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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월/특집] 개정 산재보상보험법 검토 [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 검토 ]

개정 산재보상보험법 검토

[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 검토 ]


2008년 7월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업무상재해의 인정기준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였고,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로복지공단 소속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설치되었다.

노동계는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이 재해노동자들이 산재에 진입하는 장벽자체를 높임으로써 최초요양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었다.

8월호에서는 개정 산재보상보험법에 ‘뇌심혈관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재해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따져보았다.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은 불승인 기준?

개정된 산재법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 검토

노무법인 필 유상철 노무사


1. 들어가며;

개정 산재법,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구체적, 세부적으로 명시하다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대해 개정 전 산재법(제5조 제1호)에서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하여 노동부령에 위임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포괄위임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 1일 시행되는 개정 산재법(제37조)에서는 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업무상 사고의 구체적 유형을 시행령 제27~33조,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유형을 시행령 제34~35조에, 그리고 자해행위에 따른 재해의 인정기준을 시행령 제36조에 규정하였다. 또한 산재법 시행령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명시하였다.

특히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에 대한 논란이 되었던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에 대하여는 노․사․정 합의라는 구색을 갖추어 업무상질병인정기준위원회를 통해 인정기준을 마련하도록 하였고, 실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은 상당히 엄격한 내용으로 규정되었다. 


2. 뇌혈관질환 · 심장질환에 대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1)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뇌혈관 · 심장질환의 상병명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으로 열거하였던 질병은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고혈압성뇌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해리성대동맥류이었으나, 고혈압성뇌증과 협심증을 제외하였고, ‘가목에 열거되지 않은 뇌혈관·심장질환의 경우에도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을 명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였다.

또한 개정전에는 “업무수행 중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이 발병하거나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원인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아니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를 삭제하였다. 개정이유로 업무수행 중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이 인정기준에 있어 업무수행성만으로 뇌출혈을 인정하는 경우와 법원의 판례경향에 따라 업무수행성 뿐만 아니라 업무상 과로여부를 조사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업무수행 중에 뇌출혈을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재해의 인정은 어려움”(대법원 2005두16925)이라는 판례를 근거로 관련 규정을 삭제하였다.

실제 개정전 규정에 의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이 업무수행 중에 발생된 경우라도 제반 과로성 질병의 인정기준에 충족되는 입증을 재해자에게 요구하였던 상황이다. 업무수행 중에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이 발병되거나 사망한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해 비교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해당 질병이라 도 엄격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충족해야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2) 시행령과 노동부 고시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이원화


개정 산재법(제37조 제1항 제2호 및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3)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노동부고시를 통해 ‘뇌혈관 · 심장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노동부고시 제2008-43호)’을 규정해 이원화하였다.

산재법 시행령 제34조 3항 관련 [별표3]

. 근로자가 다음의 어느하나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인하여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심근경색증․해리성대동맥류가 발병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다만, 그 질병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아니한다.

(1)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 경우

(2)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ㆍ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3) 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ㆍ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

. 가목에 열거되지 않은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의 경우에도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ㆍ의학적으로 명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 가목 및 나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노동부장관이 따로 고시한다.


노동부고시 제2008-43호

가.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

나.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강도․책임 및 업무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

다.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

라. “단기간 동안의 업무상 부담” 및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과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1)평소의 업무시간이나 강도
2)고정야간근무, 순환교대근무, 장시간 운전근무 등 특수근무형태
3)근로자 스스로의 업무조절, 적응기간, 수면시간 확보가능 여부
4)발병 전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에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 등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세분화하여 뇌혈관․심장질환 재해조사 체크리스트,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3) 과로 인정요건을 급성 ․ 단기간 ․ 만성적 과로로 세분화

① 급성 과로 - “발병 전 24시간 이내”

◇ 정의
: 급성 과로는 “발병 전 24시간 이내의 생리적 변화 초래 유무”를 주되게 판단기준으로 규정하여 업무와 관련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업무환경의 변화에 의해 극도로 놀라거나 흥분하는 등의 정신적․육체적 과부하를 동반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급성 과로 여부를 판단한다.

