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77호] 다시 만나길 기대해

2011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워크숍을 돌아보며

지난 10월 12일(수)부터 14일(금)까지 2박 3일 동안 경기도 부천시 복사골연수원에서는 ‘2011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미디어교육 활동가의 재충전과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미디액트와 부천영상미디어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미디어교육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을 나누고 미디어교육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다양한 매체에 대한 체험을 통해 기존의 미디어교육을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20여 명의 미디어교육 활동가가 참여한 이번 워크숍은 ‘강의, 체험, 수다와 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2011. 10. 12 ~ 14 복사골연수원 / 2011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워크숍


먼저 ‘미디어교육 뿌리 찾기’와 ‘미디어교육 뿌리내리기’로 진행된 두 번의 강의는 미디어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재해석하고 발견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윤진헌 인천 오만가지미디어마을 공동대표의 강의였던 ‘미디어교육 뿌리 찾기 - 우리는 왜 삶을 기록하는가.’는 기록의 의미를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미디어교육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시간이었다. 미디어교육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교육 참여자의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대신하거나 누군가에 의해 대변되는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계층이 자기 이야기를 자기 스스로 발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윤진헌 대표는 이러한 자기 발언을 “공적이고 사회적인 것”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 같은 자기 발언의 영역은 쉽게 “국가나 자본의 영역”으로 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헌 대표의 소소한 개인적 이야기들과 함께 진행됐던 이번 강의는 그간 다양한 계층의 미디어를 활용한 자기표현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의례적으로 당연한 명제처럼 사고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미디어교육의 목표 실현 이후의 ‘실제’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 같은 상상은 자기 발언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도식적으로 자기 발언이 중요해라고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한 자기 발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교육 경험이 적은 필자에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동시에 활동의 동기를 점검할 수 계기이기도 했다.

또 다른 강의였던 ‘미디어교육 뿌리 내리기 -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폰 영화’를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최진성 독립영화 감독이 진행한 이번 강의에서는 스마트폰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를 직접 보고, 제작 과정에 대한 감독의 경험과 설명을 들으면서, 스마트폰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간 필름과 디지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포맷과 장르들을 넘나들면서 작업해온 최진성 감독은 작업의 기획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과연 스마트폰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가볍고 손쉬운 스마트폰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카메라워크와 구도, 시각을 소개하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제작의 의미와 사례들을 공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 교육 열기를 재고할 수 있었으며,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무엇이 유효한가, 어떤 계층과 함께 할 것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과제로 남았다.

  2011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워크숍 - 강의 ‘스마트폰 영화란 무엇인가?’


“몸을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연극 수업이 힘들었어요.”
“소리, 몸, 미술 등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교육 이후에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습니다.”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면서 한 번 더 교육 대상자를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교육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교육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워크숍 평가지에 남긴 미디어교육 교사들의 의견이다. 이번 워크숍 평가의 상당수는 체험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늘 교육 참여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세요.’, ‘자기표현이 중요해요.’라고 말하지만, 정작 교사 자신도 이 같은 활동을 무척 못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체 넘어서기’를 주제로 열린 체험 활동은 음악놀이, 연극놀이, 미술놀이로 꾸려졌다.
한받 자립음악활동가가 진행한 ‘체험으로서의 노래 만들기, 놀이로서의 음악 만들기’는 개러지밴드(GarageBand)라는 맥(Mac)용 음악 만들기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듬별로 직접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붙여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상큼한 작곡 실력을 보여준 모듬도 있었고 톡톡 튀는 작사로 박수를 받거나 화려한 랩(Rap) 실력을 선보인 모듬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모듬은 최악의 불협화음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아동청소년극 전문사를 수료한 손서희님의 연극놀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 주고받기, 눈을 감고 걸으며 느낀 상상 속 여행지를 몸으로 표현하기, 나를 버린 어머니를 구해야 하는 바리데기 이야기로 들어가 역할 나눠 대화하기 등으로 진행됐다. 모든 과정이 몸을 함께 움직이면서 진행됐기 때문에 워크숍 참여자들의 체력적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간이었으나, 몸으로 자기를 표현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한 몇몇이 있었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양한 미술 재료를 활용해 상자로 만든 백숙영 자하미술관 큐레이터의 ‘미술로 자기표현! 셀프박스 만들기’는 워크숍 참여자들의 혁신적인 공작 능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돋보인 활동이기도 했다.
음악과 연극, 미술에 대한 체험 활동은 각 매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보다 주요하게는 각 체험을 관통하는 공통의 목표가 ‘참여자들의 자기표현’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목표는 미디어교육의 목표와 같으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매체와 감각을 활용한 교육과 미디어교육이 어떻게 ‘잘’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과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연극놀이를 진행한 손서희님은 “여러 실험과 고민을 통해 서로 다른 매체를 분업적이고 도구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와 경험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결합, 상호작용의 과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워크숍은 ‘미디어와 교육 나누기’를 주제로 진행된 수다와 토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수다와 토론은 각 주제별 지역별 교육의 경험과 고민을 모으고 나누는 과정이었다. 각자 다른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함께 느끼는 공통된 지점이 존재했고 공감대는 충분히 급속도로 형성됐다. 또한 각자의 교육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아이디어를 주었고 동시에 자기 활동에 대한 에너지도 얻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모아진 아이디어와 에너지는 다시 각자의 현장으로 흩어지고 다시 발전된 모습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시기 및 지리적 특성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듬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것은 워크숍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거나 앞으로 기획회의를 운영할 것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미디어교육 활동가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리움이 묻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교육 현장을 나누며 ‘너도? 나도!’라고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숙제를 풀고 함께 힘을 얻는 활동에 모두 목말라있었다 느꼈기 때문이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워크숍을 통해 일정하게 그 그리움과 갈증을 풀어내고 해소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에너지가 되었던 워크숍을 기억하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다음 워크숍 장소로 발길을 내리라 상상한다. 다시 만나길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길 기대한다. 벌써부터 말이다. □

  2011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워크숍 후기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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