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79호 연재] 방방곡곡 시시콜콜 전미네의 담벼락

부산 깨세아카데미 +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편집자 주] ‘방방곡곡 시시콜콜 –전미네의 담벼락’(이하 담벼락)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의 사무국에서 전미네 메일링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지역소식을 모은 것입니다. [ACT!] 의 다른 기사들처럼 자세하고 분석적인 글은 아니지만, ‘담벼락’을 통해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산의 “깨세 아카데미”

  깨세 아카데미 활동가들과 수강생들

부산의 미디어 활동가들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미디어를 통해 직접 이야기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풀뿌리 제작자들의 동아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에 전미네의 담벼락을 통해 소개된 미디어 품앗이가 그 중 하나일 거고요(*주1), 최근에는 비슷한 문제들을 공유하고 있는 다양한 당사자 그룹들의 동아리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복지갈구 화적단(*주2)을 통해 소개된 영상 "아이 기르기 좋은 사회 시리즈 1 - 우리 애 첫 보육기관 고르기"(*주3)는 주부들의 모임을 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고요, 오늘 소개드릴 "깨세 아카데미"는 대학생들의 영상 제작 동아리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에요.

깨세 아카데미(*주4)는, 부산의 플로그TV와 오지필름의 활동가들이 진행하는 부산 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교육 과정입니다. 올해 초 겨울방학 기간 동안에 10여 명의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두 달 동안 주 1회의 다큐멘터리 교육이 진행되었고요, 교육 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멘토링 체제로 전환하여 총 5개의 조가 각각의 멘토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두 명의 여성이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통해 겪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 보수적인 성향의 한 남성이 촛불을 드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기 위해 시위 현장에 찾아가는 이야기, 부산 지역 대학 교수의 학생 성추행과 피해자의 시위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교육을 시작하게 된 목적은 두 가지 정도인데요, 하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들의 문제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는 대학생들의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고, 또한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인 오지필름은 부산 지역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양성해 보자는 목적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요. 지역의 제작자 모임이 형성되고 지속되는 게 단시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다큐멘터리 제작 강좌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깨세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활동가들과 교육 수강생들은 교육을 시작하면서부터 지역 대학생 영상 제작 동아리를 만든다는 목적을 공유하면서 교육을 진행해 왔고, 조만간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후 열릴 시사회를 기점으로 동아리 만들기의 과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려고 한다고 하네요.

최근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풀뿌리 제작자 모임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디어 교육의 결과가 제작기술의 개별적 습득만으로 그치는 경우에 사회적, 지역적으로 (그리고 아마도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콘텐츠의 지속적 생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겠죠. 앞으로 깨세 아카데미에 모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또래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이를 지역에서 소통시켜 내는 대학생 영상 제작 동아리로 커 나가길 바랍니다.


공룡의 비정규직 연대 활동과 복지갈구 화적단

  공룡이 만든 화적단 영상의 한 장면

최근에 공룡에서는 복지갈구 화적단을 통해 지역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영상을 제작,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의 문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낸다는 의미가 있겠지요. 하지만 공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연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화적단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룡에서는 예전부터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연대하는 데에 미디어가 어떤 식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화적단 활동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여기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고, 그 후 지역의 공공운수노조(편재상 다양한 종류의 비정규직 노조가 여기에 소속되어 있음)에 찾아가 화적단의 이름으로 비정규직에 관련된 영상을 제작하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공룡이 잡았던 방향은, 이미 정리되어 있는 활동가의 관점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노동자들이 문제라고 느끼는 것,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지역 노동자들과 공룡과의 관계가 깊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노조의 담당자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영상의 주제나 촬영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최근 발족한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 본부'에서 미디어 부분의 활동을 정식으로 담당하게 되면서, 앞으로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갈 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을 화적단이라는 전국적 채널을 통해서 유통시킴으로써,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이 가진 공통의 문제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전국 단위의 컨텐츠 유통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만들어진 영상을 지역 내에서, 특히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의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요,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영상 제작 활동과 더불어, 공룡에서는 '누구나 영상제작 교실'이라는 주 1회 미디어 교육을 두 반으로 나누어 진행 중입니다. 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공룡과 함께 미디어 활동을 하고, 지역 사람들의 자기 이야기가 어떻게 유통되고 확산되고 의미화 될 것인지에 대한 작전을 함께 짤 수 있는 사람들을 남기는 것입니다. 특히 두 개의 반 중 하나는 일부러 지역 노조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모집했고, 이 사람들이 전업 미디어 활동가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가 일하는 영역 안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공룡에서 다음번에 낼 화적단 영상은 누구나 영상제작 교실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 중 한 분이 함께 제작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이렇게 해서 화적단이 미디어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영상을 제작하고 유통시켜 볼 기회를 주고, 더불어서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함께 영상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것이겠지요. 여기에 더해서, 화적단 영상을 만들어 낸 이후로 노조에서도 미디어 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노동자에 대한 영상 제작이 그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관계를 이어 나가고, 그 교육이 또 영상 활동을 함께 할 사람들을 남길 수 있게 되겠지요.
지역에서는 복지갈구 화적단 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떤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역의 상황이나 방향에 따라 다 달라지겠지만, 공룡에서는 이 활동을 지역 노동자들과 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맺는 일에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한 가지 목적(그것이 영상 제작이든, 어떤 사태의 해결이든, 풀뿌리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구조의 형성이든)을 놓고 사람들을 만났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헤어지지 않고, 살면서 관계를 맺는 사람과 운동을 위해 관계를 맺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자는 공룡의 바람이, 미디어 활동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한 미디어 활동가들의 연대

