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5년|10월|특집]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산재은폐

한노보연 선전위원회

2015년 7월 청주의 (주)에버코스 화장품 공장에서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였다. 회사 측은 신고로 달려온 구급차를 돌려보냈고, 과다출혈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전사회적 분노가 들끓었다. 하지만 산재은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고성 재해를 감추는 것뿐 아니라 업무상 질병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 업무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를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하는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숫자와 그림으로 산재 은폐 실태를 살펴보았다.

지정병원이 산재은폐 도구로 활용된다

20분
2015년 2월 9일 오후 1시 30분. 부산 신세계 백화점 증축공사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1시 34분 지정병원에 신고했고, 지정병원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이 병원에서 처치할 수준의 부상이 아니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지나가던 행인이 119에 신고해 13시 54분에 119로 이송 시작. 20분이 낭비됐다. (뉴스타파, 2015.3.3 신세계 건설은 왜 사고현장 문을 닫았나)

14시 20분 vs 15시 30분
(주)에버코스 지게차 사고에서 119 구급차가 최초로 도착한 시각 14시 5분. 이 구급차를 이용했다면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시각은 오후 2시 20분이었지만, 119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뒤늦게 도착한 지정병원 구급차를 이용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15시 30분. 애초 119 구급차가 고인을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유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참세상, 2015.9.1, 산업재해 은폐 에버코스 사망사건은 범죄행위)

산재 은폐, 얼마나 되나?

7978건 중 452건
산재 은폐에 대한 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산업재해가 신고 되지 않고 있는지 정확한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08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산재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 7,978건을 적발했는데, 이 중 사업장 감독으로 밝힌 것은 452건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공단이 파악한 부당이득금 환수자 명단을 넘겨받아 추적한 게 60% 이상을 차지한다. (시사인, 2015.9.8., 회사가 당신의 산재를 숨기는 이유)

106건
2013년 3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울산지역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울산 동구지역 10곳의 정형외과를 방문하여 불과 11일 만에 106건의 산재은폐 사례를 수집하였다. 얼마나 많은 산재 사례가 은폐되고 있는지 짐작해볼 뿐이다.

145만 명
전국적인 차원으로 보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011년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손상 환자 2,412,005명 중, 직업성 손상인데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145만 명(최소 92만 명~최대 198만 명)으로 추산된다. (임준 외, 산재보험 미신고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 규모 추정 및 해결방안, 2012)

17배
이 숫자는 2011년 산재보험 직업성 손상 재해자 수 84,662명의 17배에 해당한다.

일하다 다쳤을 때, 산재로 처리한 경우?

7.2%
다른 통계에서도 산재 은폐는 의심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연구를 맡긴 2014년 연구에서, 조선업 사내하청 노동자 중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는 노동자 127 명 중, 산재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7.2%인 9명에 불과했다.

7.2%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
4.0% 원청비용으로 공상처리
56.0% 하청비용으로 공상처리
28.0% 개인부담으로 의료보험처리
4.8% 특별한 치료 없었다
(주영수 외, 산업재해 위험직종 실태조사, 2014)

9.0%
2011.11 ~ 2012.10 전국 10개 표본병원 응급실을 직업성 손상으로 방문한 환자 수 4,894명 중 응급실비 지급을 위해 산재보험을 이용한 경우는 9.0%인 442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손상이 모두 산재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산재 은폐 규모는 아주 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신상도 외, 응급실기반 직업성 손상 원인조사연구, 2012)

58개 중 11개 지회
은폐 범위를 업무상 사고로 인한 손상 뿐 아니라, 업무상 질병으로까지 넓히면 산재 은폐는 더 늘어난다. 금속노조 소속 90개 지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2014년에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나 공상을 한 건이라도 신청한 적이 있다는 지회는 58개. 이 중 11개 지회에서는 산재 신청을 한 건도 하지 않고, 공상으로 모든 근골격계질환을 처리했다. (금속노조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실태조사, 2015)

이렇게 해서 쌓인 돈은?

1,756억 원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을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아서 건강보험이 지출한 금액을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라고 했을 때, 직업성 손상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규모가 2011년 1,756억 원이다. 2853억 원 직업성 손상에 근골격계질환과 천식까지 포함한 경우 2011년 건강보험 재정손실 규모는 2,853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8조 6천억 원
이 결과, 산재보험의 적립금이 쌓이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산재기금 적립금은 8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산재보험의 적립금은 매년 수천억 원씩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2013년도 산재보험 사업연보, 2014)

산재 은폐, 이제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게 해야 한다. 산재 은폐를 넘어,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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