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ACT! 80호 연재] 방방곡곡 시시콜콜 전미네의 담벼락

창원시민미디어센터의 독립영화 상영활동 + 익산 지적장애학생 영상 분야 진로 모색을 위한 토론회 + 故 숲속홍길동 추모대회

[편집자 주] ‘방방곡곡 시시콜콜 - 전미네의 담벼락'(이하 담벼락)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의 사무국에서 전미네 메일링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지역소식을 모은 것입니다. 의 다른 기사들처럼 자세하고 분석적인 글은 아니지만, ‘담벼락'을 통해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창원시민미디어센터의 독립영화 상영활동

  밀양에서 열린 <두 개의 문> 상영회 안내
이번 전미네의 담벼락에서는 '창원시민미디어센터'의 다양한 상영 활동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창원시민미디어센터라는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독립영화 상영과 미디어교육을 꾸준히 해 왔던 '경남시청자영상제작단'의 이름이 최근에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네요. 창원시민미디어센터에서는 독립영화 상영 활동을 통해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고, 중요한 사회적 현안들에 연대하며, 독립영화의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원미디어센터의 상영활동 중 가장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지역에서 ACC프로젝트라는 회사와 영화사 단잠, 민예총, 창동상인회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독립영화 정기상영회입니다. 이 상영회는 원래 창동시장에서 '빈점포 상영회'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당시에 많이 침체되어 있던 재래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그 일환으로 창동시장 안의 비어있는 가게를 상영공간으로 꾸며서 독립영화 상영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지금은 창동예술소극장과 같은 곳도 생겨서 이곳에서 정기상영화를 진행하고 있고, 창동예술촌도 조성이 되면서 지역이 많이 활성화 되었다고 하네요.

또한 창원시민미디어센터에서는 이러한 정기상영회 뿐 아니라, MBC 파업, 쌍용자동차, 밀양 송전탑 등의 투쟁과 연대하기 위한 상영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큰 화제가 된 영화 <두 개의 문>(김일란, 홍지유, 2011)이 창원 지역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았는데요, 이 영화를 배급사인 시네마달의 지원을 받아 개봉관을 빌려서 MBC 파업에 연대하기 위한 상영회를 하고,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쌍용자동차노조 투쟁을 돕기 위한 상영회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서도 <두 개의 문> 상영회를 진행했는데요, 주변 지역에서 200명 정도의 관객이 와서 자칫 고립되기 쉬운 투쟁현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고 하네요.

창원시민미디어센터의 심재훈 님은 “꾸준히 독립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있어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극을 받고 창작 의욕이 생겨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의 독립영화제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행사들은 힘든 가운데도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독립영화 관객 저변을 넓혀 줄 지역에서의 소규모 상영 활동은 최근 들어 점점 자세한 소식을 듣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네요. 창원시민미디어센터에서 하는 것과 같은 지역 공동체 상영 활동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익산 지적장애학생 영상 분야 진로 모색을 위한 토론회

  2012. 6. 21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 지적 장애 학생 영상 분야 진로 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난 6월 21일에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지적장애학생 영상 분야 진로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익산미디어센터에서는 지역의 일반 고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에서 4년 동안 미디어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요, 이번 토론회는 그 동안 진행한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의 성과를 공유하고, 미디어교육 이후에 어떤 것이 필요할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론회는 우선 익산에서 진행한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발제로 시작을 해서, RTV(알티비)에서 제작했던 장애인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와 서울에서 진행된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에 교육생 출신의 지적장애인 보조 교사가 함께 참여했던 사례를 살펴보고, 이어서 토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익산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 사례발표를 통해서는, 4년 간 지속된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쌓인 만만치 않은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지적장애인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자기감정과 호불호를 표현하게 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내도록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지적장애인들도 명확한 자기 욕구가 있으며, 더 나아가 친구 관계나 진로 문제 등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고민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한 현실적 판단을 근거로 변화하기도 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지적장애인들이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들을 미디어를 통해 잘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고요.

또한 다른 지역의 사례 발표를 통해서, 지적장애인들의 삶을 위해서 미디어가 교육 이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해야 할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지적장애인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드러난 지적장애인들의 욕구와 현실, 그리고 능력이 지적장애인들이 몸담고 살아갈 지역사회 안에서 소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RTV의 사례발표나 익산 사례 발제문의 뒤에 첨부된 지적장애인 방송프로그램의 기획안에서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지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는 지적장애인 당사자나 미디어센터 뿐 아니라 지역 방송사나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미디어교육을 수료한 지적장애인이 이후에 미디어교육 교사로 활동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교육을 통해 얻은 성과를 이어나간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지적장애인 학생들이 이후에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몇 가지 육체노동으로 한정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적장애인이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중요할 것입니다.

익산의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 사례를 보면서,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의 훈련으로 시작한 미디어교육이 교육 대상자들이 처한 현실을 담아내기 시작하면서, 교육자와 교육 대상자의 삶이 관계를 맺게 되고, 교육 대상자의 삶을 위해 교육 이외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교육 대상자들의 삶에 개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공유한다는 것이 감당하기 쉽지 않고 조심스러운 일이겠지만, 익산의 지적장애인 학생 미디어교육의 성과가 교실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지적장애인의 삶과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네요.


故 숲속홍길동 추모대회

  고(故) 숲속홍길동 이상현 님


지난 6월 23일 '숲속홍길동'이라 불렸던 미디어 활동가 故 이상현님의 1주기 추도식이 있었습니다. 기륭노조 분들과 문화 활동가 박준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가 실무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미네 사무국 1인이 함께 진행 했고요. 행사 당일에는 생전의 숲속 홍길동을 기억하는 100여명의 많은 문화, 미디어, 현장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추도식 이전과 이후의 진행상황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간혹 날선 감정들도, 그 날 추도식에는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이 추도식을 언제까지 누가 진행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개인적인 죽음인가? 구조적인 죽음인가? 라는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기도 합니다. 실무로 결합했던 저(나비)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내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홍길동님 개인에 대한 추도식을 준비하는 것이 현장 미디어 활동 전반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는 것일까? 라는 고민 말입니다. (^^ 담벼락에서 주절거리고 있군요.)

그럼에도, 숲속홍길동 故 이상현님의 존재는 현장의 활동가들 그리고 미디어 활동가들의 공동의 어떤 지점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100여명이나 그 날,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겠죠. 그렇게 모인 미디어 활동가들이 故 이상현님이 촬영하셨던 테이프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도 또 약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 (아카이빙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 어떤 방식으로 아카이빙 할 것이냐, 이런 사항은 어떻게 공유가 될 것이며,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 것이냐 등) 그럼에도, 일단은 250여개 정도의 테이프를 몇 명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분담하여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작업도 진행이 마무리 되는대로 전미네 메일링 등을 통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2주기부터는 일단은 올해 같은 별도의 추도식은 가지지 않게 될 듯 합니다. 올해는 1주기에 의미를 두고 진행이 되었고요. 그럼에도, '숲속홍길동'님으로 인해 생겨난 미디어 활동가들 개개인의 먹고 사는 것의 문제,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의 중요성, 과 같은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알려내야 하는 문제일 듯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지속성을 가지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