◇ 사례: 업무와 관련된 시간 및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이어야 하며, 업무환경(온도환경, 작업도구 등)의 급격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뇌혈관․심장의 정상적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긴장․흥분․공포․경악 등을 일으켜 정신적 부담을 주거나 급격한 신체적 부담을 강요하는 사건을 말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돌발 상황의 발생으로부터 질병 발생(전조 증상 포함)이 만 24시간 이내에 나타난 경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24시간이 넘어가는 경우라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황 또는 사실기록 등을 근거하여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신중히 판단한다고 근로복지공단은 밝히고 있다.

업무와 관련하여 중대한 인사사고나 중대사고에 직접 관여한 경우나 이러한 사고를 목격한 경우, 운전기사의 교통사고 또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상황의 발생으로 극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으로 강도 높은 정신적 부하를 일으킨 상태, 업무와 관련하여 상사․동료 또는 고객과 말다툼 또는 폭행 등이 있는 경우, 갑작스런 공포감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한 경우, 업무환경의 변화로 신체적 부담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 문제점: 하지만 “발병 전 24시간 이내”라는 시간적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24시간 동안의 구체적인 업무내역, 상황, 사건 등에 대하여 시간대별로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과로성 질병을26  인정받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간 과로나 만성적 과로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발병 전 24시간 이내”의 업무내역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될 것이다.


② 단기간 과로 - “발병전 1주일 이내” “일상업무의 30%이상 증가”

◇ 정의
: 단기간 과로는 “발병이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일상업무 보다 30%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강도, 책임 등의 변화로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

◇ 사례: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업무량을 한시적(일시적)으로 늘려 업무를 수행한 경우, 연말결산시기 등 한시적(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경우, 잔업 및 휴일근무 등 특근 여부, 평상시 수행하였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한시적으로 취급하였을 때 업무내용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스트레스 변화 정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수행하지 않던 노동자가 단기간 동안 힘든 육체노동을 수행한 경우, 업무상 책임이나 의무가 뒤따르면서 변화가 발생된 경우(한시적 TFT 팀장 운영 책임 등), 업무환경이 고온, 저온, 고소, 다습, 소음, 진동 등 갑작스럽게 변화되면서 신체적 리듬의 변화 또는 일시적 스트레스를 유발한 경우, 노동자의 개인 건강과 신체조건에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업무가 변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사업주의 적극적 권고 또는 주치의사의 지시에도 치료를 방치하여 기존질환을 악화시켜 업무수행 자체가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 문제점: 단기간 과로를 판단하는 기준은 발병 전 1주일 동안의 업무량, 업무시간의 30% 이상 증가 여부이다. 현재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비해 육체적 노동을 통한 업무량, 업무시간의 증가를 보다 중요하게 보며, 업무량과 업무시간의 계량적 수치를 상당히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해발생 이전 1주일 동안 휴일, 휴가를 사용하였거나 고정적으로 수행하였던 연장근로, 교대근무, 근로시간 특정이 어려운 경우라면 과로 여부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단기간 과로를 판단하는데 있어 업무량의 변화, 업무시간의 변화, 업무의 난이도 변화, 업무강도의 변화, 업무상 책임과 의무 및 권한의 변화, 작업환경의 변화,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고 하지만, 계량적 수치로 파악되는 업무량, 업무시간의 변화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과로성 질병으로 인정받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③ 만성적 과로 -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 업무 수행”

