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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특집-공동체라디오]광주시민방송

광주시민방송 2년 :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 버티기

8개 사업자중 가장 늦은 개국으로 출발한 광주시민방송은 이번 12월로 정확히 2주년을 맞이했다. 어느 취재 기자의 2주년 기념행사는 따로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공허한 마음으로 2년을 바라보며 그간의 진행상황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개국 전,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말 그대로 공동체미디어라는 조그마한 신문소개란을 통해 필자를 포함한 자원활동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어 라디오라는 친근한 매체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재미에 빠져 프로그램은 하나 둘 꾸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작한지 몇 개월 안 되는 상근직원으로 방송국살림을 이끄는 입장에서 출력의 한계, 운영의 제약 등 여타의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광주시민방송의 2년을 되돌아보았다.

가끔 취재를 나가거나 외부단체를 만나 광주시민방송을 소개하면서 필자는 두 가지 다른 태도를 보이곤 한다. 방송국이 꾸려진지 2년이 넘었다며 나름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아직 시범사업이라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광주시민방송이 지역에서 아직 입지를 굳히지 못한 상황에서 실제 전파를 송출하는 점을 강조하며 방송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후자의 경우는 뒤이어 쏟아지는 청취권역이나 홍보부족의 난점들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안정화되지 않은 이유를 현실적인 문제들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정식사업자가 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난점들이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전망은 사실 무력감에 휩싸이게 하지만 아직은 지역미디어로 자리잡아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텨내기를 하고 있다.

광주시민방송은 유일하게 지자체와 학교기관이 손을 잡아 구성된 모델로 연주소 또한 대학교와 담 하나를 두고 맞닿아있는 구청 내에 위치하여 개국 당시 최적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일부 평가와 함께 탄탄하고 안정된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 전망되었다.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관공서를 끼고 대학가에 위치한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지 못하다.

먼저 타이틀도 거창한 광주시민방송에 대한 인지도를 살펴보면 무척 낮은 편이다. 그동안 변변한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재원마련 측면 뿐 아니라 출력의 한계를 우선 지적할 수 있다. 구청의 담당부서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관내 90%의 주민들에게 방송국을 홍보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장점임에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내 주민들이 주파수를 인지하였을 경우 불과 1Km를 커버할 수 있는 출력으로 가청권을 벗어난 주민들의 항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 구청 담당자의 고민이다. 어쩔 수 없이 제작에 참여하는 자원활동가의 구두홍보에 의존하며, 연주소와 가까운 덕분에 제작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출력의 한계를 지적한다면, 내부적으로는 운영구조의 취약점을 들 수 있다. 다섯 개 단체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광주시민방송은 매년 각 단체로부터 받는 일정액의 공동부담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 공동분담금, 분명 각 단체로서 적지 않은 액수이며 일부 타 방송사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구조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동부담금은 한계가 있으며 인건비와 방송국 운영비 외에 별도의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방송국의 상근직원이 단 1명이라는 무척 제한적인 입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편성책임은 학교에서, 법인 업무는 구청에서, 제작 업무는 상근직원이 각각 담당하며 필요에 따라 협의해나가는 방식이지만 상근직원 입장에선 사실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과 혼자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 무척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라디오 본연의 목적인 커뮤니티 형성기능이나 지역밀착형 미디어의 기능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게 된다.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다면 지금껏 미디어 제작을 통한 지역민의 미디어체험 및 활용이라는 차원에서는 공감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인풋은 있으나 아웃풋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없는 점을 지적해 본다. 전파를 타고 나간 지역의 이야기가 정작 지역민이 귀를 통해 입을 통해 전해지지 않고, 허공에 묻혀버린다면 공동체라디오의 본연의 목적은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

공동체라디오의 시작부터 모든 요소들 즉 재정, 장비, 인력, 교육 등을 모두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것을 먼저 확충하고 어느 것이 더 우선순위에 놓여야할지는 정책입안의 단계에서 부터 꼼꼼히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사업의 구상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지혜를 기대할 뿐이다.

앞서 광주시민방송의 2년을 제자리걸음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동안 성공도 실패도 없었기 때문이다. 2년의 평가를 단순히 성공이냐 실패냐 구분지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지역미디어 기능을 충분히 실현하기엔 그 시도조차 어려운 현실을 꼬집어보고 싶다. 지역매체로 자리 잡아 가는 단계에서 앞으로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실패를 발판을 삼아 지역의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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