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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6호] 히비노 준이치 FM와이와이 대표 인터뷰

‘재난방송과 공동체 라디오’ 국제 토론회 다음 날인 2011년 7월 27일. 폭우로 각종 대중교통이 끊어지고 서울 곳곳이 물바다가 됐던 바로 그 날. 서울 상암동 미디액트에서 히비노 준이치 ‘FM와이와이’ 대표를 만났다. 재난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렸던, 공동체 라디오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그 날의 짧은 인터뷰를 덧붙인다.

  히비노 준이치 FM와이와이 대표
[ACT!] : 어제 포럼은 어땠나?

히비노 준이치 (이하 준이치) : 풀뿌리 시민 미디어를 실천하는 분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건설적인 토론을 진행했다. 그 토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 토론회 이후에 막걸리를 좀 많이 마셔 졸리기도 하다. (웃음)

[ACT!] : 어떤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준이치 : 공동체 라디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한 후, 제도적으로 지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매우 동의한다. 나는 공동체 라디오가 공동체 문화를 육성하고 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CT!] : 한국 공동체 라디오 활동가와의 만남은 어땠나?

준이치 : 먼저 많은 활동가들이 공동체 라디오의 의미를 살리고 활동을 확대하기엔 1와트(W) 출력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나도 매우 동의한다.
다른 하나는 대구 ‘성서공동체FM’에서 이주 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FM와이와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ACT!] : FM와이와이를 소개해 달라.

준이치 :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라디오다. 1995년 방송을 시작했고 다음해 면허를 받았다. 2003년 위기에 봉착했는데 하나는 경제적 이유고 다른 하나는 ‘누구를 위한 라디오’인가라는 중요한 목표를 놓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목표는 이주노동자나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지역 사회에 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첫 목표에 중심을 두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라디오’인지 알 수 없게 됐고 2003년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라디오를 접느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다 가장 중요한 첫 목표를 소중하게 이어가는 FM와이와이가 되어 다시 시작하는 것을 선택했다.
현재 FM와이와이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60년 전에 만들어진 법률이다. 그 법률은 일본 방송국 소유주가 일본 국적 이외의 사람이 20% 이상 소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운영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법률을 바꾸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공동체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재일교포의 경우 4세, 5세도 태어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일본 국적이 아니란 이유로 소유와 운영에서 배제되면 공동체 라디오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교섭 중이다.

[ACT!] : 영상도 시작했다고 들었다.

준이치 : 작년에 ‘와이와이TV’를 시작했다. 라디오, TV,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로 활동했다.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젊은 층과 이주민의 참여가 늘었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도 더 넓어졌다.

  왼쪽부터 히비노 준이치 FM와이와이 대표, 타가노 사토시 (통역 및 번역)


[ACT!] : 일본 공동체 라디오 현황은 어떤가?

준이치 : 대지진 이후 20개 이상의 임시 재난 라디오가 생겼다. 그 라디오가 어떤 라디오가 되는냐에 따라 일본 공동체 라디오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FM와이와이도 재해 때문에 생겨났다. 이재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공동체를 부활시켜 왔다. 동북 지방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전면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앞으로 이 공동체 라디오 운영자는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3년은 재난 라디오의 변화에 따라 일본 공동체 라디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ACT!] : 재난 시, 공동체 라디오는 왜 필요한가?

준이치 : 먼저 주류 미디어는 지역 구조 정보를 세밀하게 제공할 수 없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라디오는 재난 상황에서 이재민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또 언제 쓰나미가 올지 불안해하거나 쓰나미 피해 때문에 잠 못 드는 이재민들에게 지역 사투리로 얘기하는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지역 초등학교 교가를 방송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재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이다. 또 라디오를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재민이 스스로 방송에 참여해 재해 경험을 얘기하며 공동체와 목소리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재난 시 이주민을 위한 다국어 방송을 통해 지역 내에서 보이지 않던 존재들을 보이게 하는 역할도 한다.

[ACT!] : 재난 상황 외에도 공동체 라디오는 많은 역할을 한다. 무엇인가?

준이치 : 공동체 안에는 여러 과제가 있다. 공동체 라디오는 그 과제를 드러내고 지역 주민들이 공유하면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또 문화를 육성시킨다. 글로벌화 때문에 어떤 거리도 특징이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의 특성과 문화가 있고 이를 육성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일본에 ‘아이누’란 작은 공동체 라디오가 있다. 그들은 사라지고 있는 언어와 문화를 라디오를 통해 되찾으려고 한다. 그 활동을 10년간 이어왔고 지금은 지역 젊은이들이 아이누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이누 라디오에 나가는 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게 바로 공동체 라디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ACT!] : 앞으로 계획은 어떠한가?

준이치 : 라디오를 통해 코베시 나가타구라는 지역을 더 깊은 다문화 거리가 되도록 하는 활동을 계속하고자 한다. 아직 이런 라디오가 적다.
일본에는 250개의 공동체 라디오가 있지만 공동체 주민들이 자신들의 라디오라 생각하고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라디오를 더 늘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구조들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때로는 정부와 교섭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도 공동체 라디오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나의 꿈은 FM와이와이가 특별한 라디오가 아니라 일본 여러 곳에 있는 라디오가 되는 것이다.

[ACT!] : 공동체 라디오 활동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준이치 : FM와이와이는 반경 5키로미터(km)밖에 들을 수 없는 작은 라디오지만 이를 통해 일본 내의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었고 국경을 넘어 풀뿌리 미디어 활동을 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재밌는 일이 어디 있겠나. 어제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 사람들과 만나 그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이는 자기 자신을 풍요롭게 만든다. FM와이와이에서도 재일교포나 베트남, 브라질 사람들과 매일 함께 활동한다. 매일 매일이 다문화다.

[ACT!] : 한국 공동체 라디오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준이치 : 정부의 지원은 일본에도 없다. 하지만 1w는 너무 적다. 정부에 더 많은 출력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7개 방송국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많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전파를 더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전파는 공공재고 공동체 구성원이 전파를 갖는 게 공공성이다. 적어도 1w면 전혀 들을 수 없다.

[ACT!] : 마지막으로 한국 공동체 라디오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준이치: 이번에는 일정 때문에 나밖에 올 수 없었다. 일본의 다른 활동가들은 자비로라도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했었다.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자비로라도 오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웃음)
공동체 라디오가 10개가 있다면 10종류의 공동체 라디오가 있는 것 같다. 똑같은 것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공동체 라디오는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 같은 라디오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여러 사람들과 즐겁게 만날 수 있고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와 소통할 수 있다. 나도 응원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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