꾼다.
그래서 성서공동체 FM은 라디오로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를 다시 한 번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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