◇ 정의
: 발병이전 3개월 이상의 기간을 둔 것은 과로여부에 대한 평가기간으로 3개월간에 피로의 축적이 생긴다는 것이 아니라 발병 전 3개월간의 피로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기간 과로의 경우 발병직전 1개월에서 3개월간에 걸친 과중부담은 의학적으로 발병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며, 발병시기에서 멀어질수록 발병과의 관련성이 차츰 희박해진다고 봄으로 발병일로부터 6개월을 초과하는 시점의 과중부담이 확인된 경우에는 과로의 연속기간, 회복시간 유무, 발병 전 과로와의 중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발병 전 3개월 기간동안 과중한 업무가 연속된 경우는 반드시 과중한 업무가 끊임없이 계속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날이 연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문제점: 그러나 개정 내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노동부 고시에 명시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라는데 있다. 과로성 질병의 경우 급성 과로, 단기간 과로, 만성적 과로를 각각 세분화 하였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판단하기 보다는 최소한 재해발생 이전 3개월 동안의 업무내역, 1개월 동안의 업무내역, 1주일전 업무내역, 3일전 업무내역, 당일(24시간 이내) 업무내역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업무상 과로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따져 판단하게 되지만, 실제 노동자가 과로성 질병이 발병되거나 사망한 경우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과로 여부를 입증하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에서 과로성 질병에 대해 불승인 하는 경우 “과로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음”이라는 이유로 불승인 통보를 하였던 상황에서 노동부 고시에 만성적 과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계량적 수치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과로성 질병에 대한 인정기준이라기 보다는 불승인의 기준을 명시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④ 단기간 과로 및 만성적 과로 판단시 고려사항 명시


단기간 과로 및 만성적 과로를 판단하는데 있어 평소의 업무시간이나 강도, 고정야간근무, 순환교대근무, 장시간 운전근무 등 특수근무형태, 노동자 스스로 업무조절, 적응기간, 수면시간 확보가능 여부, 발병 전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에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불규칙한 업무의 유형으로 버스, 택시, 트럭운전자 등의 교통운수종사자의 경우와 같이 기후 또는 도로교통사정에 의한 근무시간의 불규칙성이 빈번한 업무, 항공기 조종사, 객실승무원 등 이착륙의 지연으로 큰 시간적 불규칙성을 내포하여 휴식, 휴게시간의 확보가 곤란한 업무, 장거리 트럭 등의 운전업무로서 고객의 요구에 의한 갑작스런 운행경로의 변경과 회사의 형편으로 조기나 심야운행에 수반되는 근로시간대가 불규칙한 업무, 경비원, 소방대원 및 의료 종사자 등 안전의 확보가 요구되는 업무와 긴급 출근을 요청받는 업무 등 돌연한 수면의 중단이 예상되거나 사태에 의해서는 근로시간이 현저히 길어지는 업무, 기자, 카메라맨, 편집자 등 사건발생에 수반되어 긴급한 출동을 요구받는 불규칙한 업무로 근무의 종료가 예측불가한 업무 등을 들고 있다.


⑤ 입증책임 - “재해자”

업무상 재해라 함은 노동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노동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경우 이를 주장하는 측, 즉 보험급여의 청구권자(재해자 또는 유족)가 입증하여야 한다.

인과관계의 입증정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본다고 하지만 이러한 것은 판례의 입장인 것이고, 실제 근로복지공단의 과로성 질병을 판단하는 방식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때 비로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과로성 질병에 대한 입증의 방식을 설명해 준 것이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각각의 기준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은 업무상 질병의 불승인 기준?

① 사업주 조력의무에 대한 미비점 


산재법 제116조(사업주의 조력) “①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사고로 보험급여의 청구등의 절차를 행하기 곤란하면 사업주는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②사업주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보험급여를 받는데에 필요한 증명을 요구하면 그 증명을 하여야 한다. ③사업주의 행방불명,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제2항에 따른 증명이 불가능하면 그 증명을 생략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117조(사업장 등에 대한 조사)를 규정하여 공단 소속 직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거나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업주가 조력의무를 불이행 경우 그에 대한 엄격한 처벌규정은 없다.

과로성 질병의 경우 해당 노동자는 사망하거나 중한 상태가 되어 재해를 당한 노동자를 통해 발병 전 3개월 사이의 구체적인 업무내역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과로성 질병의 경우 사업주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가족의 진술이나 동료들의 진술을 통해 발병 이전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적어도 발병 전 3개월 사이의 업무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이에 근거해 사업장이나 사업주를 조사한다고 하지만,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자신의 과로 여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고, 대부분의 사업주가 불성실하게 조사에 임한다는 측면에서 사업주의 조력의무를 보다 강제시키지 않는다면 과로성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로만 보인다. 따라서 사업주의 조력의무를 강제하거나 보다 엄격하게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은 노동자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한 것이 되는 것이다.