  밀양 어르신들의 촛불시위

최근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된 소식을 많은 분들이 들어서 알고 계실 듯 합니다. 한전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송전탑을 밀양 지역에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평생 일군 삶터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 마을 어르신들과의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처절한 폭력을 당했고, 결국 고 이치우 열사님께서 분신을 하시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일로 밀양 송전탑 문제가 세상에 좀 더 알려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싸움은 갈 길이 멉니다. 이치우님이 돌아가신 이후 약속된 추도기간 90일은 이미 지나갔고, 지금은 언제 공사 강행이 시작될 지 알 수 없이 긴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밀양에서의 송전탑 건설 저지 뿐 아니라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 허가를 막아내는 더 큰 규모의 싸움까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양에서는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주1).

그래서 밀양 문제에 대한 화적단 영상을 만들었던 이경희 활동가의 주도로 경상도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조직되었습니다. 현장에 상주하면서 상황을 기록하고 속보 영상을 제작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였고, 활동가들의 개인 장비와 진주미디어센터의 장비 등을 이렇게 저렇게 모아 카메라와 편집용 컴퓨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대책위에서는 미디어 활동가들을 위한 활동비를 마련할 길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6월 한 달 동안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1주일씩 돌아가면서 현장에서 기록 및 속보 영상 제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록 활동 외에도, 경남시청자영상제작단에서 두 개의 문 상영회를 여는 등 현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일들이 기획되고 있다고 하네요.
현재 6월까지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결합 계획이 정해져 있지만, 12월 말까지는 이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6월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 싸움에 결합해야 할지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활발한 참여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바쁘시겠지만 시간을 내서 촬영 등을 도와 주실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획을 함께 해 볼 수도 있을 거고,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어도 현장의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그냥 가서 함께 있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장에 꾸준히 와서 붙기가 힘들더라도, 자기 지역에서 핵발전소와 송전탑의 문제에 대해 알려내고 문제의식을 키워내는 일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핵발전소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 건설의 문제가 밀양이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전국의 활동가들이 자신의 할 일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주

1) [ACT! 75호 연재] 부산, '미디어 품앗이‘ 운영
http://mediact.org/web/media/act.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2595&subTitle=%BF%AC%C0%E7&keyno=2606

2) [ACT! 78호 인터뷰] 복지갈구화적단 - 우리가 만드는 우리 모두의 방송
http://mediact.org/web/media/act.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2641&subTitle=%C0%CE%C5%CD%BA%E4&keyno=2647

3) 복지갈구화적단 6화 - 우리 애 첫 보육기관 고르기
http://www.media-net.kr/hwajuck/archives/507

4) 깨세 아카데미 http://kkese.tistory.com/


* 관련 사이트
-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블로그 http://blog.jinbo.net/com

- 복지갈구 화적단 5화 - 청소노동자 정현자씨 이야기
http://www.media-net.kr/hwajuck/archives/498

- 복지갈구 화적단 12화 – 청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여름
http://www.media-net.kr/hwajuck/archives/675

-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관련
http://www.media-net.kr/hwajuck/archives/669
태그

밀양 , 송전탑 , 공룡 , 깨세 아카데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오재환(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