② “객관적 확인”의 양면성

최근 유족사건을 진행하면서 ‘객관적 확인’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해당 노동자는 영업직 사원으로 지방출장과 현지숙박이 빈번하기 때문에 별도로 출장복명서 등을 작성하지 않는다. 출장일 핸드폰 문자메세지, 주간 업무일정표, 다이어리, 휴게소 구입내역, 직장 상사 진술, 사업주 확인서 등을 통해 지방출장에서 거래처 직원을 만나 회식을 하고, 현지 모텔에서 숙박한 후 다음날 회사로 복귀하였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시간대별로 확인되었다.

게다가 해당 노동자는 이미 사망한 후 상당기간 경과된 상태이고, 장례를 치른 유족들이 영수증 등을 보관해 두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은 거래처 담당자의 확인서, 유류비 지원내역, 현지 식당, 주점에서 사용한 영수증, 모텔 투숙기록 또는 영수증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다행히 현지숙박을 위해 회사 카드를 사용하여 이용내역을 조회하여 제출하였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요구하는 “객관적 자료”는 전체적으로 정황과 사실관계가 파악되었다 하더라도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있어야 승인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객관적 확인을 통해 업무내역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곧 불승인 쪽으로 사건의 방향은 기울어지는 것이다. 물론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사항까지 객관화시키는 것은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과로성 질병에 있어 모든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은 유가족이나 재해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며, 사업주가 불성실하게 대응할 경우 과로 여부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객관적 확인”이라는 내용은 판례의 입장과 같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 또는 “상당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으로 노동부 고시가 개정될 필요가 있다.


③ 발병 전 24시간 사이의 업무내역의 중요성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으로 급성 과로, 단기간 과로, 만성적 과로를 세분화하여 산재법 시행령과 노동부 고시에 규정하였지만, 실제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병 전 24시간 사이의 업무내역에 따라 사건의 당락이 결정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객관적인 자료의 확인은 업무량, 업무시간 등 계량적으로 확인되는 자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재해발병 전 24시간 사이에 이루어진 업무내역에 따라 뇌혈관이나 심혈관의 혈관병변 등 뚜렷한 생리적 변화를 시간적․의학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으로 발병전 1주일 이내, 발병전 1개월 이내, 발병전 3개월 이내 과로가 있었다 하더라도 발병 전 만24시간 사이의 업무내역과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④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실효성 여부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와는 달리 업무와의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화가 어려워 판정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가 빈번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공단 지역본부 단위별로 관계 전문가(변호사, 공인노무사, 교수(조교수 이상),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산재보험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자), 노사추천위원 등으로 구성된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를 두어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정여부를 심의하도록 산재법을 개정하였다.

따라서 뇌혈관질환 또는 심장질환, 근골격계질환, 돌연사 등 사인미상 재해, 그밖의 업무상 질병, 정신질환에 관한 업무상 질병의 인정여부에 관한 추가상병신청서 등에 대하여 2008.7.1. 이후 요양급여의 신청을 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 자문의사회의 등에 대한 공정성의 시비가 빈번하게 야기되었던 상황에서 비상임으로 구성된 질병판정위원회의 구성․운영․결정이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이 든다.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질병은 노동계에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였던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정신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구심이 더욱 강하게 드는 부분이다.


4. 마치며...

뇌혈관질환 또는 심혈관질환 등 과로성 질병은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근무시간, 노동강도의 강화, 신기술도입 ․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고용불안 등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모든 사항이 총 집결되어 신체에 현저한 생리적 변화가 초래되어 발생된다고 볼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세분화,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객관화된 입증을 요구하기 이전에 노동자들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재충전을 통해 노동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 마련되어 죽도록 일하다 죽거나, 뼈 빠지게 일하다 골병드는 일이 없도록 노동자의 건강권이 우선시되도록 노동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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